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서구의 눈에 비친 아시아 우리도 이제는 알고 가자


#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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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 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사전프로그램
<아시아 문학 아카데미>



장맛비와 더위가 번갈아 오락가락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수그러들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세를 피우면서 눈여겨 봐둔 공연은 취소되고 소소하게 즐기던 문화생활도 타격을 받았다. 외출하기 곤란할 때 유튜브 채널 ACC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 2020년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사전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아시아 문학 아카데미〉 강연 역시 유튜브 채널 ACC에서 만나게 되었다. ‘서구의 눈에 비친 아시아’라는 제목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동양인 혐오 범죄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본 후라 더 눈에 띄었다. 캐나다에서 칼에 찔린 한국인, 유럽에서 피해를 본 한국 교민들, 미국의 동양인 염산 테러 사건. 그들 모두 동양인이란 이유만으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고 화도 났다. 〈아시아 문학 아카데미〉 강연을 보면서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의문을 풀었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비단 갑자기 생겨난 미움과 편견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동양 전체에 대한 편견이 코로나19로 수면으로 드러났을 뿐이란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구인의 시선으로 본 아시아는 어떻게 기록되고 알려졌는지, 그들은 아시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것이 아직까지 지속되는 이유를 문학작품을 들어 설명해주는 강의를 만나 좋았다.

1강은 소설가 김남일 님이 제시하는 전체 10강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한 총론으로 [배를 타고 아시아에 온 작가들- 그들이 본 아시아]라는 주제로 강연이 시작된다. 서구인들이 공상으로 혹은 탐험, 표류, 설교, 상업 등 여러 목적으로 아시아를 방문했고 그들의 시선으로 쓴 기록들은 아시아에 대한 강한 인상을 서구에 심어준다. 우리가 아는 아시아는 많은 부분 ‘그들의 시선’에 사로잡힌 아시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의 차별과 편견 어린 시선을 아시아에 관한 새로운 정립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까 묻기도 한다. 좀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서로 반성할 점을 찾아 간극을 메워보자는 것이다. 2강부터 이어질 서구권 작가들 작품 속에 담긴 아시아에 대한 시선을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제시하는 강의였다.







[총론] 배를 타고 아시아에 온 작가들 - 그들이 본 아시아

2강은 [서구의 눈길에 갇힌 동양] 주제로 문학평론가 소종민 님이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소개한다. 팔레스타인으로 살면서 많은 차별을 당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란 힘이 있는 서구의 지배층들이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말하면서 유럽 중심주의로 아시아를 식민지배하기 위한 정당성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미개하고 부족한 너희를 우리가 구원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신화, 종교, 예술을 통해 동양에 대한 편견을 키워나갔다. 이런 서구 문화를 오랜 시간 접해온 우리가 아시아를 보는 시선은 정당한가, 이에 아시아가 유럽 중심주의적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았다.









[오리엔탈리즘] 서구의 눈길에 갇힌 동양-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읽기

3강 역시 문학평론가 소종민 님이 [서양을 뒤흔든 ‘일본 열광’의 정체]를 말하고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과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으로 일본을 본 서양인의 시선을 이야기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만국박람회에 등장한 우키요에(ukiyoe)라는 일본의 채색판화를 보고 매료된 인상파 화가들(반고흐, 마네, 모네 등)부터 일본풍의 미술과 문화에 빠져들기 시작해 ‘자포니즘(Japonism)’을 만들어낸다. 이 ‘일본 열광’의 정체는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동양에 대한 판타지, 환상에 부합된 모습일 뿐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깨고 동양에 대한 지적 노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은 일본 여행 후 쓴 26편의 에세이로 자신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자각하고 극복하고자 하나 결국 그의 작품에도 유럽과 일본을 비교하는 동서양의 구분이 전제되어 있다.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은 생전에 발표한 여러 글 중에서 일본을 주제로 한 것들을 추려 묶어 그가 본 일본을 말한다. 일본의 신화에 대해 말하지만 실제 일본의 신화적 존재인 천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오리엔탈리스트로 보이는 레비-스트로스의 여러 면모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 서양을 뒤흔든 ‘일본 열광’의 정체

4강은 [조지 오웰, 식민지 열대에서 길을 잃다] 주제로 문학평론가 고영직 님이 조지 오웰의 작품에 대해 강연한다. 조지 오웰은 ‘관찰하고 탐구하고 목격하는 여행자’로 칭해지는데 「1984」, 「동물농장」과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버마 시절」 등의 작품이 있다. 이중 「버마 시절」은 조지 오웰이 20대에 버마에서 5년간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던 경험으로 버마라는 식민지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악행과 순수를 그려낸 소설이다. 살아있는 개인의 존재를 삭제하는 식민주의의 실체를 본 그는 자신이 제국주의 일원임을 부정하지 않고 직시하며 제국주의의 허상을 파헤친 소설을 썼다. 우리 삶에도 제국주의적인 면이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것을 바꾸고 없애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주며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를 비판한 사람, 가난하고 소수자의 편에 써서 글을 쓴 조지 오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식민주의] 조지 오웰, 식민지 열대에서 길을 잃다

