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

ACC 팝업

# 몽골사막에 불어오는 바람

지난 8월 11일, <ACC 팝업> 프로그램 취재를 위해 ACC 예술극장을 찾았다.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ACC 팝업 - 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시아의 다섯 나라, 여섯 명의 시인을, 각 시인이 살던 시대의 역사적 배경, 문화, 그들의 시세계 등을 낭송, 음악, 연극, 영상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내가 ACC에서 만난 시인은 ‘몽골 대표 시인’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Damdinsuren Uriankjai)였다.

수직의 하늘 아래
나의 몽골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이동하는 것 나의 몽골은
세웠던 것을 내려 싣고
‘지난 것’에서
‘지나갈 것’으로
하루도 쉼 없이 이동한다

-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詩 『나의 몽골』 중 -

ACC 예술극장 아틀리에에 들어서자 생소한 음악이 들려왔다. 시원한 듯, 몽환적인 듯, 공간을 채우는 음악이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낮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속삭이는 듯한 노래가 들려오고 갑자기 높고 시원한 음이 이어진다.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들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한 사람이다.

ACC 팝업 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

몽골의 전통 창법인 후미(Khöömii, 흐미, 후메이)는 특유의 가창법으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후미는 ‘목 노래’로서 한 명의 가창자가 지속적인 베이스음을 만들면서 동시에 다양한 화음을 연출하는 매우 독특한 가창법이다. 오로지 자신의 발성 기관만을 이용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음역으로 노래하는 것으로, 목구멍에서 나오는 지속적인 베이스음을 바탕으로 화음을 이루는 두 가지 이상의 음을 만들어 다양한 하모니를 만드는 매우 독특한 가창 예술이다.

다양한 동물의 울음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따라 만들어진 이 가창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몽골만이 가진 유일한 무형의 유산이고, 몽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담딘수렌 우리앙카이의 시 또한 몽골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몽골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1940년 몽골에서 태어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가공무원을 지낸 시인은, 1977년부터 고리키 세계문학 연구소에서 고등교육 과정을 밟으며, 시, 소설,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방면의 글쓰기를 해왔다. 유목민적 서정성에 기초한 전통적 시가 경향과 서양 모더니즘 문학 조류를 아우르며, 오직 현대 몽골의 영혼으로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 담딘수렌 우리앙카이는 2017년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아시아문학상’ 첫 수상의 영광을 가졌다.

나는 우주 속에서 혼자도 여럿도 아니다 -
나는 하늘 아래 영원하지도 일시적이지도 않다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모두 썩어가는 이 세상 속에
짧은 운명의 한순간이 되기에, 나는 운이 좋지도, 운이 안 좋지도 않다

-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詩 『증언』 중 -

<ACC 팝업 - 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에서는 현재의 몽골을 살아가는 담딘수렌 우리앙카이와 함께 에도시대 일본의 마쓰오 바쇼(1644~1694), 고려의 정몽주(1337~1392), 조선의 이방원(1367~1422), 필리핀 식민지 개혁을 꿈꿨던 호세 리잘(1861~1896), 기탄잘리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의 시를 소개하며 아시아의 시를 깊이 있게 만나보는 시간이 되었다.

# 전통음악을 가까이, 미니가야금 ‘팅고’

<ACC 팝업>은 8월 20일과 27일 세 번째 프로그램 <아시아 음악 속 미니가야금 ‘팅고 배우기’>가 진행된다. 미니가야금 ‘팅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련컴퍼니’는 국악기의 대중화를 위해 미니가야금을 개발했다. 서양의 현악기는 전공자가 아니어도 취미로 배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현악기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은 쉽게 보지 못하기도 하고, 들리는 풍문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도 중학생 시절 학교 방과후수업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운 경험이 있는데, 국악기를 다루는 방과후수업을 접해본 기억은 없다. 음악 수업 시간을 통해 다루기 쉬운 소고나 장구, 단소 등을 배운 기억은 있다. 물론 단소 소리내기에서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어릴 때 잠깐 다닌 피아노 학원은 주변에 많았지만, 국악기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은 주변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악기를 대중이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접해볼 수 있도록 미니가야금을 개발한 련컴퍼니는 ‘팅고’의 제작과 함께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학교에 보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어려서 피아노를 배웠던 것처럼, 초등학교에서부터 미니가야금을 배워 재미를 느낀다면, 성인이 되어서 다시 어렸을 때 배운 피아노를 떠올려 성인 취미반에 들어가듯, 가야금을 친근하게 느끼고 다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다.

ACC 팝업 함께 만나는 아시아의 시

실제 가야금은 150cm 정도로 크지만 ‘팅고’는 절반 정도의 크기에 원래 가야금의 오음계가 아닌 서양 음계로 변형시켜 바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다. 련컴퍼니가 추구하는 국악기의 대중화에 한발 다가서는 이번 <ACC 팝업 - 아시아 음악 속 미니가야금 ‘팅고 배우기’>는 지난 8월 19일까지 사전 신청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 신청을 놓쳤다면, 다음 기회의 <ACC 팝업>을 기다려보아도 좋을 것이다.

