80년 5월 열흘간의 이야기…
그들은 왜 도청으로 갔는가?






옛 시간은 변화했다. 그 때 그 삶은 현재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있다. 다시금 변화가 시작된다. 복원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계승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을 앞두고 ACC는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5․18 민주평화기념관(옛 전남도청)을 임시 개방한다. 리모델링 이후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오는 5월15일부터 6월17일까지다. 이제, 현재 시각의 삶도 변할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과 공간을 놓치지 말자. 시인 소포클래스의 말처럼 나의 오늘은 그 시절 그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이번 임시 개방으로 만나게 될 콘텐츠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에 선보인 전시에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 소통할 수 있는 ‘시민개방 연계프로그램’과 ‘특별기획 전시’를 더했다.






5·18민주평화기념관에서는 광주항쟁 열흘간을 기·승·전·결 구조로 나눠 예술적으로 표현한 지난해 전시 그대로를 다시금 선보인다. 1관(옛 전남지방경찰청 본관)에서는 80년 5월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집회와 차량시위, 금남로 집단발포에 이르는 상황 등을 표현했다. 1관에 들어서면 광주 근대 100년의 역사와 배경, 의미 등이 소개되는 ‘광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전시장 3개 층을 관통해 우뚝 서 있는 ‘5월엔 만인의 얼굴이 눈부시다’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을 맞이하기 전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씻김을 형상화한 미디어아트 체험과 5·18민주화운동 서막을 알리는 80년 5월 16일의 횃불 성회를 회전하듯 관람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열흘간의 내용을 일자별로 구성한 ‘광주를 지나간 시간: 5월 18일-27일’과 평온했던 일상 속 시민들의 함성으로 깨어지는 그날의 아픔을 담은 ‘일요일의 아우성 5월 18일’, 금남로 차량 시위를 표현한 ‘20일 화요일 저녁의 헤드라이트’ 조형물들을 통해 처절했던 당시 현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얀 군상들이 서 있는 사이를 지나가며 빛 속으로 사라져가는 이들의 뜨거웠던 의지를 되새길 수 있는 ‘21일 13시 0분의 애국가’를 끝으로 1관의 전시는 마무리 된다.






2관(옛 전남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는 계엄군이 퇴각한 5월 21일에서 26일까지 해방광주 상황을 환희라는 주제로 표현하고 있다. 옛 아스팔트 도로를 그대로 표현한 바닥과 채광을 주어 빛의 산란효과를 감상할 수 있는 지붕. 작가는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환희를 그 어떤 인공광으로도 표현할 수 없어 기존 지붕을 뜯어내고 유리를 통해 자연광으로 공간을 채웠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건 빛 뿐 만이 아니다.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하라’ 관현악 곡이 긴박한 듯 공간을 가득 채우며 80년 당시 금남로에 찍혀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역사의 밤하늘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자리로 승천시킨 듯하다.



4관(옛 전남도청 본관)에서는 5월 27일 새벽 시민군의 최후 항쟁을 구현했다. 전시콘텐츠가 구축된 1, 2층 양쪽 방엔 유리벽이 둘러져 있다. 건물 자체가 핵심 콘텐츠이며 문화재청 기념물이기에 이를 보호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이곳에서는 5·18 당시 시민군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투사회보’와 5·18 흔적과 기억이 새겨진 사진과 증언 기록들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시민들 시신이 안치됐던 상무관 5관은 건축 리모델링만 완료되고 전시물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함께 개방한다.






올해는 임시 개방에 이어 치유와 공감의 장을 만들기 위해 시민개방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인다. 5·18 당시 주인공들이 아닌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다. 변방의 목소리로 간주되어왔던 5·18 희생자 가족들이 자신들의 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삶을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희생자 가족들에겐 자기 발화를 통한 치유이며, 시민들에겐 사건이 아닌 상처에 대한 공감이다. 장소는 현재 복원 농성장으로 사용되는 옛 전남도청 별관이다. 임시 개방 기간 동안 진행되며 오월가족 10여 명이 하루 세 차례(△1회 11~12시 △2회 14~15시 △3회 16~17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퍼즐과 카드로 5·18을 이해하는 ‘오월스토리퍼즐’ 수업도 진행한다.



기념관 3관(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는 오월특별기획전시 ‘가자! 도청으로’가 열린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ACC 공동특별기획전으로 도청건립부터 5·18, 촛불혁명까지 전남도청 100년 역사를 회고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이번 전시는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행정·생활의 중심지였고, 80년 5·18 최후 항쟁의 역사적 장소였던 ‘전남도청’의 공간과 관계에 대해 그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에서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청의 변화 모습과 도청이 문화전당으로 바뀌는 일련의 과정 등을 사진 홀로그램과 각종 상징물들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기간 동안 80년 당시 촬영된 미공개 영상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