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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오버랩하다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광주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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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한창인 광주 월산동의 옛 골목. 한때 삶의 온기가 복작이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게 곳곳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그나마도 공사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폐허 상태로 방치된 지도 수년째다. 개발과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와 같은 곳. 낡고 오래된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는 이들이 있다. 부서지고 헐리는 삶의 흔적들 사이에 여전히 생이 있음을, 지켜야 할 것이 있음을 존재 자체로 증명해내는 곳.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 월산동 오래되고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오버랩’을 만나러 간다.

낡고 오래된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다
경계를 뛰어넘는 독립큐레이터 그룹 Over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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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랩’을 찾아가기 전 ‘독립큐레이터’의 정확한 뜻을 검색해보았다.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소속되지 않고 일종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큐레이터. ‘오버랩’은 오랫동안 독립큐레이터로 내공을 쌓아온 김선영 대표와 박유영 큐레이터 두 사람이 꾸려가고 있다. 실험적 연구와 다양성이 부족한 지역 미술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다. 2015년부터 함께 활동을 시작하고, 월산동에 공간을 꾸린 지는 4년째다. 오버랩이라는 이름에도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김선영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실험이나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광주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세대 간의 경계나 장르 간의 경계, 지역, 국가 모든 경계들을 뛰어넘고 가로지르고 넘어서고 싶은 생각에 Over와 Lab을 합성한 ‘OverLab’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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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Lab. 2020 ICC 결과 전시 [그럼 무얼 부르지]

지역 내 독립큐레이터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오버랩 ICC 프로젝트 3년 차.
지역 예술계의 다양성을 채워가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오버랩에는 말 그대로 작품 한 점을 위해 마련해둔 ‘한점 전시장’이 있다. 작품 한 점만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오버랩을 찾은 날, 한점 전시장에서 기획전시 [그럼 무얼 부르지]를 만날 수 있었다. 오버랩이 진행한 지역 독립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의 결과 전시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에 함께 한 김반석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김자이 작가가 작품을 선보였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의 눈빛을 대면하며 사유의 시간을 공유하는 사운드 설치작품. 실제 작품 속에 앉아있는 느낌이 무척 신선하고 생경했다. 둘이 함께 앉아 같은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서로의 눈빛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가 여실히 느껴진다. (아쉽게도 전시는 10월까지 마무리됐지만 다른 기회에 또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이번 전시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신진 큐레이터의 데뷔전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독립큐레이터 양성을 활동 목표 중 하나로 삼았던 오버랩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다. 오버랩은 지난 3년 동안 ICC(Independent Curator Collabor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독립큐레이터 활동을 지원해왔다. [그럼 무얼 부르지] 전시는 오버랩 2020 ICC 프로그램의 두 번째 결과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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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김선영 대표

김선영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지역의 예술씬(scene)이 좀 더 건강하고 다양해지려면 현장에 기반을 둔 기획자들의 활동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광주는 예술인구가 많은 편인데 현장 중심의 기획자는 별로 없어요. 거대 기관들이 가진 현대미술 흐름과 지역 미술씬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실험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장 기획자가 별로 없으니까 그런 실험들을 제안하거나 현재를 진단하는 시도 자체가 부족한 거죠. 그런 문제의식으로 후배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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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CR(artists collaboration residency)] 전시
–전영준 & 카타리나 에스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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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CR(artists collaboration residency)] 전시
–박기태 & 다릴 페릴




광주와 필리핀 작가와의 교류 프로젝트
동시대 작가와 소통하며 서로의 지평을 넓혀간다





오버랩은 5가지 활동 목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간다. 첫째, 예술계의 관행을 넘어서 큐레이터와 예술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시스템 구축하기. 둘째, 지역 내 인프라가 부족한 독립큐레이터의 활동을 지원하고 양성하기. 셋째,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그 밖에 국내외 교류프로그램 진행과 다양한 분야와의 공동작업 등이다. 올해 4회차에 접어든 오버랩의 #ACR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교류와 공동작업을 실현하는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광주와 필리핀 바콜로드 예술가들이 함께 만나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작품을 창조해내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박기태 작가와 다릴 페릴 작가, 전영준 작가와 카타리나 에스트라다 작가가 팀을 이루어 넉 달간 협업작업을 진행했다.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Interpersonal] 전이 그 결과 전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직접 교류가 어려워 온라인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언어와 국적을 넘어 동시대 작가와 소통하며 서로의 지평을 넓혀가는 시간. 서로 다른 경계에 속해 있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미술씬이 다양해지는 모습을 볼 때 기획자로서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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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박유영 큐레이터

