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팝 누산타라: 노래들 1960s-1980s Vol.2 말레이시아 대중음악 컬렉션 기획전


이슈&뷰

날이 좋아서 들뜬 기분으로 나섰다가 조우한 세찬 봄바람을 피해 ACC 라이브러리파크에 들어섰다. 푸릇한 새싹을 닮은 초록색 공간에서 <말레이시아 대중음악 컬렉션 기획전>과 만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누산타라’(자와어로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라고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나라 중 하나이다. 라이브러리파크 <소리와 음악> 섹션에서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사랑한 노래들(Lagu~Lagu)의 음반, 영상, 잡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매해 ACC 문화정보원에서는 <아시아의 대중음악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각 지역의 대중음악 자료를 수집하고 그중 일부를 주제별로 전시하는데 우리나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말레이시아 대중음악 컬렉션을 소개해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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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 파크 <소리와 음악>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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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리와 음악> 전시와 프로그램

국민아티스트 P. 람리와 살로마

말레이시아는 450여 년 동안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독립 후 1950-60년대에는 식민지 이전 시대 배경의 영화에 말레이 민족주의 강화를 위해 전통음악을 주로 사용한 반면, 페낭,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에서는 서구적이고 다민족주의적인 말레이 영화음악이 사랑받았다.
그중 P. 람리(P.Ramlee, 1920-1973)는 영화감독, 배우, 작곡가, 가수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말레이 민족음악의 거장으로 사후 국민아티스트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는 첫 번째 영화 <Penarik Beca>(1955)부터 34개의 영화를 제작하고 6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360여 개가 넘는 곡을 작사 또는 작곡했다. 홍콩과 인도네시아까지도 인기를 누렸지만 64년 인기의 정점을 찍고 쿠알라룸푸르로 옮기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그의 부인인 살로마(Salima Ramlee, 1935-1983) 역시 사후 국민아티스트 칭호를 받았으며 말레이어로 노래하는 가수이자 배우로 60년대 초반부터 전성기를 누렸고 남편과 달리 70년대 말까지 활발히 활동했다.
전시관에서 P. 람리가 싱가포르에서 제작한 마지막 영화 <압둘 삼형제>(1964, 쇼브라더스 제작)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는 말레이 영화음악이 ‘팝 예 예’ 스타일로 전화되는 것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P. 람리와 살로마의 음악과 영화는 말레이시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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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람리와 살로마의 음악

청년문화와 팝 예 예(Pop yeh yeh)

60년대 중후반 청년들 사이에 유행한 <팝 예 예(Pop yeh yeh)>는 영국 록을 말레이어로 옮긴 음악인데 이는 비틀즈의 노래 <그녀는 너를 사랑해, 예 예 예 She loves you, yeah yeah yeah>에서 따왔다. 젊은이들이 비틀즈, 롤링 스톤즈, 쉐도우즈 같은 영미권 로큰롤 음악을 모방하면서 중국어, 말레이어권 밴드는 비트 스타일과 기타 위주의 밴드 편성에 현지의 언어를 추가하기 시작한다. 이런 ‘팝 예 예’와 록 음악은 70년대에 정점을 찍었다.
막 독립한 후 말레이 민족주의를 추구하던 기성세대는 ‘팝 예 예’와 함께 유행한 미니스커트와 남성 장발, 댄스홀을 퇴폐적이라고 여겨서 금기시했다. 50년대부터 정부는 ‘황색 문화’ 배척 운동을 하고 60년대 유행하던 티 댄스 같은 라이브 공연을 금지한다. 75년에는 국가장학생들에 대해 ‘장발, 데모, 그리고 장학위원회가 허가하지 않을 혼인 금지’ 등의 규정으로 규제하면서 ‘팝 예 예’도 쇠퇴하게 된다.
<팝 예 예>를 대표하는 작품인 <아 고 고 A-GO-GO ‘67>(감독 오마르 로지크) 영화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쿠기란kugiran(신나는 기타 밴드) 열풍으로 젊은 아티스트와 밴드가 다수 출연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경쾌한 음악과 ‘아 고 고’ 춤으로 가득 찬 오락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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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예 예(Pop Yeh Yeh) 시작을 알린 영화 <아 고 고 ‘67> 대한 잡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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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와 팝 예 예

다양성을 인정한 민족 화합의 말레이시아주의

말레이시아는 예부터 무역 항로였던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에 위치해 동·서양의 상인과 여행자들이 유입되어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및 소수 민족 등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다. 2세기 동안의 영국 식민주의로 민족별 계층이 나뉘어 말레이계는 쌀농사와 어업, 일부는 상층부 정치 엘리트가 되었고 중국계는 소규모 가족기업으로 부를 축척, 인도계는 고무 농장에 종사했다. 독립 후 69년 총선거 결과를 계기로 말레이계와 중국계의 갈등이 심화되어 5·13 폭동 사태가 일어난다.
이에 대중음악도 ‘민족 다양성’을 강조하며 혈통을 넘어 국민적 통합을 추구하게 된다. 70년대 후반 <앨리켓츠Alleycats>는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 출신 멤버들이 모여 말레이 작곡가의 노래를 연주하며 민족간 화합을 강조한다. 수다르만 아르샷(1954-1992)도 국민화합을 위한 민족과 계층을 초월한 곡을 불렀고 소수 민족을 위해 카밀어나 광둥어로도 노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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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음악가와 다종족으로 구성된 밴드의 음반들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로 구성된 다종족 밴드 앨리캣츠의 4집 음반 커버

대중음악을 통해 알게 된 ‘6080’의 유사함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우리나라의 근현대 모습이 자못 비슷하다. 식민 지배를 떨치고 독립을 한 것,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서양 록 음악의 영향으로 청년 음악과 문화가 유행하고, 자유나 체제 변화를 위한 대중의 반발이 일어나는 일들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70년대가 배경인 영화에서 유신 시대의 경찰은 거리에서 가위와 자를 들고 청년들의 긴 머리를 자르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은 경찰서로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파격적인 젊은이들의 행보에 기성세대들은 놀랐고 청춘들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그들만의 음악과 멋을 즐겼다는 것도 다른 나라의 같은 모습들이다.
민족이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각각의 독특한 전통음악에서 자라난 다른 나라 대중음악은 귀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관람하면서 알게 된 유사함들은 같은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살아온 그들의 얼굴과 모습들이 낯설지 않게 해준다, 가까운 이웃 나라, 아시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울려 살고 있다는 유대감을 느끼고 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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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대중음악 음반 커버 <컴필레이션, 샤리파 아이니, 미미 로마, 아니타 사라왁, M.샤리프, 수다르만, 앨리캣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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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압둘 삼형제 인트로

ACC에서 앞으로 보여줄 아시아의 다른 나라 Lagu~Lagu도 궁금해진다. 또 어떤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우리는 또 거기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를 찾을 것인지 미리부터 기대하고 있다. 2019년 9월 6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2020년 6월 21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전 연령이 관람할 수 있으니 봄볕이 좋은 날 건강에 유의하시면서 방문하길 권한다. 또 라이브러리파크 기획관3의 ACC 개관 4주년 특별전 <많은 섬들의 나라, 누산타라> 컬렉션 전시장에도 들려 누산타라의 아름다운 예술품과 생활용품들도 같이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 글. 김옥수 mono755@daum.net
    사진. 아시아문화원 제공
    자료. 아시아문화원, 네이버지식백과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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