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전시로 풍년이다. 오랜 역사로 구축된 지역성, 그를 억압하던 식민성, 그리고 나아가 국제성까지 아시아의 땅들에 대한 전시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ACC가 9월과 10월에 선보이는 모든 전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것들이 어떤 성격을 내포하며 서로 교류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ACC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참여자들이 연구(Research) - 창작(Creation) - 제작(Production)의 단계를 수행함에 있어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화합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통합적인 플랫폼의 역할(출처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이라는 소개를 한 번 떠올려 보자. ACC의 전시는 단일한 방식이나 관점으로 해석하기엔 오류를 내포하기 쉽다. 그야말로 ‘경계를 가로지르’는 것이 하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전시를 좀 더 명확히 소개하기 위해 국제주의, 신지역주의, 탈식민주의를 기준으로 간단히 분류해보았다. 해석의 관점에 따라 이를 제외한 수많은 담론이 추가적으로 끼어들어올 수 있다. 또한, 위의 분류에서는 탈식민주의가 그 전시의 특성을 대표하고 있을 때에만 그에 포함시켰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전시는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현대의 아시아는 이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기도 하며, 탈식민주의는 아시아를 넘어 현대의 쟁점들을 분석할 때에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중요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라시아 세 번째 장
<나의, 당신의, 우리의 것: 경계와 영토, 그리고 연합>



앞서 언급한 모든 특성들을 포괄하면서도 ACC의 목적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전시, <새로운 유라시아 프로젝트>로 소개를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당신의, 우리의 것 : 경계와 영토, 그리고 연합>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유라시아를 기반으로 도시, 네트워크, 영토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진행되는 전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장이다. 2015년 11월 <이곳, 저곳, 모든 곳 : 유라시아의 도시>를 통해 각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았고, 그 이후 두 번째 전시 <이곳으로부터, 저곳을 향해, 그리고 그 사이 : 네트워크의 극劇>에서는 유라시아의 네트워크를 시각화했다. 그리고 이번 <나의, 당신의, 우리의 것 : 경계와 영토, 그리고 연합>은 직접적인 오브제들과 인터뷰가 눈에 띈다. 부서진 건물들의 조각, 혹은 어딜 가든 똑같다고 말하는 난민의 목소리는 과연 영토란 무엇인지, 역사란 무엇인지 감각하게 한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유라시아의 강력하고 역동적인 현재를 시각화한다. 이 프로젝트는 유라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엔 카드게임을 제시한다. 관람객이 원형으로 앉아 카드를 주고받으면 통일이라는 글자가 완성되는 게임이다.






문화창조원 복합3관 / 2017.08.11 - 2018.01.14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2017 ACC 창작공간네트워크 전시
<아시아의 도시들>



유라시아를 둘러봤으니 그 안의 아시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ACC 창작공간 네트워크전시’는 올해 7년째로, 아시아 각국 창작공간들과 작품을 소개하며 아시아 문화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ACC의 전략 사업이다. 올해는 아시아 19개국에서 33개 창작공간과 이들을 대표하는 35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방치된 도시 (일함-아이펠총 <종이에 베인 느낌>), 동물이 없는 동물원 (일함-아이펠 총 <잔혹도시>), 이민자 하인으로 대변되는 장난감 인형들 (바미얀 아트 스페이스-아지즈 하자라), 지워진 공간으로서의 집창촌 (대구예술발전소-장용근 <보이지 않는 노동_37호 보고서>) 등 서구에 비해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로 일어난 여러 문제들- 소외, 배제, 고립, 생존, 변화, 전환 등 -을 관통하는 현재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달려온 아시아가 가진 ‘지금’을 살펴보자.




문화창조원 복합2관 / 2017.08.31 - 2018.01.28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15,000km’ 점, 선, 면 유랑의 歷史>



