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기억을 남기고, 시는 마음에 남는다.

ACC 문화체험투어

여름은 다양한 색들의 계절이다. 짙고 청량한 하늘과 더없이 푸른 나무, 흐드러지게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 밝고 경쾌한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까지 6월이 되면 여름의 색들이 자기 자리에서 풍성하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 각자의 색들을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여름을 기다린 다채로운 색들만큼이나 이 계절을 개성 있는 색으로 물들일 주인공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ACC 문화체험투어>가 그것이다. 지난해 인기리에 진행되었던 <ACC 특별투어>가 올해는 더욱 특별한 체험들로 채워져 <ACC 문화체험투어>로 돌아왔다. <ACC 문화체험투어>는 해설사의 해설과 함께 주제별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체험해 보는 오감만족 투어 프로그램으로 다채로운 여름의 색깔만큼이나 개성 있는 <ACC 문화체험투어>가 올여름 시작한다.

참여자들에게 무더운 날씨를 대비한 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참여자들에게 무더운 날씨를 대비한 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 <ACC 문화체험투어> 참여를 위해 ACC로 발걸음을 옮긴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투어이기에 무더운 날씨에 대비한 생수와 핸드 선풍기, 양산이 참여자에게 각각 나눠지고 6월의 <ACC 문화체험투어>가 시작된다. 올해 첫 번째 투어는 <꽃이 시로 물들다>를 주제로 ACC를 가득 채우는 향기로운 꽃과 나무에 대한 해설을 감성적인 시와 함께 감상해 보고 아시아권 꽃 중심의 향료로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투어는 예술극장 로비에서 시작된다. 야외로 나가 본격 투어에 나서기 전 해설사의 시 낭송으로 투어의 막이 열린다. 이날 투어는 친구, 가족, 연인 다양한 그룹들이 참여해 함께했다. 해설사의 간단한 설명 후 본격적인 투어를 위해 예술극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부신 햇빛과 함께 ACC 너른 정원의 나무와 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찬란한 여름의 태양과 나무를 배경으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 2>가 해설사를 통해 낭송되고 그 뒤로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백일홍의 손짓이 참여자들을 반긴다. 백일홍은 꽃이 한 번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100여 일에 걸쳐 번갈아 피고 진다. 이 때문에 ‘백일홍(百日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예술극장과 창조원 사이 계단식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백일홍을 만날 수 있다.

백일홍에 대한 해설과 함께 시낭송을 하고있다.
백일홍에 대한 해설과 함께 시낭송을 하고있다.
백일홍에 대한 해설과 함께 시낭송을 하고있다.

백일홍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ACC 옥상정원의 채광정이다. ACC는 옛 광주읍성이 위치해 있던 곳으로 ACC 곳곳에서는 여전히 옛 읍성의 흔적들과 그것을 재현한 다양한 구조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읍성의 돌 모습을 재현하여 만들어진 채광정도 그중 하나로 옥상정원 곳곳에서 빛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낮에는 바깥의 자연광을 건물 아래로 내려보내고 반대로 밤에는 건물 안의 불빛을 옥상정원으로 올려 보내 정원의 무드등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정원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나무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모감주나무이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가을에 잘 익은 까만 열매가 염주를 만들 때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여름이 되면 노란 꽃이 나무 전체를 감싸는데 노랗게 펴 있는 아주 작은 꽃이 멀리서 보면 마치 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다고 하여 영어로는 골든레인트리(Goldenrain Tree)라고 불린다.

옥상정원 안쪽 그늘로 들어가자 여름 꽃 산수국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산수국은 그늘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그늘진 곳이어야 빛을 발하는 독특한 꽃이다. 산수국 향의 향수를 뿌린 시향지를 건네받고 나태주 시인 <섬수국> 낭송과 함께하니 주변이 온통 여름향기 가득찬 청보리빛 산수국 천국으로 바뀐다.

