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한 척의 사유(思惟)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 ‘척(尺)’ 리뷰

#ACC


척의 의미는 다양하다. 한 치의 열 배인 ‘척’, 그럴듯하게 꾸미는 태도를 일컫는 ‘척’ 등등이다. 길이, 부피, 무게 등의 단위를 재는 도량형(度量衡) ‘척’에 바탕한 이채로운 작품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12월 9일에 개최됐다. 안애순 안무의 2021년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인 이번 작품은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의 창・제작 플랫폼인 ACC가 야심차게 기획한 공연이다. 아시아 무용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창의적인 무용 콘텐츠 개발 및 중장기적 레퍼토리 구축을 위한 아시아무용커뮤니티 사업이다. 2010년부터 시행해오고 있으니 상당 기간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다. 아시아의 전통적인 측량법인 ‘척(尺)’에서 출발한 점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이 작품은 ‘절대성과 상대성’, ‘잣대와 비잣대’, ‘표준과 비표준’, ‘노멀과 뉴노멀’, ‘같음과 다름’ 등 비교와 대조라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신체척(身體尺)’을 통해 구현했다. 한마디로 표준의 의미와 역할, 가치에 대한 ‘이 시대의 척’이라 말할 수 있다. 공연 시작 전, 바텐(batten)에 매달린 조명기들이 촘촘히 내려와 있다. 도형으로 치환한 여러 형상들이 영상으로 분사되다 조명이 들어온다. 무대 왼쪽에서 안경 쓴 남자 무용수가 나와 손가락을 응용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무대 우측 오케스트라 피트 앞 남자 무용수 한 명이 앉아 있다. 손의 기하학성(幾何學性)을 이용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피트 앞 남자 무용수가 무대 뒤쪽으로 이동한다. 서로 위치를 바꿔 앉다 어깨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아크로바틱(acrobatic)한 모습도 간혹 보인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다소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자 무용수가 나온다. 신체 전반을 이용한 움직임을 중앙에서 보여준다. 마치 점, 선, 면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다. 공간에 펼쳐져 척의 중첩성을 보여준다. 블랙 톤 의상을 입은 짧은 머리를 한 여자 무용수가 무대 왼쪽에서 나온다. 유연한 신체 움직임이 단번에 시선을 끈다. 이어 또 한 명의 여자 무용수가 나와 움직임 큰 동작을 선보인다. 세 명이 연이어 들어온다. 블랙 톤 의상 입은 여자 무용수는 천천히, 뒤에 등장하는 여자 무용수는 그 움직임에 호응한다. 추가된 두 명이 나와 공간을 채워 나간다. 다섯 명이 무대에 위치한 가운데 조명 바텐이 올라간다. 무대 상부에서 구조물이 내려온다. 이 작품의 주요 장치다. 장치를 통해 거리와 시간이 공간에서 변주되고, 진화한다. 거리와 방향이 다른 이 세계에 대한 물음이다. 작품에서 발 구르는 동작이 많다. 이는 ‘평(坪)’을 위한 외침으로 객석에 전달된다. 여섯 자 제곱인 ‘평’의 신체 언어적 은유가 상당하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분절과 이어짐이 무대 중앙에서 교차된다. 몸과 몸이 부딪쳐 새로운 몸을 탄생시킨다. 한 명이 무대에 누운 가운데 네 명이 들어온다. 경쾌한 음악이 몸 사이로 지나간다. 무대 구조물이 무대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음악도, 발놀림도 빨라진다. 정동(靜動)의 간주와 맥락이 안무에 잘 흡수됐다.
무용수들이 하나 돼 같이 움직인다. 이는 안무의 생동감과 입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개별적인 움직임이 전체 속에서 연결됨으로써 정교함은 더해진다. 블랙 톤 의상을 입은 여자 무용수의 다소 코믹하되 유연한 움직임은 다른 여자 무용수의 정적인 움직임과 대비되기도 한다. 무질서에 대한 질서, 비표준에 대한 표준을 역설적으로 제시한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작품 ‘척(尺)’은 두 팔 벌려 평의 모습 보여주기, 바닥 치는 동작, 정지 동작과 움직임의 반복, 정과 동의 교차 등의 움직임이 안무 포맷의 근간을 이룬다. 몸으로 말한 척의 사유(思惟)다. 신체를 통해 공간을 건축한 점은 이 작품이 지닌 미덕이다. 이를 뒷받침한 것으로는 무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공간을 추적하고, 몸의 분절을 기하학적으로 구현해 조형성을 높인 무대 구조물이 그 몫을 단단히 했다. 작품에서 세 개의 파트로 구분될 수 있는 영상 또한 마찬가지다. 흑백으로 아홉 명의 무용수를 도형으로 이동시켜 움직임을 담은 장면, 다양한 색의 도형을 군집해 형상화한 장면, 도형이 남긴 발자국을 또 하나의 경로인 선(線)으로 포착한 장면 등이다. 단순히 멜로디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제 각각의 움직임을 기호화해 음향적 동작까지 상승시킨 점은 무용이 지닌 내재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이 작품은 몸이 바라보는 시공간을 건축적 구조에 이입해 척의 의미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몸이 지나간 흔적의 소용돌이는 기억이라는 공간에서 또 하나의 척을 만들게 된다. 결국 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척(尺)’이 지닌 순수한 기준의 마디는 규정할 수 없는 표준에 대한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아홉 명의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낸 아홉 척은 하나의 척이 돼 한 평을 유유히 사유했다. 신체척을 통해 표준화된 도량형을 넌지시 바라본 이 작품은 아시아적 가치관을 재탐미했다. 절대적 기준에 대해 당당히 맞선 무대다.

ACC 아시아무용커뮤니티 레퍼토리 제작 공연‘척(尺)’
  • 글. 이주영(무용평론가, 고려대 문학박사)
    사진. ACC 제공

    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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