5강 배재대 영문과에서 수업하시는 윤준 님의 [서양이 바라본 동양-콜리지에서 T.S.엘리엇까지] 주제의 강연은 콜리지의 「쿠블라 칸」과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 T.S 엘리엇의 「황무지」 등의 시를 소개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양을 이야기한다. 낭만주의 시인 콜리지는 아편환을 진통제로 먹고 「퍼처스의 순례기」를 읽다가 꿈에서 본 환영을 정리해서 54행의 시 「쿠블라 칸」을 지었다. 시에 묘사된 칸의 ‘환락궁’과 비옥한 정원, 지하의 야만적 ‘틈새’에 대한 묘사 등 환상적인 동양 배경들이 흡인력을 가진다.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는 하이얌의 루바이(4행시)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시로 번역한 것이다. 여기에는 아랍의 문화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고 그의 현세주의적인 태도가 19세기 중엽 영국인들에게 중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T.S 엘리엇은 「루바이야트」를 통해 동양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동양철학이 주는 심오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황무지」에는 4원소와 동양적인 붓다의 ‘불의 설법’, 우파니샤드에 바탕을 둔 ‘천둥의 말’, ‘샨티(열반을 의미) 샨티’ 등의 산스크리트어 등 동양적 요소가 사용되었다. 병든 현대 서구 사회를 황무지 상황에 빗대면서 동양의 세계관에서 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고 말한다.









[식민주의] [시] 서양이 바라본 동양-콜리지에서 T.S.엘리엇까지

6강은 소설가 이진 님이 [주여, 고난의 순간에 어찌하여 침묵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전체를 읽어주신 것 같은 강연이었다. 소설에 앞서 기독교와 시대상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려주어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쉬웠고 중간중간 보여주는 삽화들로 지루할 틈 없이 강연이 흥미로웠다. 카톨릭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박해와 탄압을 당했음에도 왜 종교를 전파하려고 했을까? 선교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기분이다. 자신의 믿음과 소신을 위해 죽어간 수많은 선교사들과 신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시아의 입장에서 서구인의 카톨릭 선교는 자기만족에 사로잡힌 제국주의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던져준다.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지인들을 도운 것은 그들의 사명감 때문이었을까. 보편적이라는 카톨릭 신앙은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가? 자신의 신도가 박해당할 때 아무런 말이 없는 신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강의였다.









[식민주의] [기독교 전래] 주여, 고난의 순간에 어찌하여 침묵하십니까?

7강은 [모두가 흰옷만 입는 이상한 나라에 온 파란 눈의 지성인들]이란 주제로 서양인에게 비친 한국의 모습을 시인 김완 님의 강연으로 살펴본다. 1860년부터 1910년까지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고 이방인이 조선에 관해 쓴 많은 책들을 소개하신다. 그들이 우월하다는 서양인의 시선 역시 여기서도 엿보인다. 그중 구한말 외국인의 3대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을 그녀의 생애와 더불어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녀가 4차례나 조선을 방문하고 적은 기록으로 서구인의 시각으로 아시아를 바라보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아시아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려 했다. 당시 조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직접 목격한 한국의 모습과 생활상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여 한 말의 정세를 잘 알 수 있다. 김수영 시인은 이 책을 읽고 시 「거대한 뿌리」를 썼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던 시인 김수영. 그의 시와 비숍의 작품을 함께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모두가 흰옷만 입는 이상한 나라에 온 파란 눈의 지성인들

7차에 걸친 강연은 6월부터 7월까지 매주 월요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스타그램 라이브 중계와 책과생활 유튜브로 실시간 동시 중계되었다. 7월 세 번의 강연은 독립서점 책과생활에서 오프라인 강연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까닭이었다. 라이브 중계를 놓치면 ACC 유튜브 채널로 다시 볼 수도 있어 바쁠 때는 잠시 멈춰두고 졸았을 땐 되돌려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강연은 8월 31일(월)부터 3주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8강은 중국에 대하여 [중국은 중국일 뿐]이란 주제로 조너선 D 스펜스의 「칸의 제국」과 위화의 「사랑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작품을 강연하고, 9강은 인도에 대하여 [알아요? 착한 영국인 같은 건 없습니다]라는 주제로 E.M.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작품을 알아보고, 마지막 10강은 [우리가 함께 읽은 ‘그들의 아시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좌담이 열릴 예정이다. 세 차례 강연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계획이지만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서구인의 아시아인에 대한 시선은 단지 현시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와 페르시아까지 거슬러 오르는 긴 역사 속에서 편견과 정치적 필요에 의해 독버섯처럼 서서히 자라나 굳어져 왔다. 나 역시 코로나19로 많은 피해자가 생겼던 우한을 이번 사태의 가해자처럼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또 언젠가 갔었던 중국과 동남아에서 여행자의 낯설음으로 서구 여행자들과 같은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지 않았는지도 반성해본다. 이 강의는 모든 아시아인들이 하나로 뭉쳐 들고 일어나 서구의 시선에 대항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편견 어린 시선을 받고 있었음을 알고, 이유를 몰랐던 차별의 시작을 알고, 차별이 아닌 차이를 그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진행된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서구 작가들이 적은 작품 속 동양에 대한 편견이 오늘날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만들었다면 나 역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말이 가지는 힘, 기록된 문자가 지니는 영원성에 대해 고민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 글. 김옥수 mono755@daum.net
    사진. ACC 홈페이지
    링크. 유튜브 채널 ACC

    2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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