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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낯설고도 먹먹한 신비체험 ACC 시네마테크 「오버 데어」


이슈&뷰

한없이 낯선 영상에서 온
색다른 행복

관객들의 감상이 별빛처럼 흩뿌려지며
저마다의 우주가 빛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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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니 자주 어떤 기획 혹은 아이템은 기획자(작가)를 압도한다. 마치 자연 앞에 선 인간처럼. 아이템(기획)에 압도된 작가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축복일까? 비극일까? 장민승 감독의 <오버 데어>는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오직 영상과 음악만으로 직조한 우리가 몰랐던 제주, 장민승 감독이 4년 간 발품을 팔아 켜켜이 쌓아올린 천일의 제주에 정재일 음악감독의 현무암의 질감과 같은 음악이 더해지면서 놀라운 화학 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각자의 감정들을 폭발시킨다. 보는 사람마다 떠올린 다른 수많은 감정의 편린들은 우주에 흩뿌려진 별들처럼 형형하게 빛이 난다. 어쩌면 그것은 장민승×정재일 콤비가 염두해 두었던 유일한 메시지, <우주적 신비체험>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닌 ‘제주’
우리가 동경하던 저 너머, ‘그 어딘가’

영화가 시공간을 뛰어넘게 만드는
타임머신이 된 ‘그 순간’



2019년 5월31일. 금요일 저녁 7시. ACC 극장 3. 5월 시네마테크의 마지막 프로그램, 「오버 데어」가 상영됐다. 200석 규모의 극장 3은 상영 한 시간 전부터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제주의 눈 따라, 물길 따라, 바람 결에 장민승 감독과 정재일의 음악이 만난 특별하고도 놀라운 시네 콜라보. 1000일 동안의 제주 섬 이야기’라는 영화 소개 글은 앞으로 45분 동안 얼마나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질 지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다. 우리는 이미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제주를 알고 있음으로! 그리고 저녁 7시. 김지하 프로그래머의 「오버 데어」 소개와 함께 제주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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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시종일관 충격이었다.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바다와 눈부신 햇살의 낭만적인 섬, 제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화면은 흑과 백으로 나뉜 듯 어둡고 무겁다. 눈 덮인 현무암의 질감, 모든 것을 감싸 안았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안개의 힘, 숲과 산, 눈과 비바람,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 동굴 속 고드름 이후 비로소 만난 일렁이는 보리밭과 초록! 하지만 제대로 안도의 한숨을 다 내쉬기도 전에 화면은 다시 흑과 백의 제주가 펼쳐진다. 직조한 집채만 한 파도와 무섭게 다가오는 흰 포말, 그리고 검은 바다라는 원형의 제주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단 한마디의 말소리, 단 한 줄의 자막도 없이 이토록 우직하게 현장과 현장음을 담아낸 영상과 동행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음악이다. 영화의 런닝 타임과 같은 45분에 이르는 영화 음악은 어떤 장면에서는 무음으로, 어떤 장면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로, 어떤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로 영상과 동행하며, [오버 데어]를 본 관객들이 ‘자신만의 우주’를 찾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발사체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영상은 물처럼 흐르고
음악은 공기와 바람처럼 스치다

아무것도 의도치 않아서
함께한 이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떠오르게 만들었던
‘오버 데어’의 talk talk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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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의 상영이 끝나고 곧장 GV Talk이 이어졌다. 극장 안을 빼곡히 메운 관객들이 단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장민승 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을 맞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던 홍효숙 선생의 사회로 1시간 남짓하게 진행된 「오버 데어」 GV Talk은 시종일관 뜨겁고 진지했으며 유쾌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풍성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은 자막 한 줄, 내레이션 하나 없는 이 실험적인 영화가 얼마나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지, 또 이 작품이 왜 동시대 예술이면서도 그 너머를 보여준 작품인지를 알게 해 주는 훌륭한 지표가 되었다. 감정과 감정, 마음과 마음이 만나 「오버 데어」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GV Talk 현장을 스케치한다.