문화정보원 B2층 작은 공간에 마련된 이 전시는 고려인 역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선형적으로 보여준다. 유랑의 역사는 아시아의 역사와 떼놓고 볼 수가 없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는 고려인 강제이주에 집중해보자. 강제이주정책은 민족재배치정책의 일환으로서, 러‧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실시되었다. 강력한 중앙집권력에서 가능한 이 정책은 고려인의 삶의 토대를 완전히 붕괴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고려인 마을이 형성된 곳은 두 군데, 안산과 광주가 있다. 관련 법규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려인의 이주는 끝나지 않고 있다. 이 전시에서의 ‘점’은 정처 없이 떠도는 고려인 한 사람 한 사람, ‘선’은 만 오천 킬로미터의 유랑의 길을, ‘면’은 고려인들의 유랑의 삶을 멈추고 정착하길 바라는 희망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비극적 성격을 불구하고, 유라시아와 관련하여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문화정보원 B2 로비 / 무료 / 2017.9.2 - 9.30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한∙스리랑카 수교 40주년 기념 국제교류전시
<스리랑카 근대 건축 : 제프리 바와 – 발렌타인 구나세카라>



16세기 포르투갈 침략에서부터 1815년 영국에 의해 싱할라 왕조가 멸망하기까지 스리랑카는 끊임없이 유럽 제국의 위협을 받았다. 그 이후 영국의 식민지배와 독립 이후에 이어진 사회주의-자본주의의 대립 등으로 한국 못지않은 근대를 겪은 스리랑카. 이번 전시는 그 시기동안 스리랑카가 어떻게 정체성을 구축하였는지 살펴본다. 근대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을 주도했던 두 건축가의 작품을 통해 나라를 이해해보자.






라이브러리파크 기획관3 / 무료 / 2017.08.30 - 2017.10.29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자밀 예술상4 : 이슬람의 바람
(Inspiration form Islamic Tradition)



문화정보원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보이는 전시. 제4회를 맞이하는 자밀 예술상 전시 <이슬람의 바람>이다.




이는 세계 순회 전시로, ACC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다른 나라로 다시 이동한다. 자밀 예술상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아트자밀(Art Jameel)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공모전으로 이슬람 전통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현대미술과 디자인에 수여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상이다. 현재 ACC에서 이 상의 후보작들과 함께 대상을 감상할 수 있다. 대상을 차지한 굴람 모함마드 <무제(2014)>는 이슬람 글자를 종이에 콜라주한 작품이다. 종이가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땀을 흘리며 완성한 작품이라고 하니, 그 수고로움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또한, 이슬람 사원의 돔 형태를 본 따 작품을 하는 샤푸어 포얀, 폭력에 반대하는 ‘아니오’라는 글자를 천 개의 타이포로 모은 바히아 쉐하브(<일천 번의 아니오>(2010)), 이슬람 100년을 표시하거나 낮과 밤을 보여주는 자를 선보인 제브뎃 에렉 (<100년 자>(2011), <낮과 밤을 재는 자>(2011)) 등 이슬람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와 소통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슬람 전통의 의미에 대한 자율적, 지역적 해석들이 선선하게 부는 바람처럼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시다. 대중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문화는 이질적이라는 편견 아래 숱한 오해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국제화 속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또 다른 이해를 줄 것이니 꼭 한 번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라이브러리파크 기획관1 / 무료 / 2017.06.30 - 2017.10.08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우리는 어떻게 우주망(cosmic web)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곤충과 진동하는 우주를 동일한 네트워크 관계로 사유할 수 있을까? - 토마스 사라세노는 <행성 그 사이의 우리>를 통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시아, 유라시아,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 우주와의 연결을 제시하는 이 작품은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를 구축하고자 한다. 빛나는 구 앞에 서면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미시적인 존재인지 감지하게 된다. 거미줄에 엉켜있는 듯한 행성들이 가지고 있는 연대성이 보이는 듯하다. 우주에 대한 열망과 ‘인간 이상(more-than-human)’의 공존 방식에 대한 창의적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 참고로 SNS에 올릴만한 인생샷이 자주 나오는 장소라고 한다.






문화창조원 복합1관 / 2017.07.15 - 2017.03.25
(화~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19: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ACC 기자단 전시회
<#함께>



‘-주의’로 대변되는 거대담론들과 ACC의 전시 사이사이, 그 공간을 메워온 개인들이 있다. 라이브러리파크 북라운지에서는 한 달 간, 전문적이거나 큰 규모는 아니지만 10주년이 된 ACC 기자단의 활동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으로 출발한 ACC 기자단은 여태 총 299명. 5,000여 건에 달하는 취재물로 ACC를 기록해왔다.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ACC기자단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ACC기자단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계속 된다.


ACC 웹진 조혜수(글) 김용환 정수빈(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