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전라도닷컴 ‘오지고 아즘찬이한 전라도의 보물’


광주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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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잡지를 받아볼 수 있어서 참말로 ‘오지고 아즘찬이’다. 이런 잡지란, 보통 신문에 나오는 유명인이 절대 실리지 않는 잡지, 가십거리로 지면을 소비하지 않는 잡지, 돈과 권력만을 좇지 않는 잡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두를 분열시키지 않는 잡지, 헛된 욕망을 부추기지 않는 잡지, 그래서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잡지다. 그 대신 우리의 어매, 아배, 할매, 할배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도 그들의 질박한 사투리까지 그대로 싣고서. 태생이 시골인 사람이라면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저도 모르게 미간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가슴이 뭉클하다가 때로는 울컥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깊어진 시선으로 먼데 하늘을 보게 되는… 아마도 감동일 것이다. 오래 잊고 있던 마음을 무심히 두드리는 감동. 이 한 권의 잡지를 읽노라면 여전히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싶어진다. 소원했던 부모님께 전화 한 통화나 지친 친구에게 따뜻한 밥 한 끼나 한결 말개진 미소 같은 것들을… 이게 바로 전라도닷컴의 선한 영향력이 아닐지. 평범한 전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없이 특별하게 건네주는 선하디선한 잡지. 잡지라고 부르기가 조금은 미안해지는 전라도닷컴이다.

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오늘의 기록은 내일이면 역사가 되고 그렇게 기록된 주인공들이 역사의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시대가 매체를 통해 기록한 역사라는 것은 돈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 사고 치는 사람들이거든요. 전라도닷컴 하나 정도는 자기 지역에서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보통 사람들을 기록하고 그분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래야만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삶에 긍정성을 갖고 나도 주인공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되고 그래야만 사회가 건강한 것 아닌가… ”

순정한 사람들의 정직한 삶
이름 없는 삶과 문화들이 존중받는 세상
전라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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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 헤치며 지게 지고 숭어를 잡으러 가는 할아버지. 손주들 웃는 얼굴 볼 양으로 마지막까지 시장 바닥을 뜨지 못하는 할머니. 갯것들이 가득한 뻘배를 억척스럽게도 밀고 들어오는 늙은 어머니. 온종일 밭일 논일하고 지친 몸 뉘어야 할 까만 밤에 자식들 해 먹일 다슬기를 잡으러 다시 강가로 나가는 여인.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이 한 권의 책자 속에 온전히 담겨있다. 지리산 산동네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가로, 갯내 물씬 풍기는 갯마을에서 뱃길 따라 외딴 섬으로… 전라도 땅 어느 한 자락에도 전라도닷컴의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벌써 이십 년이 넘었다. 매달 한차례 발행되는 잡지가 218호째. 황풍년 편집장의 말로는 한 권 한 권이 ‘피눈물 난다’고 한다. 남신희 기자(전라도닷컴)는 ‘포도시’ 버텨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우리네 이야기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닷컴이 주목하는 주인공은 절대 특별하지 않다. 삶의 굽이굽이 끈덕지게 버티며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이들의 장엄한 삶의 재발견’, 그들이 바로 역사의 주인이라는 관점에서 전라도닷컴은 출발한다.

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정보와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뭐가 결핍되어 있는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결핍돼 있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죠. 결국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퍼 올려서 사람들에게 ‘당신 지금 괜찮아. 당신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그냥 무지렁이 삶이 아니야. 그 속에는 이런 아름다운 정신이 있는 거야. 그 공동체의 미덕을 회복해야만 우리가 가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이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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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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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도 취재(전라도닷컴 제공)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존중하는 것
전라도말이 아름답다!



“이런 것이 무거우믄 이 시상을 어찌게 산당가. 개보아. 암시랑토 안해”
“혼자 묵으면 무슨 맛이여. 항꾼에 묵어야 맛나제”
“고상을 해본 사람은 어려와도 의젓하제”



전라도닷컴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귀에 쏙쏙 감기는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입으로 읽어야 더 개미진 전라도말이다. 전라도닷컴이 일반적인 매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한 가지가 바로 ‘말’이다. 전라도닷컴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인터뷰는 그들이 하는 입말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된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역말을 표준어로 바꿔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존중하는 일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말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워넌히. 항꾼에. 낫낫한. 뽈깡. 뽀짝. 오지다. 개안하다. 싸묵싸묵. 솔찬허시. 허벌나다’… 가슴 찡한, 주옥같은 전라도말들이 그렇게 전라도닷컴을 통해 재발견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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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질로존상 수상자 김정순님(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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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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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참가자 황영순님(전라도닷컴 제공)


전라도말, 지역말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전라도닷컴의 정신은 ‘아름다운 전라도말 대회’에서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전라도닷컴이 주최해 2011년 첫 무대를 연 뒤 올해 10회째를 맞는 전라도말 대회다. 주로 6,70대의 어르신들부터 많게는 9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참가자들의 면면도 ‘솔찬하다’. 코미디 쇼 같은 우스꽝스러운 사투리 대회가 아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 자기 삶의 한 토막을 자기가 쓰는 언어 그대로 진솔하게 풀어내는 시간이다. 질로 존 상, 영판 오진 상, 어찌끄나 상, 배꼽 빠진 상, 옷 맵씨 상… 상 이름만 들어도 대회 분위기가 얼추 짐작된다.

