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매일 문 여는 소극장 “기분 좋은 극장” 연극과 사랑에 빠지다


광주초이스


가끔은 삶에도 마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매일 매일이 단조로워 삶의 활기가 없을 때, 소중한 누군가와 색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일상의 리듬을 살짝 벗어나고 싶을 때.. 영화를 보기에는 조금 심심하고,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날마다 하는 게 아니고, 여행을 가기에는 시간이 짧고, 그럴 때! 어떤 이들은 연극을 보러간다. 마법처럼 삶에 활력을 뿌려주는 한편의 생생한 연극. 누군가는 궁금해할지 모른다. ‘광주에도 서울의 대학로처럼 날마다 공연을 하는 극장이 있나’라고... 물론 광주에도 있다. 날마다 문을 여는 소극장이 있고 그래서 영화관 가듯이 날마다 연극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 그것도 서울의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는 나름 흥행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광주에서 연극과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곳, 바로 ‘기분 좋은 극장’이다.

이하나 이사 / 기분 좋은 극장

“연극 소극장의 매력은 호흡이에요. 배우들의 호흡을 관객들이 그대로 같이 하거든요. 저 배우가 숨을 죽이면 관객도 숨을 죽이고, 배우가 화를 내면 관객도 화를 내고, 바로 바로 감정이입이 되는 거죠. 그런 묘미가 있죠. 대극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묘미.. 눈앞에서 느끼는 가장 가까운 감동이 있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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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만나는 대학로 연극
연극 전용 소극장 ‘기분 좋은 극장’



8월의 어느 화요일 저녁, 상무지구에 자리한 ‘기분 좋은 극장’을 찾았다. 평일 저녁 시간이라 한산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매표소 앞 로비가 북적거렸다. 평일에도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고도 신선했다. 젊은 연인들부터 친구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 다정한 부부, 동호회에서 함께 왔다는 분들까지 관람객들의 관계도, 연령도 무척 다양했다. 하루 관객 수가 보통 100명에서 많게는 200명 정도. 한 달 평균 3천명에서 4천 명 정도가 찾는다고 하니, 이제는 연극이 더 이상 특별한 문화생활이 아닌 듯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누군가와 혹은 홀로 연극을 보러 가는 일상, 왠지 근사하고 멋져 보인다.

이하나 이사 / 기분 좋은 극장

“한 작품이 보통 한 달 정도 공연을 하는데 작품 당 평균 4천 명 정도가 방문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극하면 접근하기가 어렵고 뭔가 특별하게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연극을 즐기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광주 지역 뿐 아니라 광주 가까운 근교에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지역에서도 연극을 즐기는 관객들 수준이 무척 높아졌다는 게 느껴져요.”

‘기분 좋은 극장’이 문을 연지 올해로 딱 십년 째. 2009년 상무지구 우체국보험회관 자리에서 시작해 지금 자리로 옮겨온 지는 2년째다. ‘광주에는 왜 대학로처럼 매일 문 여는 소극장이 없을까’ ‘광주에서도 날마다 연극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현재 ‘기분 좋은 극장’의 이사를 맡고 있는 이하나씨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전시기획을 공부하던 어느 날,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뮤지컬을 계기로 공연기획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막이 내린 뒤에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고 한편의 훌륭한 공연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공연 이후 전시기획에서 공연기획으로 자신의 삶의 궤도를 수정한 것처럼...

이하나 이사 / 기분 좋은 극장

“미술을 전공해서 전시기획 쪽 일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그 공연을 보고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죠. 너무 감격해서 주저앉아서 울 정도로... 그때부터 공연기획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축제, 이벤트 행사부터 시작해서 뮤지컬, 콘서트 기획도 하고.. 현장에서 실무부터 익혔어요. 그러다가 광주의 소극장을 돌아보니까 대학로처럼 매일 문 여는 곳이 없더라고요. 공연 있을 때만 잠깐씩 문을 여니까 그만큼 찾는 사람들도 제한돼 있고.. 그때 소극장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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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극장 이하나 이사

