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 시인의 서재

시인 문병란의 집

광주초이스




‘시는 아름답지만 어렵다’고 생각했다. 항상 동경했던 시인은 보통 사람과 달리 특별해 보였고 그가 살았던 집과 서재는 보통의 우리네 집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267-11번지, 외관 벽에 [시인 문병란의 집]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 집은 주택가 골목에서 빨간 벽돌 2층 건물을 흰색 철 구조물로 덧대어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모습이라 금세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서는 예쁜 카페처럼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오히려 아늑한 갤러리 같았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 담 벽면에 무등산 주상절리 벽화와 문병란 시인의 시 ‘무등산’이 방문자를 맞는다.

광주광역시 동구 밤실로 4번안길 16(Tel (062)-222-8182)
광주광역시 동구 밤실로 4번안길 16(Tel (062)-222-8182)
온라인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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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병란의 집, 1층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이었던 고(故) 문병란 선생이 1980년부터 2015년 별세하기 전까지 거주했던 자택을 동구에서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해서 2021년 9월 [시인 문병란의 집]으로 개관했다. 약 45평의 규모로 옛날 가옥을 개조하여 1층과 2층 모두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좁은 마당에서 미닫이문을 열고 신을 벗고 들어가니 거실이었을 공간에서 동구 인문 산책길 해설사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깔끔한 흰색 공간에 마주 보이는 정면으로 문병란 시인의 초상이 보이고 옆에 있는 [시인 문병란의 집]이라는 조금 특이한 글씨체는 생전 문병란 시인의 자필을 그대로 옮겨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오른쪽에는 1934년 화순 도곡면에서 출생하여 2015년 별세할 때까지의 선생의 생애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왼쪽 벽면에는 선생이 발표한 작품집들이 벽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작품집을 보면 쉬지 않고 창작했을 만한 그 양에 놀랄 수밖에 없다.

시인 문병란의 집
시인 문병란의 집

입구 왼쪽 벽면에는 빔 프로젝트로 문병란 선생의 시가 계속 상영되고 그 옆 왼쪽 방은 선생의 활동을 시기별로 나누어 관련된 시와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 간단히 소개하면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에 대한 재능이 드러났던 그의 시 ‘가을의 산길’이 소개되어 있고 옆으로 조선대학교 문리대학에서 김현승의 지도를 받았을 때 쓴 시 ‘가로수’가 김현승의 추천으로 발표되어 시인이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시를 읽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한 박찬호는 선생의 시 ‘희망가’를 읽고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인터뷰를 했고 5·18에 대한 진실을 적어 충격을 주었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의 제목은 선생의 시 ‘부활의 노래’ 1연 5절에 나온 글이라는 것이다. 그의 시는 때로 가수의 노래가 되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중요한 순간 누군가의 삶을 바꿔주는 힘이 되기도 했다는 내용들을 볼 수 있었다.

대중문화 속 문병란
대중문화 속 문병란


1층, 시인의 방

1층에서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시인의 방이다. 볕이 잘 드는 아담한 방은 생전에 부부가 안방으로 썼던 공간으로 옷장과 침대 등의 가구가 있었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터라 부인께서 바느질로 자녀 교육과 생계를 꾸리시기도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침대 옆 벽에 걸린 액자에 ‘아내의 샹송’이라는 시는 내조를 잘해준 아내를 위해 바친 헌시 중 하나라고 한다. 아들 하나, 딸 셋의 자녀를 두었는데 벽에 장남의 결혼식 사진이 걸려 있었다. 검소하기만 한 방에 화려한 목단꽃 그림 액자는 지인이 선물한 것으로 그 내막은 그의 시집 ‘민들레 타령’에 나온다고 한다.

