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2020 ACC 지역-아시아작가전 [언·택트] ‘Un-Tact’ 비대면 시대의 현실과 상상계


이슈&뷰




유·무형으로 돌아가는 인간사에서 비대면, 비접촉이 새삼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개별화와 집단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대 문명사회가 어느 지역, 누구라도 예외 없이 순식간에 연결되는 지구공동체라는 걸 실감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보이지는 않으면서 세상의 활동을 제약하고 집단사망으로 몰고 가는 바이러스 확산력에 나 자신 또는 내 앞의 상대나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숙주일 수 있다는 불확실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비대면·거리두기를 일상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그 실체를 찾기 위해 대응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모호함에 따른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기도 한다. 일시정지, 또는 근본적 재정비가 불가피한 혼돈 속에서 현실 직시와 직접대응, 또는 그 이면과 미지의 비가시적 세계의 탐색은 가시화가 기본인 시각예술의 우선과제이기도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Un-Tact] 전시회는 지금 코로나 시국의 현실풍경과 그 너머 알 수 없는 세계의 상상들이 공존하고 있다. ‘With Corona’ ‘Post Corona’ 세상에서 동아시아권 청년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이 코로나19 시국에 관한 관점들을 모아놓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들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지역문화 동반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지역연계 프로젝트’의 올해 버전으로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춘 기획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두 작가를 비롯하여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도쿄에서 초대된 5인까지 모두가 현실 문제에 예민한 30대 젊은 작가들 주축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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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콘(b-cone)「44x60x24cm」, 2020,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 플라스틱, 모터. 72x500x460cm

이 가운데 비콘(B-cone)의 「44x60x24cm」는 이 시국의 심란한 현실을 직시와 상징어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언뜻 보면 여행과 이동, 자유 활동이 통제된 지금의 세상을 기계적 외부압력에 억눌린 캐리어로 상징화한 키네틱 설치작품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좁은 캐리어에 장시간 감금되어 있다가 사망한 어린이 사건의 충격을 되살려낸다. 공공의 장을 휴원·휴교시키고 온라인 공간으로 개별화시키는 데 따른 격리와 폐쇄가 사회적 그늘을 더 악화시킨다는 강력한 외침이 탈출하려 열어보려는 시도와 낮은 신음소리에 응축되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공공의 장에서 서로의 관계들을 제한하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해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그늘을 더 악화시킨다는 현실진단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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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쉬잔 「거울 시리즈 - 광주 I 비둘기: 너도 나만큼 자유의 공기가 그립지 않니?」, 2017-2020, 거울, 종이, 혼합 재료, 가변크기

그런 면에서는 장 쉬 잔(ZHANG Xu Zhan)의 「거울」 연작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춰내는 작업이다. 이미 육탈되고 껍데기만 남은 동물 사체들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구석 여기저기에 말라 오그라져 있고 그 앞에 조각 거울들이 이를 비추고 있다. 종이를 꼬거나 구겨 만든 쥐, 비둘기, 도마뱀 모양들인데, ‘너도 나만큼 자유의 공기가 그립지 않니?’ ‘조금 더 참을 수는 없겠니?’ 등의 글귀들이 메시지를 더 분명하게 한다. 살처분 가축들처럼 집단매장되는 코로나19 사망자들도 뉴스를 타지만 주검조차 발견되지 못하는 방치된 죽음들도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물이야기-AT5」 영상도 미물인 쥐를 주인공 삼아 유사 설화들이 지역과 문화에 따라 서사나 상징들의 의미변화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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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 츠바사 「 초끈 비밀」, 2020, 5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사진, 카메라, 컴퓨터, 문서 파쇄기, 가변크기

카토 츠바사(Tsubasa KATO)의 「초끈 비밀」은 무수한 정보들이 난무하는 온라인 시대에 개인의 비밀영역과 소통방식에 관한 영상과 설치 작품이다. 개인이 간직한 비밀을 종이에 적어내게 하고 이를 파쇄기로 가늘게 잘라 굵은 밧줄을 꼬아가며 공공의 장과 가려진 공간들을 연결해가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작업자들도 서로 헬멧들이 연결봉으로 이어져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엮고 있으면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관계, 개인과 집단의 연결과 분리를 보여준다. Un-Tact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이전부터 이어져 온 컨택과 언택트의 균형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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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K 「 편집된 산수(H씨의 도시락)2」, 2020, 한지에 수묵 채색, 131x162cm

