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모든 ‘52Hz 고래들’에게 : 소통을 말하다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1.

현대인은 고독하다. 반복되는 일상,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지쳐간다. 어쩌면 군중들 속에서 더 고독하다. 사회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규격화된 인간이 되길 바란다.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낙오되고 만다.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주인공 선씨는 매일 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잠수를 하며, 고래가 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에게는 그 시간이 유일하게 자신다워지는 시간이다.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어느 날, 물거품 요정이 나타나 고래가 되고 싶어 하는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바다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그는 다른 고래와 다르게 52Hz의 주파수를 가진 고래가 되어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는 바다에서도 고래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가 된다. 다른 고래는 듣지 못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

고래고래 부우부우~ 고래고래 부우부우~

귀로 세상 보는 고래~ 귀로 보는 세상 트랄랄라~

맘에 들어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없네

난 그냥 부우~

난 그냥 부우~

난 그냥 고래 ♬

그는 자신만의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며 문어와 플랑크톤과 같은 다른 바다 생물과 친구가 된다. 그와 친구가 된 플랑크톤은 “살아지고 죽어지고~♬” 반복되는 일생에서, 그의 52Hz 노래를 듣고 행복해한다.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배와 충돌해 청력 손상을 당한 돌고래 무리를 자신의 주파수를 사용해 구해준다. 이 일로 그는 자신만의 주파수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던 그에게 또 한 번 물거품 요정이 나타나, 계속 고래로 남을 것인지, 인간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 묻는다. 그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인간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주파수로 노래해 보고 싶어서.

#2.

ACC 아시아콘텐츠 공연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고래씨 이상해」는 전통연희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연희집단 The 광대’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동시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 소통의 문제를 52Hz 고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이 공연은 기획단계부터 해안지역 연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연희로 체화된 몸짓으로 전통적 요소가 현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뒤바뀐다. 풍물놀이 속 진법, 탈놀이 등 전통연희의 움직임들과, 해안지역에서 연행되던 연희 속 움직임과 소리를 재창작하여 신비로운 바닷속을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평안을 비는 동해안별신굿, 남해안별신굿과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진도씻김굿의 요소들을 무대 중간중간 녹여냈다.

특히, 지전으로 표현된 바닷속 움직임은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듯했다. 극 중 바다 생명체들이 흰 창호지로 만든 수십 장의 지전을 양손에 쥐고 음악에 맞춰 사방으로 휘저으며 춤을 춘다. 지전춤은 중요무형문화제 제72호인 진도씻김굿에 속하는 것으로 무당들이 ‘지전’이라고 하는 종이돈으로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고, 극락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춤이다. 동해안별신굿에서도 이러한 지전춤이 나타난다.

용을 형상화한 용선에 영혼을 싣고 저승세계로 무사히 가는 놀이와 춤을 표현하는 남해안별신굿의 용선놀음은 극중 욕조로 등장한 소품이 바다에서 용선으로 바뀌어, 욕조를 활용한 춤으로 재해석된다.

또 이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통 연희극과 일렉트로닉 음악, 그리고 미디어 영상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이다. 우리 전통 장단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묘하게 어우러져 흥을 돋운다. 여기에 ‘52Hz 고래’ 시점의 미디어 영상은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

#3.

미디어 연희극 「고래씨 이상해」는 실제로 1989년 태평양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는 ‘52Hz 고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보통 고래는 12~25Hz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 고래는 52Hz 주파수로 노래를 한다. 이 고래는 다른 고래들이 이해할 수 없는 노래를 계속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불리게 됐다. 52Hz 고래는 어떻게 다른 고래와 소통할까? 자신만의 소통법이 있을까?

52Hz 고래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유효하다. 소통의 매체가 더 많아진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소통’의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오히려 우리는 소통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짐으로써 소통이 더 힘들어진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때로는 언어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없는 때를 마주한다. 우리는 온전한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래씨 이상해」는 우리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다시금 이야기하며, 이 세상 모든 ‘52Hz 고래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고.





by 소나영
nayeongso@daum.net
사진
AC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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