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미디어로 다시 태어난 보물선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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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14세기 고려시대에 해양실크로드를 따라 수만 가지의 물적 자원들을 싣고 항해하던 중국 배 한 척이 고려의 연해 어딘가를 표류하다 침몰되었다. 이 배는 수백 년이 흐른 후인 1975년 8월 전남 신안의 한 어부의 낚시그물에 우연히 걸려든 중국도자기 6점을 계기로 시작된 대규모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하여 발견된 지역명을 따라 ‘신안선'이라 명명된 이 난파선은 1323년 여름, 중국 경원을 출발하여 일본 국제무역의 관문이었던 고토렛토-하카타로 향하던 무역선이다. 본래의 항로상 일부러 고려를 경유했을 가능성은 희박하여 태풍에 의한 해난사고로 고려 남해까지 표류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신안선에는 7백여 년 전의 귀한 무역품이었던 중국 도자기 2만 5천여 점, 금속공예품, 석제품, 향신료, 약재 등 총 2만 7천 6백여 점이 실려 있었다. 그 외에도 화물칸에 실려 있던 동남아시아산 고급 향나무 1천여 점, 중국 동전 8백만 개 등이 발견된 바 있다. 고로 이 난파선은 역사의 산증인과 마찬가지인 셈으로 14세기 바다를 무대로 무역활동을 펼치던 중세 상인들의 삶과 동아시아 문화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해저유물 신안선의 발굴은 갯벌을 품어 시야 확보조차 어려웠던 신안 바다의 거센 물살과 차가운 온도 등으로 최악의 조건이었음에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해군, 전라남도와 신안군이 협력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이루어 낸 결과였다.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진행된 이 수중발굴조사는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물론이며 한국수중고고학의 시초가 되었고, 1978년 국립광주박물관과 1994년 수중문화재 발굴 전문기관인 국립해양유물전시관(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개관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지난 2021년 12월 28일부터 2022년 1월 16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는 전시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신안선의 난파, 복원의 과정과 함께 발견된 해저유물들을 가상 미디어로 구현한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핵심이다. 현재 신안선의 잔존 선체와 유물을 비롯한 실제 해저유물들은 현재 전라남도 목포에 소재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상세한 기록 자료들과 함께 전시 및 보존 중에 있으며, 도자유물의 경우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는 두 소장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신안선의 3D 스캔파일과 원형복원 모델링자료를 기반으로 가상의 신안선을 구성하였으며, 역시 3D로 스캔한 도자유물들을 프로젝션맵핑과 미디어월을 활용해 선보이고 있다. 3D스캔 데이터는 그대로의 기록으로 수만 개의 포인트로 이루어진 데이터이며,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참여형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개발했다는 것이 개발사인 사일로랩의 설명이다.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필자의 경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신안선을 소재로 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두 곳의 전시를 모두 살펴보았다. 두 기관의 성격이 다른 만큼 동일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관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 등에서 확연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게 2개의 섹션으로 나뉘는데, 먼저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 들어서면 신안선의 난파, 복원의 과정을 XR(확장 현실) 기반으로 재구성한 체험형 미디어 작품이 전시공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의 첫 인상은 흡사 몰입형 전시로 유명세를 얻은 '빛의 벙커(제주도)'에서 볼 법한 느낌의 큰 규모의 영상과 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때문인지 신안선의 고유한 이미지와 서사보다는 작품의 스케일과 화려함 자체에 매료되는 관객들이 많은 듯했다. 본래 층고가 높은 복합2관은 타워를 연상시키는 세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계단을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면 1층의 원형바닥의 전면을 활용한 프로젝션맵핑 작품을 전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애초 신안선이 해저유물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높이가 있는 위치에서 아래를 향해 작품을 바라보는 포지션 자체가 전시 관람의 몰입감을 한층 더한다. 실제 작품의 제작 의도 역시 관객이 내려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감안해 해수면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맵핑 작품은 실재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관적이지 않고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는 신안선의 난파와 소실, 복구 과정을 '포인트 클라우드(3차원 공간상에 퍼져 있는 여러 점의 집합)' 데이터화하여 게임엔진으로 가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타 신안선과 관련된 이미지나 실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보존되고 있는 선체의 복원 형태와 비교했을 때 시각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구성을 가진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프로젝션맵핑 작품 외에도 복합2관 입구의 바로 우측에서 신비로운 색감의 모션이미지가 재생되고 있는 세 대의 LED 모니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보물선’과 ‘해저유물’에서 착안한 이 모션이미지는 전시의 타이틀과 내용을 함축해 보여주며 포스터와 리플렛 등의 홍보물에서 전시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전시장 내외부를 통틀어 관객의 시야에 도달하는 최초의 시각적 접근이기도 한 이 이미지는 유물의 발굴과 기록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관객에게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전환적 시도라고 추측해 볼 수 있을 만큼 아름답기도 했다. 메인 작품 관람 후 원형 층계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직접 화면을 터치해 신안선과 함께 발굴된 도자유물들의 복원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는 미디어 작품 또한 체험해 볼 수 있다.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

현대 기술의 진보를 통해 이제는 전시를 단순히 ‘보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하나의 작품의 구성이 되거나, 작품을 직접 만지고 교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체험형 전시, 실감 컨텐츠, 몰입형 전시와 같은 컨텐츠들이 나날이 늘어 가며 일반 대중들에게 미술과 전시에 대한 진입장벽을 눈에 띄게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다. 정적이고 개념적인 작품들이 전달할 수 있는 고유한 아우라가 있듯, 기술적 규모와 인프라를 보유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같이 유익한 소재를 통해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아우라를 전달할 수 있는 전시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기를 바란다.

  • 글. 김민지 mingjeek@gmail.com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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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18 광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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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만나는 특별한 공연
‘ACC 수요극장’
한 달에 두 번,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는 특별한 수요일로 필자의 일정표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이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진행되는 ‘ACC 수요극장’이 열리는 날이다. ‘ACC 수요극장’은 예술의 전당 ‘SAC on Screen’과 함께 국내 우수 공연들을 영상화하여 상영하는 ‘공연 실황 상영회’로 매월 첫 번째, 세 번째 수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시작된다.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뮤지컬 명성황후부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까지! 총 17편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12월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예술의 전당의 엄선된 공연을 가깝고 편하게 ACC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부터 양림동까지…
도보로 하는 ‘문화나들이’
첫 코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전 ‘유에민쥔:한 시대를 웃다’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출범한 뒤 첫 선을 보이는 전시여서 기대가 컸다. 국내에서 유에민쥔의 개인전이 열린 것은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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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전문가로 성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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