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광주 특별순회전 <커피사회>


이슈&뷰

광주 최초의 다방에서 오늘날 카페에 이르기까지



광주에 다방이 처음 생긴 것은 1928년 일제 강점기였다. 광산동 광남빌딩에 자리잡은 최초의 다방 ‘쓰바메’는 우리말로 제비라는 뜻이었다. 이후, 옛 호남은행 건너편의 ‘엔젤’을 비롯해 금남로5가의 ‘낙천’, 황금동의 ‘남국’ 등 모단 보이와 모단 걸들이 즐겨 찾는 다방이 늘어갔다. ‘우다방’은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충장로 우체국 앞을 가리키는 말로 통했다. 당시 다방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만나 담론을 형성하는 살롱이자,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이었다. 신식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다방은 오늘날 ‘카페’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카페는 젊은이들에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이며,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학생들에게는 백색소음을 제공하는 도서관이며,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장소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지만 한 번도 같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커피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커피사회>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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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문화역서울 284에서 ACC에 오다.



<커피사회>는 근현대의 상징공간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커피사회>는 광주 특별순회전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시작해 오는 5월 26일까지 다양한 연계프로그램과 함께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된다. 이 전시는 한국의 커피문화를 통해 시대와 세대, 문화적 의미를 읽는다. 커피문화의 변천사뿐 아니라 커피에 얽힌 시간성과 장소성을 탐구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장치들로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관객은 타임슬립을 하듯이 과거의 다방에서 현재의 카페를 오가며 시간이 중첩된 모호한 공간에서 광주의 커피를 만날 수 있다. 고소한 커피향으로 가득한 공간,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전시장을 걷다보면 어느새 커피가 만들어낸 신기루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커피사회>는 총 3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의 시대>는 제비다방, 낙랑팔러, 돌체다방 등 근대 시기의 다방들과 6-7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에 있던 다방들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재조명한다. 현대미술,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등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며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힌 커피문화로 사회적 의미와 관계를 읽어본다. <근대의 맛>은 1920년대 어디쯤으로 돌아가 그 시대의 커피를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 관객은 구 서울역 ‘그릴’을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광주지역 카페들이 개발한 근대 메뉴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다. <ACC유스클럽>은 광주 순회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시 속에 전시이다. 커피라는 압력을 통해 혼종적인 컨템포러리를 추출하고자 설계된 거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메타포이다. 일곱 작가 팀이 펼치는 흥미로운 작업을 통해 관계의 무게와 거리,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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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커피 한 잔, 음악 한 모금 <신청곡>

긴 머리를 날리며 사연을 읽어주던 다방 DJ들이 최첨단 장비와 멋진 조명 아래 당신의 신청곡을 기다린다. <신청곡>은 전시의 도입부에 위치해 관객이 처음 만나게 되는 공간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풍미한 가요와 팝송 등 작가가 직접 고른 200여 개 곡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선보인다. 관객이 즉석에서 곡을 신청하면 선정된 200곡 중에 원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특별한 디제이들이 찾아온다. 연계프로그램 ‘토요 디제이 부쓰’는 과거의 명 DJ들과 젊은 세대 음악 전문가들이 자신의 애창곡을 현장에서 직접 디제잉하는 디제이 쇼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던록 밴드인 델리스파이스의 베이시스트이자 수년간 디제이로 활동해 온 뮤지션 윤준호, 1990년대부터 홍대 부근 다운타운에서 디제잉을 해온 디제이 수퍼플라이(하성채) 등 베테랑 디제이들이 자신의 애창곡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참여하고 싶다면 ACC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하면 된다.

신청곡 : 소리설치, 복합미디어_성기완 / 나레이션_ 김하늘
토요디제이부쓰: 씨없는 수박, 김대중, 차승우, 성기완, 윤준호, 디제이 수퍼플라이 (하성채), 이조흠, 문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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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케이크, 트리> (왼), <ACC 유스클럽>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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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보았습니다만!> / ACC유스클럽 (왼), <당신 탓이 아닙니다.> / ACC 유스클럽 (오)