장민승 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의 GV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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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CC 극장3에서의 상영 소감은?

A 장민승 : 「오버 데어」는 형식이 매우 중요한 필름인데, 우리나라에는 이 영화를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극장이 별로 없다. 그런데 ACC 극장 3은 압도적으로 좋은 화질을 보여줘서 제 영화임에도 다르게 보인다. 너무 디테일하게 보여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도) ‘이걸 이렇게 찍어야 하는구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라식수술을 하면서 세상을 새로 본 듯한 느낌이랄까?

Q 영상과 함께 가장 중요한 영화의 축이 바로 ‘음악’인데 어떤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었나?

A 정재일 : 영상을 보면서 맥락이 점점 사라지는, 아니 이곳이 어디인가, 어느 행성인가 하는, 영화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적인 느낌을 받았다. 우주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사용한 요소는 3가지다. 첫 번째는 우주, 또는 대자연의 음악. 이 우주와 대자연의 에너지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를 사용했다. 두 번째는 퇴적된 음악. 제주도는 퇴적이 되어 섬이 만들어지고 계곡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음악도 퇴적된 음악이길 바랬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다. 세 번째는 종교적이면서도 제의적인 느낌인데 무슬림의 나라에서는 애잔한 음악 소리들이 공기처럼 들린다. 「오버 데어」의 음악도 바람처럼 공기처럼 들리길 원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가믈란(종들이 이어진 악기)을 사용했는데 감정을 담는 대신 감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A 장민승 : 음악에 대해서는 그냥 맡겼다. 편집본을 보여주지도 않고. 4년 간의 작업과정 동안 찍어 온 영상들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었고, ‘그냥 런닝 타임이 45분인데 보통 영화 음악처럼 쪼개지 말고 그냥 45분을 만들어줘.’ 라고 했는데 정말 딱 맞는 음악이 나와서 놀랐다. 음악이 과하게 서사적이지 않길 바랬는데 정말 딱 맞았다.

A 정재일 : 드라마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A 장민승 : 영화 속에서 영상은 정지된 채로 가만히 있고 음악이 행동하게 만들었는데 자연스럽게 감성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 음악은 레퀴엠의 한 피스, 한 부분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에게도 엄청난 위로가 됐다.

Q ‘메시지를 떨어뜨리고, 사고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는 연출의 변이 있었다. ‘무엇’이 감독을 저런 이미지가 있는, ‘그 곳’으로 데려 갔을까?

A 장민승 : 아모레 퍼시픽에서 처음 의뢰했던 작업은 ‘사진’이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제주도를 기록하고 전시하고 기업의 홍보 자료도 쓰고 하는 뭐 그런 작업. 한 1-2년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다니면 다닐수록 아름다운 풍경 속에 배어나오는 슬픔이 느껴지더라. ‘손 타지 않는 제주, 원초적인 제주’를 만나고 싶어서 산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런데 산으로 가고 자연으로 가도 바람이 엄청 불기 때문에 모든 사물이 바람에 맞서서 자기 소리를 내고 있었다. 4·3 관련한 인터뷰도 많이 했다. 제주도 분들의 이야기도, 자연의 소리도 들었지만 못들은 척 했다. 너무 엄청나서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줄의 텍스트를 쓸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접었다. 1FB 바이트(1TB 바이트×1000개)를 찍은 총 4년 동안 3년의 천일은 더하기의 과정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빼기의 시간이었다. 메시지나 스토리가 없기에 촬영했을 당시의 상태, 감각을 제공하는 영화이길 바랬다.

Q 5월 광주에서 「오버 데어」를 본다는 것의 의미가 크다. 안개, 구름 등은 시간적 개념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영상이 의지적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여성의 에너지 역시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만드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정재일 : 바람과 공기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음악에서 종교나 무속에 근거한 이미지가 담길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씻김굿, 무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예술의 시작이 종교였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고. 한반도의 다양한 아픔들을 느낀 분들도 계셨을 텐데 단순히 ‘이것이다’라고 하기 보다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 최민임 samagg@hanmail.net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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