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2020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버려진 자원과 쓰임의 재발견


#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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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통째로 삼켜버린 미세먼지, 해양을 떠돌아다니는 미세플라스틱, 매립할 곳을 찾지 못하고 하늘을 찌를 듯이 쌓아져 가는 쓰레기 더미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이러한 환경문제는 대가 없이 누려왔던 ‘자연의 역습’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뿐이다. 자연의 역습에 우리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지만, 오히려 일상에 매몰되어 환경문제가 내 일이 아니라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이하 ACC)과 아시아문화원(Asia Culture Institute, 이하 ACI)은 환경문제를 다루면서 예술을 매개로 관람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해 “버려진 자원에서 쓰임을 재발견해 보겠다”며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이슈를 문화·예술 또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프로젝트이다. 올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주제로 버려지는 자원이 새로운 가치와 쓰임을 갖게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업사이클링은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제법 익숙한 개념이다. 스위스의 마커스 프라이탁(Marcus Freitag) 과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가 설립한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은 업사클링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업사이클링 제품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동시에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증명하였다. 그리고 그 신드롬은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제2의 프라이탁을 꿈꾸며 버려진 자원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문화·예술의 측면에서도 업사이클링은 매력적인 창작 소재이자,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화의 부산물, 쓰레기 등을 창작 소재로 활용한 정크 아트Junk Art는 1950년대에서부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이퍼 아티스트인 유캔 테루야Yuken Teruya는 화장지심, 신문지, 쇼핑백 등 버려진 소재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친다. 일회용 쇼핑백과 일본의 대지진 기사가 실린 신문지를 활용해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희망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업사이클링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건축디자인과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대만의 타이페이에 자리한 에코아크ECOARK 라는 전시관의 외관은 매우 독특하다. 해가 지면 흡사 미디어 아트 작품과 같이 은은한 LED 조명이 건물 전체를 감싸는데 놀랍게도 이 건축물은 플라스틱 페트병 150만개를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물론 이전에도 플라스틱 페트병을 건축 소재로 활용한 사례는 있지만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대지면적 4,000㎡로 농구장 6개를 모아 놓은 크기에 높이는 9층에 이른다. 지금껏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건축물 중 최대 규모인 반면, 건축비는 유사 전시관 대비 30% 수준이다. 이러한 점이 업사이클링이 지속가능한 건축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로 돌아와 우리가 ‘왜 업사이클링’에 주목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버려지거나, 기능을 다한 자원을 찾아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쓰임에 화폐적 가치를 매겨 상품으로써 판매와 유통이 이루어지도록 ‘문화상품화’하였다. 『희망의 경계』의 저자 안나 라페Anna Lappe는 “브랜드나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투표와도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대중들과 만나 현명한 소비자로 이끌고,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업사이클링을 통해 창작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펼치는 4인/팀을 선발하였다. 공예가, 디자이너, 사회적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각기 다른 소재를 통해 업사이클링을 업(業)으로 삼거나,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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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한지를 새로운 창작소재로 활용하는 고보경 작가ㅣⓒStudiogoo(김창구)

섬유 공예가인 고보경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쓰고 ‘버려지는 한지’를 가공하여 새로운 창작의 소재로 활용한다. 전통 공예 기법인 지호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제작한 조약돌 형태의 센티드 페이퍼Scented Paper를 창작하였으며, 좋은 사람, 좋은 기억으로의 일상 속 작은 산책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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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유리병을 가공하는 박선민 작가ㅣⓒStudiogoo(김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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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유리병에서 재탄생한 촛대 / ⓒ박선민

유리 공예가인 박선민 작가는 대량생산 체제의 산업화 과정의 산물인 ‘버려지는 유리병’에 주목하였다. 국내의 규격화된 주류 용기는 대부분 수거되어 재사용되는 반면, 수입 주류 및 각종 유리 용기들은 일회성으로 쓰이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유리병을 수거하여 형태를 재사용하는 것은 형태를 새롭게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작가의 손길로 형태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우리 곁에 오랫동안 가치 있게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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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타이벡 현수막으로 생활 소품을 제작하는 이기용 디자이너ㅣⓒStudiogoo(김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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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타이벡 현수막으로 제작한 생활 소품ㅣⓒBE FORMATIVE(이기용)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이기용 디자이너는 ACC·ACI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타이벡Tyvek* 소재의 친환경 현수막’을 활용하여 실생활에 밀착한 문화상품을 개발하였다. 타이벡 소재의 큰 특징인 유연함과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아이들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트레이와 볼을 제작하였다. 현수막은 다양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는 특성상 여러 패턴으로 활용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상품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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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방화복의 새활용을 통해 가방과 의류를 제작하는(예비)사회적 기업 119REOㅣⓒStudiogoo(김창구)

마지막으로 폐 방화복으로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사회적 기업인 119REO는 ‘폐 방화복’이라는 소재는 지속하여 활용하되, 최근의 라이프 스타일과 레저 문화를 고려한 캠핑용품을 신규로 개발하였다. 방화복은 화염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3년의 내구연한이 지나면 그 기능을 다해 폐기* 처리된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던 방화복이 창작자의 손을 거쳐 가방, 의자, 앞치마 등 캠핑용품으로 재탄생되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안전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켜줄 것이다.
특히 119REO는 그동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꾸준히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금 역시 외로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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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키비주얼(포스터)ㅣⓒmcguffin(박하나)

한편, 위에서와 같이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4인/팀의 창작자들이 기획·개발한 업사이클링 문화상품은 11월 중(2020. 11. 20. ~ 11. 22.) 직접 ACC에서 만나볼 수 있고,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쇼케이스의 장도 마련된다.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위와 같은 업사이클링 문화상품 개발 외에도 일반 대중들을 위한 업사이클링 워크숍과 스피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업사이클링 워크숍의 경우, 지역 패션 브랜드인 CASUALLY와 KDM* 소속 디자이너, 그리고 봉제 장인들이 속해있는 협동조합 행복한쓰임과 함께 친환경 마스크 파우치를 만들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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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DIY KIT 이미지ㅣⓒRE;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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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DE by NIKE 프로젝트 화보ㅣⓒRE;CODE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인 RE;CODE와 함께 ‘RE;CODE by NIKE’ 프로젝트의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스피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패션 브랜드인 나이키의 재고 상품들이 어떠한 이야기와 과정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ACC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는 단순히 문화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버려진 자원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쓰임을 갖게 되었는지 깨닫고자 하는 캠페인이자 체험의 장(場)이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업사이클링의 가치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우리 주변의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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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박민우
    현, 아시아문화원 혁신평가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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