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세상을 향한 신명난 울림!


광주초이스
이미지 설명


우리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어느 날 문득, 살아있음이 눈부시게 다가오는 순간. 부유하지 않아도 명예가 없어도, 그저 살아있음으로 감사해지는 때가 누구나, 아주 간혹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빛나는 순간이 있기에 삶을 향해 한걸음 더 힘을 내보는지도 모른다. 타악그룹 ‘얼쑤’가 두드리는 소리에도 그런 힘이 있다. 지친 삶의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 세상을 향해 신명을 깨우는 소리,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소리.. 27년 세월 그 힘찬 소리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여온 진정한 풍물꾼들.. 광주에는 ‘얼쑤’가 있다.

신명을 두드리는 소리
흥을 깨우는 소리
광주에는 전문타악그룹 ‘얼쑤’가 있다!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우리 민족은 한이 많은 만큼 신명과 흥도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가슴 속 한을 달래기 위해 그만큼의 신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민중의 신명과 흥의 문화, 그 중심에 풍물놀이가 있다. 꽹과리, 북, 장구, 징. 사물이 울리는 소리와 춤사위가 어우러져 흥겨운 놀이판이 벌어지는 풍물놀이. 무질서한 듯 보이는 난장판에서 덩실덩실 어깨춤 추다 보면, 인생도 그저 한판의 놀이판이라는 제법 질서 있는 생각이 자리 잡고는 한다. 타악그룹 ‘얼쑤’는 우리 민족의 생명줄과도 같은 풍물놀이를 오래 오래 이어가기 위해 1992년 창단됐다. 주월동 비탈진 건물 지하에 네 명의 젊은 풍물꾼들이 250만원씩을 모아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간판을 내건지 어느 덧 27년 세월. 한결같지만 늘 새로워지고 변화하려고 발버둥 쳐온 세월이기도 하다.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노력. 김양균 대표가 얘기하는 얼쑤의 저력이다.

김양균 대표/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늘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정신이 가장 중요해요.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옮겨 다니는 거죠. 작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정체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를 주려고 생각해요. 예술은 생명과 똑같거든요. 한 작품에 머물러 있으면 안돼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돼요. 이런 노력이 있기에 지금의 ‘얼쑤’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타악 퍼포먼스 ‘인수화풍’(人水火風)
이미지 설명
퓨전 타악공연 ‘락의로’
이미지 설명
넌버벌 타악 뮤지컬 ‘몽키즈’

얼쑤의 새로운 창작과 변화를 위한 노력은 얼쑤의 공연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나있다. 얼쑤를 대표하는 브랜드 작품 ‘인수화풍(人水火風)’.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다시 태어남이 이어지는 자연 순환의 거대한 섭리를 타악 퍼포먼스에 담아낸 작품이다. 디저리두(호주 목관악기)의 낮은 울림, 모듬북의 폭발적인 두드림, 물과 불을 이용한 역동적인 무대 연출까지.. 얼쑤만의 독창적인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퓨전 타악공연 ‘락의로’는 우리 고유의 악기와 서양의 드럼, 일렉기타, 신디 등이 결합해 기존에 볼 수 없던 신선한 타악 공연의 감동을 선사한다. 넌버벌 타악 뮤지컬 ‘몽키즈’는 얼쑤의 실험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언어를 제외한 비언어적인 몸짓, 소리, 음악을 통해 타악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 풍물굿으로 시작해 타악 뮤지컬까지.. 얼쑤의 변화해온 작품세계는 27년 세월 얼쑤의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 광주 남구 대촌동.
이미지 설명
얼쑤 김양균 대표와 한석중 사무국장

‘얼쑤’가 키워낸 전통문화놀이터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

도심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곳. 광주 대촌동에 자리한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 바로 얼쑤의 보금자리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날, 가을빛이 가득한 센터의 풍경이 여유로웠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공연으로 단원들은 휴일이었고 김양균 대표와 한석중 사무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얼쑤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초창기 멤버들이자 현재 얼쑤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다.