옥상정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독특한 구조물이 보인다. 넝쿨과 낮은 풀꽃들이 감싸고 있는 이 돌담은 조선시대 축성 방식을 잘 반영하고 있는 광주 읍성 유허로 일제강점기에 철거명령이 떨어져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읍성의 성벽과 관련된 돌들과 흙으로 된 둑이 남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갔을 수도 있는 유적을 보며 700여 년 전 ACC가 위치한 이곳을 상상해 본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돌담을 지나 조금 바깥쪽으로 나가자 눈부신 태양빛을 머금은 작은 연못이 나타난다. 수련, 연꽃, 수초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도시 한가운데서 만나는 연꽃과 수련이라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잠시 넋을 놓고 꽃을 감상하는 사이 수련향과 연꽃의 향을 뿌린 시향지를 전해 받았다. 물속에서 피는 꽃이라 가까이에서 향을 맡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두 개의 꽃을 비교해 맡아 볼 기회까지 함께하는 투어에 만족감이 배로 늘어난다.

옥상정원의 연못을 마지막으로 꽃과 시가 함께한 투어를 마무리하고 문화체험을 위해 ACC 내부로 장소를 옮겼다. 잠시 땀을 식히며 테이블 위에 놓인 다양한 조향 체험 재료들을 살펴보며 설레는 마음을 쏟아낸다. 체험은 조향 체험으로 투어 때 보았던 꽃나무들의 향뿐 아니라 아시아권의 풀과 꽃향기를 만드는 체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 하는 조향에 걱정과 긴장이 가득했지만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에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향, 나와 어울리는 향들을 찾고 섞으며 옆 사람과 향을 나누기도 하니 어느새 한 시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가족들이 서로 향을 찾아가며 나누는 이야기와 행복한 표정에서도 체험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투어 후 나만의 향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향들을 맡고, 찾는 조향 체험 시간을 갖는다.

완성된 향수는 선생님 손을 통해 향수병에 담겨 나만의 향수로 완성된다. 수많은 향들 중에서 나와 어울리는 향을 찾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찾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향수는 투어에서 만난 다양한 여름의 꽃들만큼이나 다채로운 나만의 개성을 듬뿍 담고 있다. 꽃과 시를 통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조향 체험을 통해 나만의 향으로 특별함을 가득 채우는 시간이었다.

예쁘게 포장된 향수
체험이 끝나고 예쁘게 포장된 나만의 향수를 가져갈 수 있다.

<ACC 문화체험투어>는 <꽃이 시로 물들다> 외에도 여러 주제로 구성된 투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전시연계 투어 프로그램으로는 수생태계와 인간의 대안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융·복합 전시인 <아쿠아 천국>을 관람하고, 환경오염 및 새활용과 관련하여 기능을 다 한 양말 등의 재료를 활용하여 냄비 받침을 제작한다. 이 투어 프로그램은 7월 9일과 7월 30일부터 8월 13일, 총 4주 동안 진행된다. 다른 버전으로는 <아쿠아 천국> 전시 관람 후 전시에 참여한 에코오롯 작가와 함께하는 산호뜨개 체험 프로그램도 7월 16일부터 23일 사이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최근 많이 이야기되는 기후환경과 관련하여 해양생태계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으로 한 코 한 코 뜨개를 뜨면서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로 마음의 길을 내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민주화 투어인 <광주에서 미얀마> 프로그램에서는 민주평화교류원 일대를 둘러보며 자유를 염원하였던 민주화운동의 의의를 되새겨보고, 미얀마 비취(jade)에 얽힌 비극적 역사를 함께 알아보며 한국 전통 매듭법으로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희망 팔찌를 제작한다. 이 투어 프로그램은 8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다. 아시아 음악과 함께 ACC 건축물과 대표적인 조형물 해설을 듣고 조형물 도안을 활용하여 나만의 ACC 빛의 숲을 표현한 아크릴 무드등 액자를 제작하는 <음악, 무제에 이름을 짓다>와 아크릴 조명을 제작하는 문화체험투어 프로그램은 10월 29일부터 11월 26일까지 이루어진다.