시인 문병란의 집
시인 문병란의 집


시인 문병란의 집, 2층

이 집에서 가장 시(詩)의 향기가 많이 풍기는 곳이 2층이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지대가 높아 멀리까지 마을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거실 창이 있다. 올라오는 계단 끝에 선생의 자필이 적힌 노트와 유리 상자에 전시된 물건들이 있고 거실 한 켠 벽을 따라 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데 문병란 선생의 시를 필사해 볼 수 있는 공간과 시에 수록된 90개의 문구가 새겨진 스탬프들이 꽂힌 벽이 보인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골라 조합해서 마련된 엽서에 찍으면 나만의 새로운 시를 창작해 볼 수도 있다. ‘하늘을 우러러’, ‘외롭지 않다’, ‘소주를 마신다’, ‘오 나의 친구’ 같은 90개의 짧은 문구들을 조합해 만든 앞선 방문객들의 시가 너무 좋아 놀라기도 했다. 서재 옆 작은 방이었을 공간은 앉아서 그의 작품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로 만들어져 문병란 시인의 시가 멋진 배경과 함께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또 ‘문학 자판기’가 있어 버튼을 누르면 문병란 시인의 시가 무작위로 인쇄되어 나온다. 긴 시, 짧은 시 한 장씩 뽑아 보았는데 ‘내 연인의 꽃가게’와 ‘평양냉면’이라는 시가 나와 읽어 볼 수 있었다.

시인 문병란의 집, 2층
시인 문병란의 집, 2층


2층, 시인의 서재

시를 쓰기 시작하면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한 편씩 썼다는 문병란 선생은 ‘화염병 대신 시(詩)를 던진 한국의 저항시인’으로 ‘뉴욕타임즈’(1987)에 소개될 만큼 수많은 저항시를 남겼다. 평생 민족문학운동과 5·18민주화운동에 힘을 쏟았고 그에 관련된 시도 많다. 이 서재는 문병란 선생이 많은 작품을 집필했던 곳이자 김남주, 황석영, 김준태 등 당대의 수많은 문인들과 광주민중항쟁의 마지막 수배자였던 윤한봉 등 민주화 인사들이 찾아와 선생과 교류했던 장소라고 한다. 방 입구에는 ‘동진헌(同塵軒)’이라 적힌 액자가 걸려 있는데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화광동진(和光同塵: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에 같이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덕을 감추고 세속을 따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선물 받은 이 글을 매우 아꼈다고 한다. 서재로 들어가면 양쪽 벽에 벽돌을 쌓아 나무판으로 만든 책장에 빼곡히 정리된 책들, 그러고도 자리가 부족해 빈 벽에 붙여 책을 쌓아 올렸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서 아끼던 스피커와 음악CD, 기타가 뒤쪽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책과 음악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앉아서 글을 썼을 낮은 탁자 하나가 방 가운데 놓여 있었다. 그 많은 시들을 탄생시킨 탁자는 너무도 작고 평범했다. 입구 왼쪽으로 ‘심화독소’라고 적힌 목판화와 함께 생전 선생이 입었던 옷과 오랫동안 들어서 낡은 가방 등이 주인 대신 방을 지키고 있었다.

