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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 since 1935 광주극장


광주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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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도 하나밖에 없고, 발 뻗고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리클라이너 의자도 없다. 놀이공원같이 짜릿한 4DX 영화 상영도 없고, 겨울에는 담요를 덮어야 할 만큼 난방 효율도 떨어진다. 편리하고 세련되고 새로운 것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불편하고 낡고 오래된 모습으로 여전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 그곳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기다리고, 내 마음대로 좌석을 찾아 앉을 수 있는 여유와 영화 상영 전 지루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고, 불편함마저 사랑하는 오래된 단골 관객들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 100년사와 함께 해온 84년 역사가 오롯이 깃들어 있다. 국내 유일의 단관 극장, 광주극장. 고등학생 때부터 광주극장에 매료되어 지금은 극장 실무자가 된 신진아 팀장은 광주극장의 매력을 이렇게 얘기한다.

신진아 팀장 / 광주극장

“광주극장의 매력은 역사성과 특수성으로 함축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는 역사성, 이런 분위기, 이런 구조의 극장이라는 특수성이 있죠. 매력이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불편한 점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곳을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광주극장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단골손님이었다가 이렇게 눌러앉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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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묵은 옛날 극장
광주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오랜만에 광주극장을 찾았다. 광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억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을 84년 묵은 옛날 극장.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 오래된 풍경처럼 익숙하다. 건물 정면에 광주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그림이 눈에 띈다. 영화 손간판 그림이다.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이면서 전국 유일의 손간판 그림을 거는 영화관. 광주극장에는 전국 유일하게 특별한 것들이 많다. 지금 걸린 간판은 광주극장 ‘영화간판학교’에서 일반인들의 손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마지막 간판장이로 유명한 박태규 화백의 지도로 올해 4년째 이어지는 일이다. 디지털 포스터에서 느낄 수 없는 투박한 아날로그 느낌이 오래도록 눈길을 붙든다. 최첨단을 향해 가는 요즘 시대, 사람들은 왜 여전히 광주극장을 찾는 걸까. 광주극장으로 들어서며 얼핏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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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매표소를 시작으로 오래되고 정겨운 풍경들이 다가온다. 극장 한편에 자리한 박태규 화백의 오래된 간판 그림들부터 초창기 때 영화표와 포스터, 광주극장 사진 등을 전시한 공간, 일본 순사들이 앉아서 극장 동태를 감시했다는 임검석, 그리고 이제는 작동을 멈춘 두 대의 필름 영사기까지... 극장 전체가 84년 세월을 온전히 품은 하나의 역사관이다.

신진아 팀장 / 광주극장

“필름 영사기는 2000년대 중반 되면서 서서히 디지털로 변화가 됐어요. 사용하던 필름 영사기 두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회가 될 때면 필름을 공수해 와서 필름 영화를 상영하곤 해요. 가장 최근 필름 영사했던 작품이 ‘안개 속의 풍경’과 ‘영원과 하루’라는 작품인데 그리스에서 바로 필름으로 받아서 상영했죠. 아시는 분들은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시고, 그런 아날로그 느낌을 많이들 좋아하세요.”

한국 영화 100년사와
함께 해온 광주극장
우여곡절 많았던 84년 역사
영화의 예술성, 다양성을 지켜가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성장

올해로 한국 영화 역사가 태동한지 100년째라고 한다.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에서 한국인이 만든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이후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시작된 초창기부터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 TV 보급과 유신정권의 검열로 인한 침체기였던 1970년대,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2000년대까지 한국 영화 100년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영화 역사의 아카이브가 바로 광주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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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은 1935년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 상영이 첫 시작이었다. 서슬이 시퍼렇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의 손으로 세워진 광주지역의 첫 번째 영화관. 초창기에는 일제의 검열 속에 판소리, 창극단 공연 등으로 민족의식을 꽃피웠고 해방 이후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애국 강연회를 비롯해 음악회, 연극제 등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의 산실이 되어왔다. 1968년 큰 화재로 극장이 전소된 뒤 8개월에 걸쳐 다시 지어진 모습이 지금에 이른다.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는 단관 극장이지만 그 규모는 결코 단출하지 않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좌석만 해도 856석이다. 스크린뿐 아니라 공연 무대를 갖추고 있어 마치 거대한 오페라 극장을 보는 듯하다. 이 공간을 지켜오느라 84년 세월 우여곡절도, 고비도 많았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물결에 대부분의 단관극장이 문을 닫거나 복합 상영관으로 변모했지만 광주극장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대규모 자본으로 탄생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상업영화에서 벗어나 영화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의 전환이었다. 2002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시작한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라는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사업이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의 필연이자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신진아 팀장 / 광주극장

“한국 영화의 문제라고도 하는데 주로 미국 영화 아니면 가끔 일본 영화가 대부분이고 그 밖에 다른 나라 영화 보기가 힘들잖아요. 그 정도로 한국 영화 시장이 상업영화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광주극장은 그런 영화들 말고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죠. 유럽 영화, 3세계 영화, 영화제 수상작품들.. 멀티플렉스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려고 노력해요.”