박유영 큐레이터/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작가들이 공동창작을 실험할 수 있게 필리핀과 민간 교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교류전으로 시작해서 2017년부터 레지던스 형식으로 발전해 왔거든요. 올해는 온라인으로 작가들이 1대1로 매칭해서 새로운 설치작품을 만드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동시대 작가와 소통을 하면서 생존에 대해 같이 공감하고 문제해결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로 다른 장르를 배울 수도 있고 영향도 주고받고... 양쪽의 아이디어나 영감이 추가돼서 공동으로 한 작품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과정인 것 같아요.”

오버랩의 활동은 늘 새로운 실험과 다양성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김선영 대표가 책임큐레이터를 맡은 [오월미술제]도 지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해마다 광주민족미술인협회를 중심으로 늘 비슷한 전시가 이어졌던 [오월전]이 올해는 기획부터 참여작가, 전시공간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채워졌다.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라는 제목으로 50명이 넘는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31년간 이어져 온 선배 세대들의 [오월전]이 지역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하는 [오월미술제]로 거듭나며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전시장도 지역 내 12개 공간의 연대전시로 구성해 더 많은 이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 세미나 역시 미술계를 넘어 철학계와의 소통으로 한층 깊이 있는 학술연구가 가능했다. 다양한 작가,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장소와의 연대를 통해 오월 광주의 연대 정신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월미술제]. 오버랩이 추구하는 공동작업과 작가들 간의 교류, 그를 통한 다양한 예술정신이 함께 어우러진 전시였다.



50여명 작가, 12개 공간의 연대정신을 통해
진정한 오월의 연대정신을 구현한 [오월미술제]
성역화된 오월을 모두의 오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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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미술제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 전시회

김선영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오월이 모두의 것이 아니라 성역화돼 간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거든요. 기존의 틀을 깨고 모두의 전시를 하고 싶었어요. 오월 세대와 후배 세대인 청년작가들 등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던 것 같아요. 여러 면에서 [오월제]를 확장하고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중요한 것은 지속해야 한다는 거죠. 40주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41주년, 42주년 계속 가면서 지역의 다양한 기획자들이 돌아가면서 기획적 실험을 하고, 더불어 지역 예술씬의 역량도 강화되길 바라고 있어요.”

가장 낡고 오래된 곳에서 가장 새롭고 특별한 시도를 이어가는 이들.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오버랩이 쉼 없이 움직이는 이유는 큐레이터 또한 예술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결코 고정된 대상이 아니기에 예술계의 낡은 관행을 깨고 부수는 일은 예술인으로서의 숙명이기도 하다. 활동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을 대신해 늘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 문제제기를 해왔다. 덕분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들도 생겨나고 있다.



김선영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오버랩은 어떤 기관이나 단체보다 작가들 가까이에 있는 공간이에요. 같이 작품도 연구하고 토론도 하고. 그러다 보니 문제의식도 많이 생기는 게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일련의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정당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한 예로 광주문화재단에서 지원사업을 받을 경우 행정 기준과 현장과는 차이가 커서 실제로 예술가들이 받는 금액이 너무 부족하지요. 다른 공간들과 연대를 통해서 지금은 금액이 조금 더 늘었어요. 긍정적인 일이지요..”



낡고 오래된 예술계의 관행을 깨부수다
인문학 공부는 내면을 강하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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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김선영 대표와 박유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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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부르스, 전복된 도시] 전시. 2019

오버랩이 늘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인문학적 소양이다.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으려면, 늘 깨어 있으려면 예술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에 인문학 세미나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선영 대표와 박유영 큐레이터도 매시간 함께 참여한다. 그 시간이 있어 큐레이터로서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오버랩이 한 걸음 한 걸음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김선영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역 예술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안 프로젝트들을 하게 될 것 같고요. 활동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된 양상들이 보이잖아요. 그런 변화도 중요한데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를 진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면 거기에 따라 대안 꺼리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잘 진단하고 연구해서 지역 예술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실험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
광주 남구 구성로 76번안길 5-4
Tel. 062-351-2254
https://overlab.creatorlink.net/





  • 글. 유연희 heyjeje@naver.com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오버랩 제공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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