대중성, 흥행성이 강한
작품으로 연극문화의 대중화
광주에서 대학로 연극을 만나는
상설 소극장으로 사랑받다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았다. 광주에서 누가 얼마나 연극을 보겠느냐, 유지가 되겠느냐는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들을 뒤로 하고 조금은 무모하게 극장 간판을 걸었다. 무엇보다 작품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광주에 있는 기존의 소극장들이 주로 지역성과 작품성이 강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면 ‘기분 좋은 극장’은 모두가 즐겨볼만한 대중성, 흥행성이 강한 작품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 대학로를 옆집처럼 드나들며 공연작품을 모니터링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현장 조사를 철저히 했다. 방송국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작품을 올렸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큰 굴곡 없이 지금까지 왔다. 이제는 광주에서 대학로 연극을 만날 수 있는 상설 소극장으로, 연극 팬들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나 낭만보다는 극장 경영자로서 빈틈없는 시장분석과 꼼꼼한 관리의 결과였다.

이하나 이사 / 기분 좋은 극장

“일단 작품선정하기까지 정말 발품을 많이 팔아요. 작품 분석도 많이 하고.. 제가 생각했을 때 엄청 재밌었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객들은 별로라는 작품도 있고 저는 별로였는데 관객들은 정말 재미있다는 경우도 있고. 그런 상황이 됐을 때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공연 마케팅을 하면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작품 선택의 폭을 넓히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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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백에 삼십”


기분 좋은 극장에서 가장 최근 올라간 작품은 대학로 코믹 연극의 스테디셀러인 “오백에 삼십”.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주말에는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극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관객들의 표정부터 다르다. 설렘과 긴장, 때로는 무표정했던 얼굴들에 묘한 생기와 활력이 가득하다. 스크린 속의 배우가 아니라 같은 공기 속에서, 내 눈앞에서 호흡하는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극무대. 함께 웃고 함께 울다보면 무대의 생동감과 치열함이 오롯이 전해진다. 연극만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그 매력과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기분 좋은 극장’이 존재한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극장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한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올해 7월에 공연한 ‘연극 미라클’은 생명윤리에 대한 주제를 다뤄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나눔도 잊지 않으려 한다.

이하나 이사 / 기분 좋은 극장

“민간 극장이지만 저희는 문화 소외계층에게 매달 티켓을 기부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보고 자기 생활의 즐거움을 찾아 가실 때 정말 보람이 커요. 저 문을 열고 나가실 때 관객들의 표정을 보면 다 알 수가 있거든요. 이분은 엄청 우셨네. 이 분은 다음에 또 오시겠네. 그런 걸 느낄 때 가장 좋죠.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연극의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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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이들과
연극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바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창작연극 제작



아직은 아쉬움도 많다. 지역의 연극문화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부족하고, 민간 극장으로서의 한계, 무엇보다 욕심만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늘 갈증으로 남아있다. 서울 대학로에만 작품을 의지하고 있기에는 대학로의 소극장 상황도 녹록치가 않다. ‘기분 좋은 극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극단 ‘난다’에서 꾸준히 창작연극을 제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맞선다방 1985” “연극 고스트” 등 해마다 두 편 이상의 창작극을 선보인다. 그중 “연극 고스트”는 지역에서 제작돼 오히려 서울 대학로로 역진출할 만큼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창작극 제작 외에도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체험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무대 체험부터 배우와의 대화, 공연 콘텐츠 교육 등 생동감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모두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고, 연극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누구나 연극을 즐기는 세상을 향한 ‘기분 좋은 극장’의 힘찬 발걸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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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극장 진로직업체험프로그램 모습


연극은 치열하다. 무대 위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편집과정도 없고 객석과의 거리도 없다. 배우의 표정과 몸짓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연극을 보면 작품이 주는 감동과 별개로 배우들의 열정과 치열함까지 배워오게 된다. 극장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 더 씩씩하고 가벼워지는 것이다. ‘기분 좋은 극장’에서는 매달 새로운 연극이 기다린다. 9월에는 ‘연애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의 달콤한 로맨스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일상을 좀 더 즐겁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 올 가을에는 ‘기분 좋은 극장’에서 연극과의 사랑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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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극장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중앙로 90 7층
공연문의 1600-6689

  • . 유연희 heyjeje@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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