극장의 독립성과 자율성 위해
정부 지원금 포기
존폐의 위기에서 지역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광주극장

흥행과 유행이 기준이 아닌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삼는 ‘예술영화 전용관’ 광주극장. 광주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자리 잡아온 광주극장은 2015년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당시, 사실상 상영작 사전 검열에 해당하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의 등장과 함께였다. 그동안 영화관들이 예술영화들을 취사선택해 상영했던 것과 달리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특정 작품들을 상영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극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까닭에 광주극장은 고민 끝에 지원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 극장 운영 수익의 35%에 이르는 사업비가 중단됐지만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어렵게 자리 잡아온 광주극장의 최대 위기이자 존폐의 갈림길이었다.

신진아 팀장 / 광주극장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던 2015년에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정부 비판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다 보니까 기존 사업을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으로 바꿔서 자기들이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는 극장에만 지원금을 주었거든요. 전국적으로 보이콧 운동을 하다가 하나둘씩 다시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도 했는데.. 저희는 2년 동안 보이콧을 하면서 극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죠. 그때 처음으로 후원회원 제도를 고민했었거든요. 어떻게 관객에게 돈을 후원받나 했는데 거의 기로에 서서 시작을 했죠. 눈물로 신청서를 받았던 그때가 2016년이었어요.”

존폐의 위기에서 광주극장을 살린 것은 광주극장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역 관객들이었다. 2016년 인터넷에 ‘광주극장의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뒤 후원회원 제도가 광주시민들의 광주극장 살리기 캠페인으로 번졌다.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한 회원들이 어느덧 500여 명에 이르렀다.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비로 지원금이 끊긴 2년 동안 간신히 버텨올 수 있었다. 2018년 이후 다시 지원금을 받게 된 지금도 고정 후원회원 30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광주극장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광주의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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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영화로
관객들의 신뢰를 지켜가다.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서도
영사기는 돌아간다.

지역민들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온 광주극장은 신뢰할 수 있는 영화 상영으로 시민들의 사랑에 응답한다. 100만 1000만 관객몰이를 하는 흥행 영화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양성 영화를 통해 광주극장만의 고유한 빛깔을 입혀가고 있다. 시시때때로 진행되는 영화제와 기획전도 풍성하다. 지난 시월 개관 84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비롯해 이탈리아 클래식, 스웨덴 영화제, 월드뮤직 월드시네마 특별전,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 등 올해만 해도 십여 차례가 넘는 행사가 진행됐다. 최대한 좋은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영화 상영 이외에도 무대가 있는 극장으로서 콘서트나 영화평론가와의 시네토크, 영화스터디 모임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진다. 영화 상영 전에는 절대 광고를 하지 않고 마지막 스크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조명을 끄지 않는 배려,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영사기를 돌리는 신뢰도 지켜간다.

신진아 팀장 / 광주극장

“보통 멀티 영화관에서 길게는 10분 20분까지 광고를 봐야 하는데.. 광주극장에서는 영화 시작 전에 광고는 일절 하지 않아요. 저희 운영 철학이죠. 단 한 명의 관객이 올 때도 영화를 상영해요. 다른 극장들은 한 명 이상이 와야 튼다거나 두 명 이상, 네 명 이상 와야 튼다고 공지를 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단 한 명이라도 오셨으면 틀어야 한다는 게 저희 극장의 철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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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효율성이 아닌 단 한 사람의 관객을 보는 영화관, 광주극장. 사람의 온기가 흐르고 예술 영화의 감동이 흐르는 이곳이 있어 광주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이면 난방을 해도 실내가 추워서 관객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한다. 깊어가는 겨울, 히터 대신 따뜻한 사람 손잡고 광주극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담요 덮고 영화 한편 보는 시간 동안 추위도 잊게 되지 않을까.

광주극장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46번길 10
문의 062-224-5858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



  • . 유연희 heyjeje@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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