2층, 시인의 서재
2층, 시인의 서재

아호는 서은(瑞隱)으로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 태어나 광주 서석초등학교를 편도 4시간을 걸어서 다녔던 시인 문병란은 어려서부터 시에 재능을 보였고 시인 김현승의 추천으로 ‘가로수’를 [현대문학 1959]에 발표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하던 시기는 박정희 정권이 강화되던 시기로 「문병란 시집(1971)」, 「정당성(1973)」을 출간해 민중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노래한다. 1977년 통일의 염원을 밝힌 ‘직녀에게’를 발표하고 「죽순밭에서」를 출간했고 1979년 재출간 때 풍속문란을 이유로 판매금지처분을 받기도 한다.
시인 문병란은 암울했던 시기에 ‘시’로 저항했다. 그렇다고 현실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기 위해 그는 시만 던진 것은 아니었다. 1980년 대성학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시국강연을 40일 동안이나 열고 거리행진까지 하면서 수배령이 내려져 수감되기도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한 민족시인인 그를 기리기 위해 개관된 [시인 문병란의 집]을 돌아본 감상은 시인의 집답게 1층과 2층 구석구석 시가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적혀 있는 ‘나는 땅이다 / 길게 누워있는 빈 땅이다’라는 ‘땅의 연가’ 한 구절과 ‘오늘은, 잠들지 못하는 땅의 찬란히 타오르는 한 줄기 노을이 되거라’라는 ‘부활의 노래’ 한 구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영상실
시인 문병란의 집
  • 글. 김옥수 mono755@daum.net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2.2
초여름날의 향기나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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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알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광주대학교 주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참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협력 “우리 안의 화인 음식 이야기” 강연 5월 31일을 필두로 각계 명사 초청 릴레이 오픈 특강 실시
‘그들이 남긴 메시지-억압 속에 눌린 셔터’
오월, 이맘때가 되면 광주 곳곳에서는 미술과 공연, 문학 할 것 없이 오월영령을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지난 5월 3일 개막해 오는 7월 26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 6관에서 기획전 ‘그들이 남긴 메시지-억압 속에 눌린 셔터’가 열리고 있다.
이 시대 모든 ‘52Hz 고래들’에게 : 소통을 말하다
현대인은 고독하다. 반복되는 일상,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지쳐간다. 어쩌면 군중들 속에서 더 고독하다. 사회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규격화된 인간이 되길 바란다.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낙오되고 만다.
색다른 공연이 필요하다면 <ACC 브런치콘서트>에서 만나자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수요일, 이 날을 잊지 않고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필자 역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평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기다리던 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5월의 화창한 날씨 탓인지 브런치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가는 걸음이 평소보다 가볍고 힘차다. 주변을 둘러보니 예술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하나둘이 아니다. 필자처럼 혼자 방문한 관객부터 친구, 가족, 연인끼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방문한 관객들까지 예술극장 앞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서 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메마른 사막에서 샘솟는 ‘아쿠아 천국’
<아쿠아 천국(Aqua Paradiso)>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소개하는 리플릿의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는 ‘아쿠아 천국’이라는 타이틀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물’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타이틀과 달리 전시 리플릿은 물이 말라버린 사막의 이미지로 관객으로 하여금 의문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리플릿 속 금방이라도 바람에 흩날려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이 사막의 이미지는 오히려 그 삭막함이 물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4·3에서 여순10·19,
다시 5·18 광주로
지난 2021년은 70여 년간 묻혀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인 제주4·3사건과 여순항쟁에 대한 진실을 밝힐 법적 장치가 마련된 기념비적인 해이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21.02.26, 12.09.) 되었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21.06.29.)되었다. 비로소 제주4·3과 여순항쟁의 슬픈 역사가 긴 겨울을 버텨내고 봄을 맞는 듯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마침내 찾아온 제주4·3과 여순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우리도 마주 할 시간이다.
수요일에 만나는 특별한 공연
‘ACC 수요극장’
한 달에 두 번,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는 특별한 수요일로 필자의 일정표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이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진행되는 ‘ACC 수요극장’이 열리는 날이다. ‘ACC 수요극장’은 예술의 전당 ‘SAC on Screen’과 함께 국내 우수 공연들을 영상화하여 상영하는 ‘공연 실황 상영회’로 매월 첫 번째, 세 번째 수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시작된다.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뮤지컬 명성황후부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까지! 총 17편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12월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예술의 전당의 엄선된 공연을 가깝고 편하게 ACC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부터 양림동까지…
도보로 하는 ‘문화나들이’
첫 코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전 ‘유에민쥔:한 시대를 웃다’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출범한 뒤 첫 선을 보이는 전시여서 기대가 컸다. 국내에서 유에민쥔의 개인전이 열린 것은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여서다.
ACC 콘텐츠, 인프라, 전문가와 함께 현장형
문화 예술 전문가로 성장 지원
문화가 자본이 되는 21세기. 무한한 매체들의 소통을 통한 문화 다양성은 문화 담론 확산과 함께 문화자본주의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이른바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불릴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