하루.K의 사실과 상상이 결합된 음식그림 「편집된 산수- 도시락」 연작도 코로나19 시국의 세상 풍경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도시락은 정겨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의 개별화된 일상에서 급격히 늘어난 포장과 배달문화의 표본으로 비치기도 한다. 음식을 함께 먹고 나누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던 공동체 문화가 깨지고, 서로 경계심의 거리를 둔 개별영역으로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이 담겨 있다. 집단화된 세상의 감염확산을 피해 점점 더 깊은 자연을 찾는 도시탈출 심리를 묘사하면서 이 때문에 점차 청정지대는 사라져가고 있음을 ‘편집된 산수-도시락’ 연작 그림들로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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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신광 「황야」, 2020, 9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잡초, 낙엽,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돌, 디지털 액자, 가변 크기

양 신광(YANG Xinguang)의 「황야」도 도시를 벗어나 모성과도 같은 자연의 품에 안겨 기운을 충전하고픈 가상공간을 꾸며놓았다. 넓은 바닥은 마른 잡풀잎들로 두툼하게 요람처럼 깔아놨지만, 비닐로 덮여 있어 자연을 직접 체취로 느끼는 건 단절되어 있다. 그 주변을 둘러싼 바윗돌들 사이 모니터들에는 도회지 밖의 자연공간 단편과 상처 난 수목, 버려진 일상폐기물, 유유자적 인물 영상 등이 상영되고 있다. 채집된 정보, 이미지화된 자연으로 가상공간을 즐기는 현대인들의 삶, 온라인 확장과 비접촉 시대의 인간과 세상 풍경, 자연과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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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오 잉(MIAO Ying)「월든 12 순례-목자의 명예」, 2019-2020, 에이아이(AI) 라이브 시뮬레이션, 6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가변 크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툰 영상 형식의 미아오 잉(MIAO Ying) 「윌든12 순례-목자의 명예」는 라이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작품이다.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빅데이터 정보들을 AI가 통합하고 걸러내고 반응하며 여섯 인물 캐릭터들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각 화면의 주인공인 이주노동자, 농부, 쿵후 마스터, 중국영웅, 골프선수, 대학교수 등 여섯 캐릭터의 자기 본분에 대한 충실도에 따라 선하거나 악한 영향력의 수치가 수시로 증가·감소하는 실시간 작동방식이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러스’ 이념에 따른 글로벌리즘이 사라지고 내셔널리즘이 득세하는 요즘의 세계정세와 함께 정보편향, 데이터 보안, 온라인에서 행태 등 스마트기술의 역효과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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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양(Lu Yang)「물질세계의 위대한 모험」,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5'32''

비슷하게 영상 캐릭터로 사이버공간 작업을 하는 루 양(Lu Yang)은 비디오게임 같은 가상세계들을 누빈다. 「물질세계의 위대한 모험」은 게임 캐릭터 같은 영웅들과 함께 물질세계와 우주를 넘나들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감정과 욕망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 또한, 중앙 제단을 축으로 양옆에 2개씩 5채널 비디오 영상으로 신전처럼 꾸며놓은 「사이버제단」은 현실과 비현실, 생과 사의 경계가 중첩된 제의적 분위기가 독특하다. 땅·물·불·공기를 관장하는 사이버 신들이 뇌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억제·치유해주고, 장례 의식을 통과하여 영적 세계로 들어서는 망자를 위호하며 맞아들인다.

지금은 코로나19 등 첨단문명과 맞상대하는 비가시적 위협요소들로 어느 순간 삶과 죽음의 시공간을 넘어설 수도 있는 불확실의 시기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문명사적 변화는 속도와 규모와 집적화 우선의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Un-Tact] 전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고 있는 이 시대의 사회적 상황과 불안 심리, 상상들을 현실과 비현실이 중첩된 은유와 상징으로 비춰내고 있다. 세계 공통의 중차대한 시의적 주제를 일곱 작가의 한정된 작품으로 온전히 다루기에는 전시의 무게가 충분치는 않지만, 물질계·현상계 이면의 또 다른 시공간이나 예지와 영혼으로나 접근 가능할 듯한 훨씬 다차원적인 세계로 이끄는 실마리인 것은 분명하다.





  • 글.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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