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리아를 사유하는 레지던시

2020년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 개최

레지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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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인들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인간과 야생 동물은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고 살아야 하는데, 삼림 훼손 등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들이 인간의 활동 영역에 접근하면서 가축을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와 더불어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곧바로 재난 영화가 떠오를 만큼 무서운 이야기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우리나라에서도 설상가상 여름이 시작되자 한 달 넘게 큰비가 계속되어 환경 재앙을 실감케 하고 있다. 계속되는 큰비도 결국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이쯤 되면 인간들 스스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들의 과도한 욕망이 멈추지 않는 한 작금의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은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창제작자와 연구자 들의 상상력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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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시작하여 5년째인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바이오필리아(Biophillia)'를 올해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 바이오필리아는 '바이오(Bio, 생명)'와 '필리아(Phillia, 사랑)'의 합성어로 '생명사랑'을 의미한다. 이런 주제를 택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전 지구적 환경 위기와 그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해결 방안을 사유하고 상상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창제작자와 연구자 들의 과제는 바이오필리아라는 주제를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기술 등이 포함된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고 함께 연구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크리에이터스], [다이얼로그], [디자인], [씨어터] 이렇게 4개의 분야로 나눠 창제작자와 연구자 들을 선발했다. 그들은 지난 8월 4일 오후 ACC의 ACT스튜디오에 모여 2020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출발을 함께 하며 각자의 작업과 연구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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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레지던시 사업에 대한 안내를 시작으로 참여자 및 사업 담당자를 소개한 후 각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바이오필리아를 주제로 한 4개 분야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운영된다.
[ACC_R 크리에이터스] 분야는 예술과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두고 미래지향적이면서 창조적인 작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예술가, 연구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기획부터 조사, 연구, 제작까지 협업하며 결과물을 쇼케이스로 선보인다. 올해는 바이오필리아와 관련된 예술적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ACC_R 디자인] 분야는 ACC에 특화된 디자인 콘텐츠를 창작하여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핵심 주제에 맞게 생태와 웰빙 등을 모티브로 [다이얼로그] 프로그램과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확장할 계획이다. [ACC_R 다이얼로그] 분야는 올해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철학자, 사회학자, 과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담론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인류세, 종의 다양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며,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 학제간 융합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결과물은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 [ACC_R 씨어터] 분야는 실험적이고 참신한 공연예술 작품을 발굴하여 작품 제작을 위한 조사, 연구, 창작 및 개발,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바이오필리아와 함께 아시아의 평화, 인권을 주제로 다루며 결과물은 쇼케이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바이오필리아를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외에도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ACC_R 펠로우]와 [ACC_R 아시아 커뮤니티] 분야도 운영된다. 방문연구 프로그램인 [ACC_R 펠로우]는 아시아와 관련된 인문학적 담론을 생산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을 지원하는데, 올해는 소리와 음악, 디자인 등을 주제로 관련 분야의 학술자료를 축적할 계획이다. 결과물은 자료와 출판물로 기획 발간되고 학술행사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게 된다. [ACC_R 아시아 커뮤니티] 분야는 아시아의 창의적인 무용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아시아무용커뮤니티 안무가 LAB' 프로그램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안무가의 창작과 아시아 무용인들의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안무가들은 3개월간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조사와 연구, 멘토링, 협업 과정을 거쳐 창작 결과물을 쇼케이스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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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이기모 레지던시 TF팀장이 올해의 핵심 주제인 바이오필리아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였고,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각자의 작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는 바이오필리아를 주제로 한 3개 분야의 참여자들만 발표했다.
먼저 [ACC_R 크리에이터스] 분야에서는 여섯 팀의 크리에이터들이 발표했는데, 유전체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아이를 만들어보는 『9x9 탄생 보드』(김태은, 이윤경), 동양의 십이지신과 서양의 12개 별자리에서 영감을 얻은 『Magic Shadow』(윤미연, 배정식, 최화준, Cesar Noda),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디지털화된 소리로 재해석한 『어드메(2020)』(이다영, 이지원),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바이오필리아와 관련된 수요와 공급을 실험하는 가상의 예술기업 프로젝트 『㈜이즈비(가제)』(이호탁, 이태용), 수시로 모양이 바뀌는 인공 계곡과 플라스틱 공들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중력에의 의지』(닥드정), 그리고 식물과 오브제의 결합 등을 통해 건축과 식물에 대해 시적으로 접근하는 『건축적 식물, 식물의 건축』(최진혁)까지 각각의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다음으로 [ACC_R 디자인] 분야에서는 다섯 명의 디자이너들이 발표했는데, 팝업북과 보드게임을 이용해 워크숍을 진행하는 『Biophillia: Fun of problem solving(가제)』(김보배), 식물의 움직임이 담긴 그래픽 패턴으로 모빌, 달력, 컴퓨터 화면 보호기를 제작하는 『Gestures of Plant』(박고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이미지가 담긴 오브제를 만드는 『Microscopy』(용세라), 미술사 속에서 승리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패턴과 아트상품을 제작하는 『Godspeed you』(정나영),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와 문양을 개발하는 『A City of Control C(가제)』(최지이) 등 각자의 작업 계획이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ACC_R 다이얼로그] 분야에서는 다섯 명의 연구자가 각자의 연구 주제를 발표했는데, 동시대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바이럴리티와 신식민주의 등에 대해 연구하는 『Virality and Neocolonialism in Contemporary Art』(김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개별 공간과 치유적 공간을 제안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 특성이 반영된 치유적 공용공간: 프랑스 파리 오스만 집합주택의 중정을 중심으로』(김순웅), 인간과 자연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중적인 작품들을 연구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예술적 방향성 제안을 위한 연구: 시대별 콘텐츠를 중심으로』(나여랑), 전염병으로 인해 대량으로 발생하는 시체들의 보존과 추모에 관해 새롭게 접근하는 『팬데믹과 무덤 조성에 대한 연구』(이윤경), 그리고 건물의 피부로서 외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Peel Urbanism: Building Envelopes of the Anthropocene』(전재우)가 차례로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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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바이오필리아의 관점에서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ACC_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하나의 핵심 주제 하에 서로 교류하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낼 결과물은 앞으로 쇼케이스, 라운드 테이블, 더 랩북(출판) 등으로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작업 활동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며, 작품들은 온라인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바이오필리아를 사유한 이들의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 글. 백종옥 icezug@hanmail.net
    사진. ACC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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