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2020 Enjoy 라이브러리파크 세상이 어지러울 때 도서관에 간다


이슈&뷰



어떤 평론가가 그리했던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고....(이명원 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그렇다면 코로나 19로 이렇게 어지러울 때 우리는 어디를 가야 하는가? 연일 백 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으로 온 도시가 멈췄을 때 우리가 안심하고 갈 곳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다행히도 이 지상에는 아직 한 곳의 천국이 남아있다. 책의 숲, 도서관이다. 그리고 그 도서관에는 ‘책’이라고 하는 그 어느 시대에도 변치 않을 천국의 열매가 있다. 물론 도서관은 문을 닫았지만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던가. ACC 라이브러리파크는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현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2020 Enjoy 라이브러리파크]이다.

올해 도서문화프로그램의 첫 번째 프로그램 ‘Book&Movie’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잡았다. 코로나 시대, 재난극복영화 6편의 상영회를 개최하고 프랑스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특별강연을 진행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개최 예정이었던 상영작은 「터널」, 「눈먼 자들의 도시」,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감기」, 「컨테이젼」 총 6편. 하지만 7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리기로 한 상영회는 코로나 19 재확산에 따른 ACC 휴관으로 인해 취소됐다. 대신 전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민진영 교수의 알베르 카뮈의 특별강연을 청중 없이 녹화해 채널 ACC에서 9월 13일까지 볼 수 있게 열어놓은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다시 읽는 고전, 알베르 카뮈 「페스트」.
라이브러리파크의 깊이 있는 책읽기, 온라인 강연





‘Book&Movie’의 온라인 특별 강연은 총 1시간 남짓. 1부와 2부가 나눠졌다. 민진영 교수는 1부에서는 [페스트의 구성과 시대적 배경]을, 2부에서는 [부조리, 반항, 연대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알베르 카뮈, 마흔 넷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지성이자 소설가, ‘콩바’라는 지하신문을 발행하며 적극적으로 투쟁한 레지스탕스, 그리고 영원한 이방인인 그의 대표작이 ‘...태양이 눈에 부셔 살인을 했다...’는 뫼르소의 부조리를 담은 「이방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에는 카뮈의 「페스트」가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 재난 소설의 효시이자 실존주의 소설 「페스트」는 1947년 출간되자마자 한 달 만에 2만부가 매진된 기염을 토했던 인기소설이기도 했다. 민진영 교수는 「페스트」의 탄생비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 질병, 예기치 않았던 돌연한 생이별,
타관에 갇힌 귀양살이와 같은 현실 속 겪은 체험이 「페스트」를 탄생시켰다”

-알베르 카뮈의 「작가수첩」 중에서



카뮈에게 「페스트」란 단 4년 만에 중세 유럽인구의 5분의 1인 2천5백만 명을 사망으로 몰고 가면서 중세를 끝장 낸 질병만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작가와 기자의 길을 선택하게 한 폐결핵,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건너오며 영원한 고향, 어머니와의 이별... 이 모든 것을 겪은 카뮈에게 ‘페스트 상황’이라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놓인 인간 군상들의 삶과 선택을 직조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였을 것이다.

「페스트」는 카뮈가 태어난 나라, 알제리 제2의 도시 오랑에서 쥐가 죽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도시에 전염병이 전파되는 재난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왜, 무엇 때문에 이 질병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페스트가 창궐하자 오랑은 폐쇄된다. 이 감염병과 마주한 사람들의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미심쩍어하다가 보건대에 참여하는 인간적인 의사, 리유. 오랑시를 탈출해서 페스트를 외면하고자 했으나 결국은 종식 때까지 현장을 지키는 기자, 랑베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신부, 파늘루. 외지인이면서도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꾸리고 보건대로 방역의 최일선에 나서는 장 타루. 남의 불행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밀수업자, 코타르. 오랑시의 사회지도층 인사이지만 실질적으로 아들이 죽어 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판사, 오통. 페스트로 고립된 도시 안에서 그들의 겪는 분투가 바로 소설 「페스트」다.

70년 전 소설 속 등장인물인데도, 현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놀라울 정도다. 코로나 초기의 마스크 사재기나 해외 판매했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코타르’를, 사회지도층이라 한들 감염병 앞에서는 한낱 연약한 인간임을 절감하는 순간에는 ‘오통 판사’를, 죽음 앞에서 진실된 모습을 보이고 남을 돕는 이타적인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진의 모습에서는 ‘리유’와 ‘장 타루’가 겹쳐지기도 한다.

‘격리, 폐쇄, 귀양살이, 생이별’, ‘불안과 우울이 감싼 도시’, ‘보건대를 조직해 의사인 리유를 찾아온 자원봉사자’, ‘9월이 되어도 페스트가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 ‘이 난리통 속에서도 돈 버는 사람들 있다는 것’까지.. 「페스트」의 대부분의 지점들이 코로나 19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희망과 절망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고전(古典)이 시들지 않는 천국의 열매인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부조리 시대를 살아가는 진짜 방법, ‘저항’과 ‘연대’
현실을 제대로 보게 만드는 ‘고전의 힘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법이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에서

민진영 교수는 2부 강연에서 페스트가 불러온 부조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인간의 가치 있는 선택으로 ‘저항’과 ‘연대’라는 키워드를 언급한다.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통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페스트는 코로나 19로 바꾸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코로나 19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한 나라 중 하나가 어디인가? 바로 K-방역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이다. 이 대척점에 미국이 있다. 코로나 19로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보다 훨씬 많은 수치인 15만 명이 사망한 미국. 이는 부조리한 상황을 깨닫지 못한 채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다가 맞게 된 비극은 아니겠는가.

민진영 교수의 온라인 특별강연으로 「페스트」를 한걸음 더 깊이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도서관을 찾아야하고, 고전을 다시 읽어야하는 이유이다.



함께 읽어 행복하고
깊이 읽어 즐거운
하반기 2020 Enjoy 라이브러리파크



ACC의 2020 Enjoy 라이브러리파크 프로그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잠정 연기되긴 했지만, 올해에도 3번에 걸쳐 특별한 책읽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로 읽어주세요]라는 2회 차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 낭독의 힘으로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라이브러리파크의 소장 도서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나의 할머니에게」, 「달샤베트」 3권을 개인 및 단체의 목소리 재능기부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완성된 오디오북은 문화정보원 라이브러리파크를 방문한 시각장애인에게 열람 서비스할 예정이다.
연이어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인 정호승 시인의 [라이브러리파크 저자특강]이 준비 중인 3회 차 프로그램, 광주전남 독립서점들의 개성과 역량을 보여줄 [비밀책방(가칭)]이 4회 차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다. 부디 코로나19가 확산세가 꺾여 ACC가 재개관하길. 그리하여 코로나 19로 지친 우리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라이브러리파크 도서문화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게 되길!


□2020 Enjoy 라이브러리리파크! 온라인 특별강연 「페스트」

- 라이브러리파크의 알베르 카뮈 「페스트」 특별강연을 볼 수 있는 곳



  • 글. 최민임 samagg@hanmail.net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채널 AC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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