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올해가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가 열 번째가 되는 해인데 아직 일정을 못 잡고 있어요. 코로나 19 때문에. 올해도 해야죠. 당연히… 우리가 전라도 말을 쓰는 것은 전라도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우리의 오래된 언어를 지켜가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언어 자체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표준말의 잣대가 원초적으로 잘못됐어요. 옳고 그름의 잣대로 그 말은 잘못됐다고 하는 순간 그 말을 쓰는 사람이 무시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되는 거죠. 전라도 뿐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그 사람이 생활 속에서 쓰는 말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라도 어매들이 차린 풍성하고 개미진 밥상
전라도, 그 촌스러움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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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흑산면 다물도 밥상(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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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밥상(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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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장암리(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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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흑산면 다물도(전라도닷컴 제공)


20년 세월, 전라도닷컴이 전라도 곳곳을 누비며 발견한 전라도의 또 다른 보물이 있다. 바로 ‘전라도 어매들이 제철 재료로 차려낸 전라도 밥상’이다. 무엇이든 귀했던 그 시절, 삼시 세끼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일은 어머니들의 가장 큰 일이었다. 대형마트가 무엇이며 즉석조리식품이 무엇인가. 뭐가 됐든 애면글면 당신의 손끝을 거쳐야 자식들 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로 산으로 바다로 제철에 나는 먹을거리를 채취하고 갈무리하고 다듬어서 자식들 입에 들어갈 때면 고단함도 잊었다. 강진 마량의 매생이국, 남원 인월의 토란탕, 나주 도래마을 쑥버무리, 담양 용운마을 민물새비애호박돼지고기국, 장흥 된장물회… 동네마다 이름도 종류도 가지각색인 전라도 음식들. 전라도의 자연에 전라도 아낙들의 지혜가 담긴 맛이다. 사라져가는 전라도말처럼 이제는 조금씩 잊혀가는 그 음식들이 전라도닷컴은 너무도 아쉽고 안타깝다. 종갓집에서 대물림되는 음식보다 유명 셰프가 만든 세계적인 음식보다 더 귀한 가치가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사람들이 음식이 맛있다고 할 때 입안에서 오미로만 느끼는 맛이라면 그건 우리 몸에 에너지를 주는 물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 음식에 얽힌 지난한 역사와 스토리를 알게 되면 음식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내 영혼을 살찌우는 영혼의 양식이 되는 거죠. 진짜 소중하고 귀한 것들은 전라도 곳곳의 어머니들이 자기가 가진 자연환경에 맞춰서 열심히 일하면서 자식들을 위해서 사시사철 마련해줬던 그런 음식들이라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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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기념 표지사진전(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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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오일장(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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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주천면 용궁마을(전라도닷컴 제공)


오래되고 촌스럽고 평범한 것을 전해주는 전라도닷컴. 20년 세월 전라도닷컴이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독자들이었다. 전라도닷컴만의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하는 독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전라도 지역의 독자가 절반 정도, 나머지 절반의 독자는 전국구다. 전라도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간지 시장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전라도닷컴 역시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명 기업이나 성공한 인물을 소개하지 않은 전라도닷컴이 광고를 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 인터뷰를 실어주면 광고를 주겠다는 이들을 대할 때면 억장이 무너지기도 한다. 전라도닷컴이 20년 넘게 지켜온 가치를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어렵죠. 광고 채우기가… 대부분 광고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기관단체의 장, 돈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대개 광고를 따려면 그런 인터뷰를 실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인터뷰 기사를 실으면 우리 독자들이 전라도닷컴을 보겠어요? 안보죠. 지금 저희 잡지에 광고를 싣는 분들은 전라도에, 대한민국에 이런 잡지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것에 공감하는 독자분들이에요. 우리 독자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또 그게 전라도닷컴이 끝날 수 없게 발목을 붙잡는 거기도 하고요… (웃음)”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한길을 가기 위해 전라도닷컴은 오늘도 길 위에 나선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 사람들에게 건넨다. 이것 보라고. 우리에게 이렇게 귀한 것들이 남아 있노라고…

전라도닷컴 한 권이 보태지면 세상은 그 전과 같지 않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달라지고 그리하여 삶을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 새롭고 화려한 것에서 시선을 돌려 작고 오래된 것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난 작은 민들레나 늙어가는 어머니의 굵은 주름, 돌담 위에 걸린 노오란 호박 한 덩이, 낡고 닳은 고무신 한 짝… 그 오래된 어여쁨과 당당한 아름다움이 새삼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작고 촌스러운 것들에 오래 눈 맞춤하다 보면 ‘뭣이 중한지’를 조금은 알게 된다. 혼자가 아닌 ‘항꾼에’ 행복해지는 세상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세상도 ‘싸목싸목’ 달라져 갈 거라는 희망. 바로 전라도닷컴이 가진 치유와 회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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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풍년 편집장 / 전라도닷컴

“촌스러움이라는 것이 굉장히 귀한 것이에요. 촌스러움이라는 속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이해관계, 반목, 대립을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예를 들어서 촌스러운 사람들은 남의 고통을 못 견뎌 하잖아요. 촌스러운 사람들은 누가 오면 밥부터 챙겨요. 촌스러운 사람들은 오래된 것을 못 버리고 가지고 살잖아요. 낡고 오래된 것들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그런 미덕이거든요. 보면 볼수록 촌스럽다는 것이 가진 속성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라도닷컴
www.jeonlado.com
062-654-9085



  • 글. 유연희 heyjeje@naver.com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전라도닷컴 제공

    2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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