김양균 대표/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여기 대촌 들녘이랑 자연이 다 우리 얼쑤 정원이에요. 마음껏 구경하고 즐기세요. 우리 배추밭 봤어요? 진짜 좋지요?”

대촌의 너른 들과 넉넉한 산을 끼고 있는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는 지금의 얼쑤를 있게 한 고마운 공간이다. 얼쑤가 대촌에 둥지를 튼 것은 2002년. 주월동 지하 건물에서 나와 폐교된 대촌초등학교로 이사를 들어왔을 때 그 뿌듯함과 행복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록 낡은 건물이었지만 정말 많은 일을 벌여왔다. 트랙터로 운동장을 갈아엎어 야생화축제를 열고 덤프트럭으로 흙을 실어와 허브동산을 꾸미기도 했다. ‘문화체험터 얼쑤’라는 이름으로 염색, 도예, 전통놀이, 공연 등 하고 싶은 일은 원 없이 해보았다. 얼쑤만의 실험무대이자 활동무대였다. 3년 전부터는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로 정식 개관을 해,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문화놀이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일 년 중 이곳 공간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광주예술난장 굿판이 벌어지는 때다. 매년 여름 끝자락에 펼쳐지는 한판의 난장. 올해 열한 번째를 맞은 예술난장 굿판은 지금까지 얼쑤를 끌어온 가장 큰 힘이다.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2019 광주예술난장 굿판

한석중 사무국장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우리 전통문화공연이 마을 공터에서 하면 재미있는데 무대로 올리면 재미가 없어요. 서양의 무대와 사물놀이가 안 맞구나. 그래서 굿판이 시작됐어요. 여기 공터에서는 마음껏 공연하고 마음껏 놀 수 있으니까.. 전통문화가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는 점을 현대 시점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거죠.”

혼신의 힘으로 두드리고, 온 열정으로 춤사위를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늘 풀지 못하는 갈증이 있었다. 함께 어우러지고 함께 놀고 싶은 마음. 객석과 무대의 경계 없이, 주인과 객의 구분이 없이 한판 걸판지게 놀아보고 싶은 그 마음이 광주예술난장 굿판을 벌이게 했다. 2009년 ‘젊은 실험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첫 판을 벌인 뒤 십일 년째.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했던 굿판이 이제는 광주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그 힘으로 지금의 얼쑤가 존재할 수 있었다.

김양균 대표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굿판이라는 개념은 얼쑤의 근간이자 뿌리에요. 굿판으로 인해서 얼쑤가 성장을 했죠. 그 전에는 공연작품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는데 굿판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고 얼쑤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거죠. 처음에는 얼쑤가 끌어갔지만 지금은 광주의 모든 예술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기획회의를 하고 작품 주제를 선정하고 추진위원만 백여 분이 넘어요. 얼쑤의 힘 자체가 굿판에 있다고 보면 돼요.”

한판 걸판지게 놀아나 보세~
올해 열한 번째 광주예술난장 굿판
지금의 얼쑤를 존재하게 한 가장 큰 힘

우리의 전통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굿’문화, ‘공동체문화’라고 한다. 마당에서, 장터에서, 삶의 현장에서 민초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던 굿판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식의 정수였다. 그렇게 세월 따라 사라져가던 굿문화와 공동체문화가 광주예술난장 굿판에서 되살아났다. 작년에는 ‘도깨비’를, 올해는 ‘배’를 주제로 해마다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얼쑤의 굿판 위에서 하나가 된다. 얼쑤가 굿판을 통해 되살리고 싶은 공동체문화는 얼쑤의 일상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열한 명의 단원이 함께 하는 얼쑤는 광주에서 최초로 월급제를 시행한 공연예술단체다. 4대 보험과 퇴직금이 적용되는 엄연한 공연회사다. 창립 이후 단원 한명 한명의 생활이 안정되고 모두가 함께 끌어가는 공연단체를 지향해왔다. 그래서 얼쑤의 이름 앞에는 늘 ‘함께 하면 즐거운 사람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 달에 한 권씩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인문학 공부도 함께 잘 살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다.