커피 사이는 나와 당신의 거리 <커피, 케이크, 트리>, <ACC 유스클럽>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케이크 모양의 설치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형 케이크 하단에는 오래된 턴테이블과 LP가 놓여있고, 상단에는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드립포트, 드리퍼, 브랜드 커피 등 소품이 일렬로 놓여있다. 최상단에는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흰 무명천으로 감싼 의자 두 개가 마주보고 있다. 박길종의 <커피, 케이크, 트리>는 익숙하지만 잊힌 커피 관련 소품들을 활용해 과거의 기억을 겹겹이 쌓인 케이크로 시각화한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두 개의 의자는 커피문화를 무형의 언어로 재생산하는 문화인 또는 무명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복합 3관 곳곳에 위치한 <ACC유스클럽>은 거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메타포이다. <커피사회>의 다른 섹션이 수직적인 커피 문화사를 다룬다면, <ACC유스클럽>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듯 수평적인 관계를 탐구한다. 작품들은 관객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콜렉티브 듀오 들토끼들의 <고도 Altitude>와 <구도 Ball’s Composition>는 변형된 실내 운동기구들로 타인과의 거리, 관계의 균형을 보여준다. 이상익의 <애써보았습니다만! Not Worth the Candle>은 계절에 어울리는 향초를 녹여 직사각형 덩어리로 굳힌 탁구대이다. 기존의 탁구대보다 50cm 짧게 제작되었는데, 관객들이 실제로 탁구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민구홍의 <당신 탓이 아닙니다. It’s Not Your Fault>는 2세대 아이패드의 지시에 따라 질문에 답하면 1977년~1983년 해적 출간된 에이브 세계문학전집 한 권을 추천해준다. 인공지능은 다소 사적인 질문을 건네며 참여자의 일상에 파고든다. 관성적으로 질문에 대답하다가 ‘당신 탓이 아닙니다.’ 라는 문장에 도달하면 불안한 현실과 감당해야 했던 책임으로부터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커피, 케이크, 트리 : 박길종
ACC유스클럽 : 김민조, 김한샘, 들토끼들, 민구홍 매뉴팩처링, 박동균, 우지영, 이상익 / 기획_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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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쌀롱> (왼), <다방이야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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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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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미니북)> (왼),  <다방활용법> (오)

그 시절 커피 이야기 <양림쌀롱>, <돌체 2018/2019>, <다방이야기>, <사랑방과 광장>, <오아시스>, <다방활용법>

커피라는 명칭은 아라비아어 카와(qahwah)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커피를 즐겨 마셨던 고종은 커피를 가비(假借) 또는 가배(珈琲)라고 불렀다. 왕의 음료였던 커피는 모단걸과 모단보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림쌀롱>은 관객들이 직접 모단걸과 모단보이가 되어 그 시절 분위기에 젖어들게 한다. 1930년 근대를 소재로 양림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콘텐츠를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옮겨왔다. 관객들은 직접 모던의상을 입고 고풍스러운 세트장에서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돌체 2018/2019>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클래식 음악을 선구적으로 소개했던 돌체다방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예술가들이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담론을 만들던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써 다방의 기능을 회고하고,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며 이를 재현한다. 광주 순회전에서는 OSIXTWO의 윤열이 큐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다방이야기>, <사랑방과 광장>은 그 시절 다방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화가, 문인, 영화인들의 이야기이다. 문학과 예술이 넘쳐나고 해방과 자유의 공간이던 다방을 추억한다. 시대를 함께 한 관객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힙(hip)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오아시스>는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주는 커피 자판기 두 대이다. 일명 ‘벽다방’이라고 불리던 자판기는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7년에 처음 등장해 크기와 디자인의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 자판기는 실제로 작동하는데, COOL 자판기에 천 원을 넣으면 캔커피 대신 1970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의 커피 광고들이 담긴 미니북이 나온다. <다방활용법>은 진짜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 홍윤주와 가짜 공간을 만드는 영화미술감독 안성현의 협업 작품이다. 진짜 다방을 관찰하여 만든 가짜 다방에 앉아있으면, 우리가 알고 있던 ‘다방’의 실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양림쌀롱: 기획_양림쌀롱
돌체 2018/2019 :박민준, 윤석철, 윤열이
다방이야기: 영상_박정훈, 김창겸 /원고_김진하
사랑방과 광장: 제작_김노암, 김성기, 김수인 / 인터뷰이_강홍구, 금누리, 김구림, 김창겸, 노영우, 박영숙, 성능경, 신범순, 안상수, 엄희용, 우실하, 윤진섭, 이구열, 이상현, 주재환 / 영상촬영_김수인, 김기노 / 영상편집_신나라
오아시스 : 양민영
다방활용법 : 홍윤주, 안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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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대중> ‘알약, 커피, 껌’ (왼), <방>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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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작가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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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

