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우리 영웅들의 신나는 한판 승부 무사 : 불멸의 영웅들


이슈&뷰

여기, 아시아 영웅들의
신명나는 배틀 한 판이 펼쳐지오~

마치 떠들썩한 저잣거리 패거리를 따라 고대의 어느 부족 마을과, 지하세계와, 구천 어디를 돌아다니다 나온 기분이다. 아직 더 따라다닐 수 있는데... 70분, 눈 뗄 수 없는 MUSA의 러닝타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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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새로운 무대다!

무대가 휘었다. 양옆이 대략 4층 높이는 될 만큼 솟은 U자형 무대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시니엄 무대의 원근법적인 공간이 아니다. 무대가 휘어지자 평면이 입체가 되는 환상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 <극장 1>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갖춘 국내 최대의 가변형 공연장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기술이 새로운 공연을 가능하게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양쪽에서 빛이 흘러내린다. 아름답다. 무대는 빛으로 그리는 캔버스다. 특히 무대의 양 끝은 험한 산꼭대기가 되었다가, 천녀들의 천상계가 되었다가, 악당 우두머리의 소굴이 되었다가, 꽃밭이 되었다가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이러한 영상을 위해 투입된 CG 기술과 라이트 아트가 무대를 환상적인 서사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놓았다. 와이어를 매단 인물들이 왼쪽에서 날아올지 오른쪽에서 날아올지 모른다. 한가운데 구멍에서 솟아오르기도 하고 꺼져 사라지기도 한다. 무대 아래서 옆에서도 등장한다. 고개를 쭉 빼고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공연 한 편을 보면서 인물들의 등. 퇴장로를 따라 시선을 이렇게 바쁘게 옮긴 건 처음인 것 같다. 이 작품의 숨은 재미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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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놀이패를 만나다.

조명이 켜지자 줄광대 한 명이 등장한다. 그의 익살스러우면서도 묘한 표정을 보았다. 시간 여행을 안내하듯 이 광대는 시공간을 옮겨놓는다. 부채를 흔들며 멋지게 줄을 한 판 타고 놀더니 사라진다. 그리고 동료 놀이패들이 등장하면 나는 조선시대 어느 장터에 와 있다.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물구나무서기), 상모돌리기, 커다란 후프 타기 등등 모두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신나는 연희가 순식간에 펼쳐진다. 양쪽 패들이 편을 갈라 대결을 펼치면 들썩들썩 신나는 풍물 소리와 현대적인 음악이 함께 흥을 돋운다. 전통 연희패의 놀이 판은 한국적 정서를 물씬 느끼게 함과 동시에 선, 악의 대결구도를 대립만이 아닌 화합의 가능성으로 이끄는 출구를 마련해 준다. 공연이 끝나고도 잔상(殘像)은 선의 승리, 악의 몰락보다는 영웅들의 신나는 한 판 승부로 남는다. 더 큰 박수를 쳐야 했는데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보니 낯선 마음에 즐거운 만큼 신나게 박수를 못 친 것이 못내 아쉽다.

이시백과 천둥이(박 씨 부인)...
우리 영웅들의 부활

고전 소설에서 영웅이란 모두 고난을 통과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나 특히 여성 영웅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고난이 덧붙어있다. 예를 들면 박 씨 부인은 못생긴 외모가 그녀에게 덧붙은 고난이다. 천둥이, 아마도 천하고 구박받은 아이에게 붙인 이름이었겠지.... 그러나 한편 하늘의 아이, 하늘을 울리는 아이로도 읽힌다. 세상이 변한 것은 사실인가 보다. 이제는 그런 고난을 이겨낸 천둥이가 수많은 영웅들을 이끄는 극의 중심인물이 되었으니까, 병자호란 때의 박 씨 부인이 보신다면 눈물을 흘리실 일이다.

초반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두 인물이 있다. 세상을 가지려 했던 수명 장자와 패배의 울분으로 가득했던 천둥이는 절대 힘을 상징하는 쇠 우리를 얻게 된다. 역시나 절대 힘을 탐하는 자는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일까? 쇠 우리는 목걸이처럼 생겼지만 동시에 죄수의 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쇠 우리를 탐하는 또 한 사람, 악대. 악대는 쇠 우리를 얻기 위해 주술사 부간과 땅 속의 마신(魔神), 울루와 우사첩을 불러들인다. 악대와 악대 무리들이 살육을 저지르며 악행을 일삼는 장면, 그들의 발밑에 쓰러진 주민들은 5.18 당시 계엄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아무튼 괴로워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악으로 걸어들어 가는 악대는 무거운 그림자를 달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도 혼자서는 뜻을 이룰 수 없는 법. 세상 잘난 이시백과 호위무사 범천총, 홍대권은 찰떡궁합 호쾌한 삼총사다. 이에 천둥이에게도 호위무사 계화와 계월이 합세하면 우리 설화와 고전 속의 영웅 어벤저스가 탄생한다. 이들이 펼치는 몸짓은 때로는 현대무용이고, 때로는 기예고, 무술이다. 눈으로 만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땀으로 완성시킨 것임이 여실하다. 또한 저승차사들의 군무, 검은 도포 자락. 조명 아래서 바람을 타는 한복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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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꽃밭, 한락궁이를 만나다.

천둥이 일행은 생명의 소생을 얻기 위해 서천꽃밭을 거쳐야 한다. 이곳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관장하는 한락궁이가 있다. 한락궁이는 커다랗고 하얀 꽃 무덤을 입었다. 커다란 무대 한가운데, 정적 속에서 웃음과 울음, 기쁨과 슬픔, 분노와 고통을 뿜어낸다. 영웅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일까? 한락궁이에게 맥을 못 추고 조종당하던 우리 영웅 어벤저스들은 시험을 통과하여 최후의 대결을 펼치기 위해 염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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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서를 내뿜는 넌버벌 퍼포먼스

이 모든 줄거리에 대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연출한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인물들을 하나하나 개성 있게 살려내고 영웅 캐릭터들이 펼치는 멋진 퍼포먼스를 완성하기 위해 땀 흘렸을 시간을 생각해 본다. 눈앞에서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는 우리의 영웅들을 어린 자녀들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 본다. 총 출연진 48명에 조명, 음악, 의상, 분장, 소품 등 제작진의 수만 해도 100명에 이르는 작품이다. 공들인 노력이 역력하다. 기대에 부흥하는 색다르고 멋진 공연, MUSA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준비한 이 새로운 공연이 많은 관객들을 향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관객들과 소통하며 더욱 진화하길 바란다.

말해 무엇하랴. ◯◯맨, ◯◯우먼, ◯◯공주와 악당... 영웅의 세계도 할리우드의 영웅들이 일색인 형국이다.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이 히어로 판타지를 무수히 생산한다. 그리고 이를 즐기며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소설로, 상품으로 재생산하는 시대이다. 그 가운데 우리의 문화 DNA에 친근한 영웅들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닮은, 우리의 정서와 목소리를 품은 영웅. 이러한 영웅의 탄생을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매진하고 있다.

흔히들 인생은 연극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한 판 멋지게 놀다 가고 싶은 배우이자 관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은 버겁고 때론 시험대 같은 무대에 오른 것만 같다. 그리고 배역은 내가 지켜야 할 무엇을 위해 싸우는 무사(武士)다. 우리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싸워야 할 것에서 승리하는 멋진 무사의 모습이길... ACC, MUSA(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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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나나 tonana@hanmail.net
  • 사진.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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