김양균 대표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2013년부터 함께 하는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같이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고.. 예술·철학·소설 다양한 장르로 읽고 있는데 단원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는 의미도 있고, 공부를 통해서 얼쑤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데도 큰 도움이 되죠. 공연으로 표현할 때 단순히 두드리는 걸로는 한계가 있어요. 내가 왜 몸짓을 이렇게 하는가. 그런 인문학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죠.”

한석중 사무국장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자꾸 공부를 하다 보니까 전통음악이라든지 전통구조가 뭘 담고 싶어 하는지 더 묻게 되더라고요. 결국 자연의 원리이구나. 자연의 이치를 담아보려고 구성을 한 것이 인수화풍이라는 작품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이치를 중심으로 작품을 짰죠. 얼쑤의 대표적인 브랜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단원들이 함께 쌓아온 인문학 정신은 어느 예술단체보다 획기적이고 파괴적이라 평가받는 얼쑤의 공연작품에 온전히 담겨져 있다. 자연의 순환을 표현한 인수화풍부터 전통과 새로움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락의로, 타악의 새로운 변신을 꾀한 몽키즈 등 모두가 얼쑤의 인문학적 기틀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인문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단지 작품 창작 때문만은 아니다. 초창기 멤버부터 젊은 단원들까지 세대 차이를 극복해가는 힘도 인문학공부에 있다. 단원들 간에 많게는 20년 넘게 나이 차이가 나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석중 사무국장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십년 단위로 나눈다고 할 때 사고방식, 문화가 충돌되는 부분이 많아요. 앞선 세대들이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면 팀을 유지하기가 힘들죠. 지금 젊은 단원들과 제가 살았던 세대와 차이가 많이 나니까. 가장 필요한 점이 지향점을 일방적으로 맞추라고 하면 안 되고, 서로 같은 방향성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공부도 하는 거고요.”

김양균 대표 /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가장 어려운 점은 후배 단원들이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요즘에는 다들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니까.. 젊은 단원들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죠. 전통 문화에 관심 갖는 친구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설명
이미지 설명

어떤 소리는 마음에 남고, 어떤 소리는 경이롭고, 어떤 소리는 힘이 나고, 또 어떤 소리는 춤을 추게 한다.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얼쑤에서 퍼져 나온다. 27년 세월. 무대에서, 삶의 터전에서 흥과 신명을 나눠왔던 타악그룹 얼쑤. 얼쑤의 공연에서 한번쯤 어깨춤 들썩여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깊은 울림과 강한 떨림. 광주에 이런 예술단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뜨거웠던 여름 굿판을 치러내고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얼쑤가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지금 이 순간 내 삶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 가을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지...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전통문화연구회 얼쑤)
광주광역시 남구 포충로 937
062)676-3844

  • . 유연희 heyjeje@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다시보기

고려인, 유랑은 끝나야 한다.

July, 2020

‘오지고 아즘찬이한 전라도의 보물’

June, 2020

무대에서 살아난 오월 정신

May, 2020

예술이 숨 쉬는 집

April, 2020

미술과 사람을 잇다

March, 2020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의 세계

February, 2020

창작자와 향유자를 연결하다

January, 2020

since 1935 광주극장

December, 2019

세상을 향한 신명난 울림!

November, 2019

문명의 뒷마당을 거닐다

October, 2019

구독하기 팝업 타이틀
이메일 주소 입력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

1. 이용목적 :  '웹진 ACC' 발송
2. 수집항목 :  이메일
3. 보유기간 :  '구독 취소' 시 이메일 정보는 삭제됩니다.
4. 동의여부 :  개인 정보 수집 동의 후 '웹진ACC'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웹진ACC' 발송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통해서도 '웹진ACC'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