<ACC 문화체험투어> 프로그램은 다양한 주제로 구성되어 ACC를 찾는 다양한 연령, 성별, 선호도를 고려하여 접근한다. 이번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해설사의 해설과 함께하는 ACC 투어와 거기에 오감을 만족시킬 체험까지, 더욱 알차게 구성된 올해 <ACC 문화체험투어>의 주제별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욱 기대된다. 다채로운 색깔로 구성된 <ACC 문화체험투어>에서 각자 개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





by 박하나
play.hada@gmail.com
사진
ACC제공
문화 광주광역시
2022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10여 년 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몇 번 간 적이 있었다. 비싼 관람료와 엄청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재즈를 즐기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또 절대 일어나서 춤추지 않을 것 같은 사람마저 일어나게 만드는 현장의 뜨거운 열기 또한 더욱 그때의 기억을 선명하게 했다. 이제 광주에서도 돗자리 깔고 앉아서 월드뮤직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ACC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있다. 극장2 실내무대(월드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2개의 실내공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신기술기반 콘텐츠 랩 창제작 워크숍
21세기 우리는 새로운 매체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난 변화는 기존의 역사 속에 기재되어 있는 기술적 발명과는 새로운 차원이다. 우리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 그리고 확산과 함께 그것이 기술 이상의 무엇이라는 점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그것은 새로운 문화가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인간의 삶도 변화시켰다.
<지구의 시간> × 요가 워크숍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필자에게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초현실주의 작품 속과 같은 곳이다. 이번에 참여한 <지구의 시간> ✕ 요가 워크숍이 그러했다. ACC는 종종 방문하는 곳이지만 <지구의 시간> ✕ 요가 워크숍을 통해 필자는 또 다른 ACC를 만났다.
ACC 입주작가, 연구·창작활동 본격 시작
2019년 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인류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가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행동했다. 그리고 2020년 9월 현재,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펜데믹 상황을 겪으며 인류가 패배했음을 느꼈다.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에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도시가, 다음에는 나라가, 그리고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고 처음 마주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처했다.
‘반디산책’ 도심에서 청정세상을 꿈꾸다
‘반디산책’. 이름이 좋다. 네온과 전광판, 자동차 불빛 현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반디를 벗 삼아 산책을 즐긴다는 상상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진다. 이 도시의 심장부인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반디를 만난다는 상상이다.
마디와 매듭
한 달에 두 번 일 년에 스물네 번 태양이 지나는 시간 간격에 따라 구분된 절기(節氣). 농경사회 동아시아인에게 꼭 필요했던 농사력(農事曆)으로 불리는 24절기는 자연의 순리에 따른 인간의 삶과 지혜가 공존하는 시간의 매듭이다.
《반디산책: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 프리뷰
늦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시작될 때, 풀벌레 소리와 함께 산책하며 미디어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산책하면서 즐길 수 있는 2022 ACC 미디어파사드 <반디산책 :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 전시가 ACC 일대에서 열린다.
<키자니아 Go! 광주>
아이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 줄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Kidzania)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8일까지 한 달 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에서 펼쳐졌다. 직업 탐색 놀이공간이자 환상의 세계인 키자니아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도시공간으로 체험의 몰입감과 생생함을 더했다.
ACC 융복합 문화예술의 관찰과 협업:
예술의 창의성과 주도성
고유 콘텐츠를 활용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증받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최근 광주지역 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제2차 특수분야 직무연수 ‘ACC 융복합 문화예술의 관찰과 협업: 예술의 창의성과 주도성’을 소개한다.
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
지난 8월 11일, 프로그램 취재를 위해 ACC 예술극장을 찾았다.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시아의 다섯 나라, 여섯 명의 시인을, 각 시인이 살던 시대의 역사적 배경, 문화, 그들의 시세계 등을 낭송, 음악, 연극, 영상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내가 ACC에서 만난 시인은 ‘몽골 대표 시인’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Damdinsuren Uriankjai)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