흔한 고독과 찬란한 예술 <커피대중>, <방>, <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커피를 마신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마시거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 마신다. 관념적인 대화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라면 식사보다 커피가 제격이다. 특유의 달콤한 향, 씁쓸한 맛, 몸 안에 들어가면 일으키는 화학반응의 신비한 능력 때문이다. <커피대중>은 커피를 마시며 한 번쯤 해볼 법한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너피에 풀어낸다. 주재환의 시선은 내면 성찰에서부터 시작해 세상에 대한 풍자와 아이러니로 이어진다. <방>은 로스팅한 커피콩 2.5톤이 가득한 공간이다. 여기는 100Hz 미만의 저음과 커피 냄새가 진동한다. 관람객 누구나 방에 들어가 놀이를 하거나 사색할 수 있다. 이 방에 머무는 동안 불안을 엄습하던 저음은 편안해 지고, 거울 너머의 세상이 진짜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작가 백현진은 개막식 날 해프닝 성격을 띤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추후 일정은 ACC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는 제비다방, 낙랑팔러, 멕시코 등 1930년대 경성의 다방을 회상한다. 그 시절 다방모습이 담긴 사진부터 다방에서 탄생한 시, 소설, 수필을 만나볼 수 있다. 박태원의 <소설가구보씨의 일일>과 이상이 ‘하융’이란 필명으로 그린 삽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커피대중 : 주재환
방 : 백현진
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 : 기획_신범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 공간_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 벽화_김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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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맛>

광주의 카페, 근대의 맛을 보여드립니다. <근대의 맛>

1920년대 커피는 무슨 맛이었을까? 커피는 개화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특유의 제조법과 맛을 선보이며 변해왔다. <근대의 맛>은 1920년대 근대문화의 산실이던 서울역 ‘그릴’을 재현한 공간에서 광주지역의 카페들이 개발한 근대 메뉴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육각커피, 커볶커피, 1930양림쌀롱, 커피 볶는 집 마루, 카페304, 로이스 커피 등 총 6개의 카페가 참여하여 매주 다른 근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양림동에 자리 잡은 육각커피는 당시 선교사들이 심은 호두나무에서 착안하여 호두맛이 나는 크림을 얹은 커피를, 커볶커피는 진한 커피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던 라떼를 ‘무등산 1187’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1930양림쌀롱은 김현승 시인이 즐겨 찾던 힐스브로스 커피를, 커피볶는 집 마루는 침지식이 아닌 투과식으로 추출한 페루와 볼리비아 커피를 낸다. 카페304는 커피콩 산지 농장들을 방문하고 직접 무역으로 들여온 스페셜티 커피를 아메리카노와 플랫화이트로 소개하고, 로이스 커피는 1908년에 만들어진 ‘메리타 드리퍼’를 이용하여 ‘오월의 장미’와 ‘오월의 별빛’을 표현한 브랜드 원두를 선사한다. <근대의 맛>은 전시 기간 동안 선착순 50명에게 커피를 제공한다. 점심시간 (12:00~13:00)를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전시가 끝나는 시간까지 진행된다.

근대의 맛 : 기획_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아시아문화원 / 공간_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 참여_육각커피, 커볶커피, 1930양림쌀롱, 커피볶는 집 마루, 카페 304, 로이스 커피 / 후원_Ia marz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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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아카이브>


그밖에도 복합4관 중앙에 배치된 <커피사회 아카이브>는 커피의 기원과 전래 과정, 대중화되던 초기부터 오늘날 발달된 커피 도구세트, 추출 기술 등을 작은 카드로 제작하여 삽화로 보여준다.

커피사회 아카이브 : 기획_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 공간_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커피는 같은 원두라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온도와 기압차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묵직한 느낌을 주는 커피가 그윽한 향을 더하고, 햇볕이 좋은 날에는 산미가 강한 커피가 활력을 준다. 그래서 봄은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계절이다. 화창한 봄볕과 꽃샘추위, 봄비가 커피 맛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오늘 <커피사회>에서 봄날의 커피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제목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에 실린 수필 제목에서 차용함




  • . 송재영 tarajay@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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