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테헤란 거리 위의 사자들 다시 울려퍼지는 이란 여성의 노래


아시아문화연구소

1979년 이슬람 혁명은 이란의 모든 문화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9세 이상의 모든 이란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히잡을 착용해야만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시아 무슬림이지만, 히잡의 강제 착용 규범에 대한 이란 내 여성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렇지만 현재 이란 사회에서 히잡의 착용은 의무적인 규정이다. 착용하지 않거나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으면 법의 처벌을 받는다.
2014년 영국에 거주하는 이란인 저널리스트 마시 알리네자드에 의해 처음 시작된 페이스북 페이지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는 2020년 1월 현재 108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고 있으며 이란 국내외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 국내의 여성들은 페이스북 접근이 공식적으로 차단되어 있음에도 이 페이지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적극적인 가담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변화의 흐름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페이지에는 이란의 강제적인 히잡 정책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여성 가수의 노래에 보수적인 성직자들의 ‘하람’(haram, 금지)이라는 판결을 둘러싸고 ‘나의 금지된 노래’(My forbidden Song)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렇듯 이란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복장과 히잡 착용여부를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었던 여성 가수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도 사라져버렸다. 이란에서,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금지된 것이다. 이슬람 혁명 전후 로 수많은 이란의 여자 가수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하였고, 이란 국내에 머물렀던 여자 가수들은 다시는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여성 솔로 가수의 목소리는 성적 자극을 주는 ‘위험한 금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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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쓰고 카펫을 제작하는 이란 여성들 스틸컷 ©2020 아시아문화원/촬영 남오준

테헤란 거리 위의 사자들

영화 〈해방의 노래〉에서 사라 나자피는 이 사라져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시키고 싶어한다. 근대 이란 여성 가수로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고 공연을 했던 가마르(Qamar)의 발자취를 통해 사라 나자피는 테헤란에서 여성 가수의 목소리가 부활하기를 꿈꾼다. 이러한 목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2009 년에 있었던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 녹색의 거리에서 한 무리의 사자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이 땅의 여성들입니다.” 이 말은 2009년 11월, 테헤란의 커피 숍에서, 한 지식인 남성이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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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여성 인권 영화제 상영작 <해방의 노래> 스틸컷 출처:Chaz Productions

2009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맞선 이란의 대중들 속에서, 수백만의 거리 침묵시위 속에서, 격렬한 탄압의 현장에서 사라 나자피는 다른 수많은 그 땅의 젊은이들처럼 절망과 위험에 빠졌다. 그리고 녹색 물결의 민주화 시위대 속에서 그녀는 음악으로 저항할 결심을 한다. 필자 역시도 2009년 그 뜨거운 테헤란의 거리에서 녹색 히잡을 쓰고, 녹색 팔찌를 끼고 변화와 자유를 목놓아 외쳤던 이란의 여성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정확히 30년 만인 2009년에 이란의 젊은이들은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회의 변혁과 희망을 부르짖었지만, “봄은 다시 찾아 왔지만, 네다는 사라졌다!”는 영화 속 그들의 외침처럼 무력 진압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잃어야만 했다. 하지만 2009년 이란의 거리에서 사자처럼 포효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수백, 수천의 여성들은 아직도 그 뜨거웠던 사회 변혁을 위한 희망들을 기억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들의 목소리와 노래를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면 할수록 이란의 수많은 사람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여성의 음악과 목소리로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로써 그들에게 음악은 저항의 도구가 되고 해방에 대한 외침이 되는 것이다. 정권에서 여성의 음악을 탄압할수록 음악은 더욱더 예술 영역을 넘어 강력한 정치적 힘이 되는 것이다.

목소리에 담긴 힘

통제와 금지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란이슬람공화국에서 여성들은 변화와 자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전통주의자들과 정권이 여성의 목소리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합창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지워버릴수록, 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여성 청중뿐 아니라 모든 청중 앞에서 자신의 영혼을 담아내고자 한다.
“목소리는 다른 어떤 악기보다 중요하다. 노래만큼 사람의 감정 — 슬픔, 기쁨, 두려움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는 없다.”는 영화 속 한 여성의 속삭임처럼 이란의 여성들은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자 한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너무나 당연한 욕구라 할 수 있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열망이다.
바로 여기서 이슬람 정권에서 그토록 여성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합창이 아닌 여성 솔로의 노래에는 개인의 정체성이 담겨 있으며 동시에 개인의 감정이 그대로 표현된다. 수많은 목소리 속에 개인의 색을 희석시키는 것은 마치 이슬람 정권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무채색을 강조하고 혹은 똑같은 짙은 색의 히잡을 씌워 ‘나’의 색을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보수적인 시선들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오늘날 이란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것이, 이란 사회의 변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가지는 감정과 개성을 억제해 목소리를 없애는 것은 마치 자유로운 새를 새장 안에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코 죽지 않는 목소리

나는 이란의 거실에서, 공원에서, 결혼식장에서 페르시아의 시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성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국영 방송이나 거리, 혹은 공연장에서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은밀하고, 안전한 ‘그들만의 공간’에서만 엿들을 수 있다. 그들의 노래는 이데올로기를 위함도 아니며, 정권을 전복시키자는 것도 아니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녹아들어 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노래’를 하고 싶을 뿐이다. 이란 사람들은 그 어떤 민족보다도 시를 사랑하고 음악을 즐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음악은, 특히 여성의 노래는 반이슬람적인 것이자 사탄의 목소리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이란 사람들은 불법 위성채널을 통해 이슬람 혁명 이전에 활동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숨어서, 그들의 거실에서만 즐겨 듣 는다. 이슬람 혁명 이전에 활동했던 가수들의 옛 노래들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란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 활동했던 여자 가수들의 40여 년 전의 노래들을 여전히 찾아서 듣고, 그들의 새로운 팬이 되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또한 비행기까지 타고 인근 국가에서 열리는 여가수 구구쉬(Googoosh)의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그녀의 목소리에 열광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그들이 뜨거운 감성을 열망하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공연장에 보인 사람들의 마음과 튀니지의 광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노래했던 튀니지 가수 에멜 마스루히 (Emel Mathluthi)의 노래 〈자유는 나의 언어〉(My Word is Free)의 가사를 다시 되새겨 보자.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다. 나는 절대 죽지 않는 비밀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 목소리이다. 나는 혼란 속의 의미이다. 나 는 암흑 속에서 빛나는 별이다. 나는 압제자의 목 안의 왕좌이다. 나는 불에 맞서는 바람이다. 나는 잊히지 않는 영혼이다. 나는 결코 죽지 않는 목소리이다.” 아무리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들이 이란 여성들의 목을 죄고, 그녀들의 노래를 남성을 유혹하는 사탄의 목소리, 혹은 마치 '여성들의 벗은 몸'이라며 탄압하지만 이란 여성들은 결코 죽지 않는 비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자들이다.

그녀들에게, 자유롭게 노래함을 허하라!

  • 글. 구기연 kikiki9@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속 문화인류학 전공, 이란 현대 문화
    저서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만들기》(2017),
    《Media in the Middle East: Activism, Politics, and Culture》(2017, 공저) 논문,
    〈Islamophobia and the Politics of Representation of Islam in Korea〉 (20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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