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이었던 아이는 조그만 곰 인형 젤리 모양이 되고, 그렇게 동그랗게 나온 곰의 손과 발은 길쭉하게 자라 손가락 마디마디를 형성한다. 어머니에게서 이어지던 붉은 피는 심장이 되어 아이의 구석구석을 잇는 핏줄을 만들고 살이 그 심장을 감싸며 작은 아기가 되어 세상에 태어난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오로지 엄마의 살 내음에 얼굴을 묻던 아기는 어느 날 세상을 응시하며 옹알이를 시작하고 목에 힘을 빳빳하게 주어 들더니 뒤집기를 시작한다. 뒤집던 아이가 기기를 시작하고 조그만 손 다리에 힘을 주어 끙차 일어서서 앉더니, 어느 새 아장아장 아슬아슬하게 걷던 다리는 엄마를 숨차게 할 정도로 힘차게 뛴다. 아이는 어린이가 되고 사춘기를 지나 멋진 청년이 되고 세상을 힘차게 나아간다.


시간은 빠르다. 너무 빨라서 그 시간을 잡을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규칙대로 흘러간다. 우연히 서랍 속에서 발견한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 사진은 과거에 멈춰 있으나, 그 사진의 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삶을 이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가 없다. 즉, 과거는 미래로 이어진다.




(200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공사 현장)









현재로 이어지는 찰나의 순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슈가 됐던 영화<택시운전사>. 1980년대 5·18민주화운동으로 광주에 찾아온 독일기자 ‘힌츠펜터’가 당시 서울에서부터 같이 동행했던 택시기사 ‘김사복’ 씨를 찾으려 했지만, 끝내 못 찾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영화 개봉 후, 현재의 사람들은 과거를 만났다. 그리고 택시기사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SNS에 등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가 내보인 사진, 힌츠펜터 씨와 김사복 씨가 함께 나란히 찍힌 한 장의 ‘흑백사진’이었다. 현재에서 마주한 찰나의 순간. 과거의 사진은 현재의 역사로 이어지고 그 역사의 과거를 우리는 되짚어보며 다시 현재의 인연이 되어 미래로 이어진다. 2008년 첫 공사가 시작되고 2015년 개관 후 2017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에서 마주한 찰나의 시간들을 담고 있다.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만나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드론 촬영 사진 흑백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미래로.



고즈넉이 춤을 추는 하얀 나비, 그 날개 접고 살포시 내려앉다.
파르르 떨리는 날개에 울음이 접혀 있고, 시선 가는 곳에 아름답고 숭고한 영혼들이 있다.
날개 한번 푸덕이니 날아가려야 날아갈 수 없는 그리움이 이곳에 흩뿌려지는구나.
눈물짓도록 아름다운 날개 짓이 시간을 따라가니, 그 시간은 역사가 되고 우리의 미래가 된다.








민주, 인권, 평화를 상징하는 민주평화교류원. 5·18운동의 민주주의 정신이 깃든 이곳은 아시아와 이어져 있다. 이곳은 현재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역사와의 공존을 담은 현재의 호흡, 수많은 날숨과 들숨이 오고가는 이 현재가 이어지는 시간의 끝에는,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과 같이 아시아로 나아가는 긴 미래가 있을 것이다.










서사가 흐르는 기록



수 초 수 분, 수 시간, 수 년, 수많은 영겁의 흔적들이 반복되고 교차되어 국가를 이루고 아시아라는 거대한 영토를 이룬다.
역사라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거친 바다의 한 가운데 근대의 시간은 미래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든다.
기억하라, 과거는 당신의 삶을 만들고, 당신은 미래를 만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문화정보원 내 위치한 라이브러리파크는 현재에 열린 공간이자 과거 기록의 공간이다. 아시아의 근현대 건축, 사진, 소리와 음악, 공연예술, 퍼포먼스 아트, 전시, 크리에이터, 이주, 도시, 전자상가,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디자인을 담고 있다. 아시아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일련의 기록들은 디지털화되어 미래의 후대에게는 기록을, 그리고 문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소재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아시아의 과거를 만나고 현재의 나를 만난다.










미래의 주인공, 웃음이 시작되는 곳



어느 날, 어느 순간, 당신을 만났다.
미온수처럼 은은하게 퍼진 사랑은 따뜻한 가족을 이루고 행복의 온기는 아이로 이어져 세상 속 삶으로 커나간다.
당신과 나의 아이가, 그대의 아이가 우리들의 아이가 자라는 지금,
부모의 과거에서 이어진 아이의 웃음이 현재의 공간을 메우고 이 맑은 웃음이 자라 힘차게 미래를 만들어간다.






어린이의 무한한 상상력과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곳,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어린이문화원. 국내 최대 어린이 문화 시설인 이곳은 현재의 어린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언제나 늘 밝음으로 가득 차 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창작실험, 연극, 놀이 체험 등 아시아 문화를 보고 듣고 접하면서, 열린 시각과 풍부한 창의성을 키워나간다. 무엇보다 어린이문화원은 현재의 어린이와 과거의 어린이가 함께, 현재의 성인이 미래의 성인과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과거의 어린이는 현재의 어른이 되고, 현재의 어린이는 미래의 어른이 된다. 이곳은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들고 그 시간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기에 가장 밝아야하고 가장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미래도 만들어가는 곳이기에, 이곳의 추억이, 이곳의 기억이 당신의 삶과 일상에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공간마다 스며든 시간의 감성



어느 밤, 창가에 손톱모양 달이 날을 세우고 시리도록 아픈 밤, 창가에 홀로 기대어 외로운 바람 하나 만났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그 일상이 지쳐갈 쯤 그 시간은 우리들 인생의 한 켠을 차지하는 흑백사진이 된다.
지나간 찰나의 순간, 그것은 과거가 된다.
그러나 그 사진의 나도 나이듯, 지금의 나는 그 흑백사진의 과거에서 시작되고, 현재의 나는 미래로 이어진다.




매일매일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일상,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흑백의 삶.
그러나 흑백에도 빛은 있다. 밝음은 어두움이 있기에 더욱 빛나고 어두움은 밝음이 있기에 더욱 깊다.
미래는 현재가 있기에 존재하고 그 현재는 과거가 있기에 존재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공연, 전시, 교육, 축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들의 단조로운 흑백 삶 속에 녹아 빛을 불어넣고 시간의 가치를 만든다.
회색 도심에서 자연의 빛을 만들어 삶의 여유를 만들고 차가운 건물의 창 하나하나에서 스며드는 빛은 온도를 만든다.
드넓은 마당과 광장은 살랑살랑 춤추는 바람과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이 하나 되어 들썩들썩 웃음소리를 만든다.
예술의 빛이 모이고, 문화공간의 깊이를 만들어 시간의 감성을 담는다.








이곳의 과거, 현재, 미래, 그 시간은 당신과 함께 흘러간다.
A.C.C.



ACC웹진 정경애(에디터) 송진주(글) 김보경 김용환(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