‘팝업(Pop-up)’은 잠깐 우리에게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진다.
인터넷 창을 열었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 팝업창들이 그러하고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팝업스토어들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우리에게 나타나 귀찮을 때도,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줄 때도 있다. 그렇게 나타나 그대로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사이에 공고히 자리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팝업의 시작은 늘 갑작스러운 만남에 있다.

<ACC 팝업>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우리를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공고히 자리를 잡아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계속해서 재미있고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ACC 팝업> 프로그램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사진
ACC제공
문화 음악 미술 청년
<사랑과 평화(Love&Peace)>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사랑과 평화(Love&Peace)’라는 주제로 문화축제를 마련했다.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아시아문화광장 일대에서 선보이는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면서 공동체 상생을 모색하는 자리를 펼친 것.
<마이크로 유토피아>
우리나라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바둑 대결이 이뤄지며 우리는 순식간에 AI라는 단어에 익숙해졌고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에 관심을 가졌다. 거기에 기술의 발전에 맞춰 요즘 아이들 교육에서 코딩은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로 급부상했다. AI의 학습 능력을 넘어 창의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되며, 창의성, 창조의 문제는 그동안 인간 고유의 기술이며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되었던 것이,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정말 인간만이 창의성을 갖는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좀비주의(Attention! Zombies)》 & 작가 인터뷰
과거 서구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좀비는 오늘날 ‘K좀비’라고 불릴 만큼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 일부 사람들의 흥밋거리였던 좀비물이 최근 들어 왜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된 걸까?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좀비는, 보다 더 사람 같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로서 좀비의 개별 서사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좀비와 다르다.
<Brand New Asia>
아시아 도시 간 문화교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는 아시아 청년 예술 페스티벌 이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 문화공동체 구축을 통해 아시아 청년 예술인들과 지역 예술단체의 성장, 국제문화교류의 새로운 모델 제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 아시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써 광주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 이번 행사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연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아시아 청년 예술 캠프 <터닝 포인트>, 예술 난장 <콜렉티브 아시아>, <아시아 미래 사회 청년 포럼>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국악 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
큰 도로에서도 꼬불꼬불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두메산골.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오르면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상수리나무였는지 느티나무였는지, 이름은 모르겠으나 두 팔을 한껏 벌려 안아도 손이 닿지 않던 크고 우람한 나무였다. 동네 아이들은 늘 그 나무 둘레에서 함께 놀았다. 그네도 타고, 자치기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줄기에 매여있던 그네에 올라타면 작은 동네는 더 작아지고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훌쩍 날아올라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도 게임도 없던 시절, 온 동네 아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고 반겨주던 나무 한 그루.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을 뿐인데 나무 아래 머무는 시간 동안 넉넉하고 포근한 보살핌을 받았던 것 같다.
알록달록 ACC 산책
알록달록 색들이 춤을 추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가을이다! 파랗고 청량한 여름의 컬러를 뒤로하고 이제 빨강, 노랑, 초록의 다양한 색들이 춤을 추는 가을의 색을 만끽할 시간이다. 그중 가을의 색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산책이 아닐까 싶다. 색으로 둘러싸인 가을 길을 걸으며 선선해진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이야말로 가을의 지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여성, 삶, 그리고 자유를 위한 멈추지 않는 이란의 시민운동
거리에서 춤을 추기 위해/키스하기 두려워서/내 여동생을 위해, 당신의 여동생을 위해, 우리의 누이를 위해/빈곤을 위해/평범한 삶에 대한 갈망을 위해/쓰레기 줍는 아이와 그의 꿈을 위해/부패한 경제를 위해/오염된 공기를 위해/ValiAsr거리의 시든 나무를 위해/웃는 얼굴을 위해/학생들을 위해/미래를 위해/이 강요된 천국을 위해/수감된 지식인들을 위해/이민 온 아프간 아이들을 위해/공허한 슬로건을 위해 /평화를 위해/긴 밤 뒤에 떠오르는 태양을 위해/ 신경안정제와 불면증 약을 위해/남성, 조국, 번영을 위해/소년이 되고 싶었던 소녀를 위해/여성, 생명, 자유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식
돌 속에 건축 작품이 있고, 목재 속에 조각 작품이 있고, 색채 속에 회화가 있고, 소리 속에 언어 작품이, 소음 속에도 음악 작품이 있다. 예술작품은 단순한 사물 자체와는 별개의 것이고, 사물 속에 다른 것을 함께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비유(Allegorie)나 상징(Symbol)이라 일컬어진다.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
광주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광주를 대표하는 수식어로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자유롭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 문화 프로젝트의 명칭이다. 문화와 창의력이 국가 발전의 성장 동력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어쩌면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 광주를 중심으로 키워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스몰리와 ACC의 유쾌한 만남
지난 7월 ACC에서 미스몰리가 홍보 동영상을 촬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촬영 예정일은 8월 1일 월요일, ACC의 휴관 일에 맞춰 진행 예정이었던 촬영은 비 소식으로 9월 5일로 연기됐다. 잠깐의 비 소식이었지만 미스몰리를 만나는 날은 한 달 뒤로 미뤄졌고 아쉬움 속에서 그들과 만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9월 초, 한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할 거라는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