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입주작가, 연구·창작활동 본격 시작

2022 레지던시

# 멈춤을 멈추다

2019년 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인류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가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행동했다. 그리고 2020년 9월 현재,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펜데믹 상황을 겪으며 인류가 패배했음을 느꼈다.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에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도시가, 다음에는 나라가, 그리고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고 처음 마주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처했다.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근 수많은 도시와 나라들이 있었고 인류의 활발한 이동은 순간 정지되었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인류가 멈춤을 선택하고 우리는 그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경험들이 늘어갔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3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초면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예의를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 되었다. 새로운 만남도 일단은 마스크 뒤에서 시작된다. 이미 알고 있는 가족, 친구가 아니라면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 쉽사리 인식되지 않는다.

마스크는 일종의 익명성과 같아 우리에게 또 다른 자유를 선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제 얼굴을, 표정을 가릴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특히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마스크로 걸러지는 자신의 진짜 감정을 기꺼워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마스크 속의 습도를 참지 못하고 답답함을 표현하고 이렇게 마스크가 익숙해지기 전까지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멈춤. 사물의 움직임이나 동작이 그치는 멈춤. 우리는 멈춤을 택했고 한때 봉쇄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꽤 부정적인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인류는 멈췄다고 했으나 절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제자리에 머물며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멈춰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우리를 마주했다.

주제연구세미나

세계를 오가던 비행기는 멈췄지만 세계에 깔린 인터넷의 연결망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였다. 비대면(un-tact)이라는 단어의 등장은 대면(contact)이라는 당연한 활동을 새롭게 했고, 대면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잠깐 침체 된 듯한 인류는 인터넷을 통한 연결이라는 온택트(Ontac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다시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 레지던시(residency) 움직이고, 머무르다

인류가 멈춤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이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함을 이국의 사람들을 통해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ACC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의 시작을 알렸다. 문화예술에서 레지던시라 하면 어느 한 곳에 거주하며 작품을 창작해내는 활동을 일컫는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살던,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운 어느 도시, 나라에 머물며 작가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창조해낸다.

ACC는 아시아 문화예술의 다양성 확산을 위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생산 공유하는 연구와 창제작의 플랫폼으로써 아시아 및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한국, 광주로 초청한다. ACC가 운영하는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ACC 레지던시는 참여자들이 아시아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기존의 형식을 탈피하고 장르와 분야를 확장한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ACC의 시설, 인력,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ACC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양한 국적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킹파티

각자의 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그들이 한국이라는, 광주라는 새로운 공간에 도착해 어떠한 활동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그랬듯 참여자들에게도 다양한 질문과 변화를 요구했음을 상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펜데믹을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렸고, 2022년 ACC 레지던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 코로나 시대 이후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광주를 찾은 각국의 참여자들은 우리에게 이 질문에 어떠한 답을 제시할 것인가?

오리엔테이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긴 시간 우리는 멈춤을 선택하거나 강요당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이전 우리에게 탁한 하늘만을 보여주던 대기가 연일 좋음을 나타내고 마음을 놓고 창문을 열어 산뜻한 바람을 맞을 수 있게 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바람은 주변을 휩쓸고 지나가며 강력한 태풍을 예고한다. 공간의 제약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처럼 사람들은 다시 스스로 공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을 열망한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멈춤을 명령했다. 그러나 머무름 가운데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움직였고 계속해서 움직일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냈다. 사람들의 이동 욕구가 막 발화하는 시기, 누구보다 먼저 움직임을 감행한 33인의 참여자들이 광주에 도착했다. 한동안 끊어져 있던 인류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이어졌고 그 이어짐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리는 우리의 긍정을 믿으며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약 3개월의 시간을 통해 ACC 레지던시의 참여자들이 보여줄 ‘포스트코로나,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답이 기대된다.

# 8개국 5개 분야 21개팀(33명)의 새로운 시도

ACC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총 5개 분야로 구성된 레지던시로, 아시아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분야 모든 장르의 연구·창작자가 한데 모여 창작, 제작, 교류의 장을 펼치는 ‘국제 레지던시 거버넌스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 ACC 레지던시는 아트&테크놀로지, 비주얼아트, 다이얼로그, 디자인, 시어터 분야의 21개팀 33명의 크리에이터를 초청했다.

아트&테크놀로지 7팀 Christian Dimpker(독일), 이인강(한국), Lingxiang Wu(중국), 슬릿스코프(한국), ().(:)(독일), Shailesh BR(인도), 채종혁(한국), 비주얼아트 8팀 주슬아(한국), J.H.R(한국), 이샘(한국), vn-a & a(베트남), 가수정(한국/미국), 소보람(한국), Lumbera-Singh(필리핀), korinsky/seo(한국), 디자인 2명 Rodrigo Marín Briceño(베네수엘라), 고보경(한국), 시어터 3팀 Lucia Pineda(멕시코), 극단미인(한국), 정세영(한국), 다디얼로그 1명으로 유승아(한국)가 최종 선정되어 입주를 마쳤다.

한국을 포함한 독일,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베네수엘라, 멕시코에서 광주를 찾은 크리에이터들은 입주를 마치고 9월 2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5일과 6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포스트휴머니즘’ 주제연구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이번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조선대학교 박선희 교수와 공동 기획한 주제연구 세미나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포스트휴머니즘’에 관한 강의와 전문가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연구과제의 담론적 깊이를 더했다.

워크숍

15일, 전남대학교 김상봉 교수의 ‘자기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으로(5‧18의 세계사적 의미에 대하여)’를 주제로 한 강의를 시작으로 담양 소쇄원 일대와 5‧18국립묘지 방문을 통해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투어가 진행되었다. 더불어 지역 창제작공간인 호랑가시창작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ACC 레지던시 참여자들과 광주시립미술관, 뽕뽕브릿지, 오버랩,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입주작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분야별 기술적인 실험과 제작 등 연구과제 분석과 진행 과정에서는 ACC 창제작센터의 다각적인 지원을 받게 될 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의 개별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고 그 결과는 오는 1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ACC 복합1관에서 진행될 전시에서는 경계를 무너뜨린 기술기반의 융복합 창작물이 새로운 예술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시 외에 다이얼로그와 시어터 분야는 각각 라운드테이블 연구논문 발표와 아틀리에 공연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춰있던 것처럼 보였던 움직임이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많은 이들의 움직임을 향한,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드러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예술가들일 것이다. 각자의 활동지를 떠나 한국을, 광주를 찾아 새롭게 도래하는 시대를 기대하며 새로운 작품을 우리에게 선보일 33인의 참여자들의 12월이 기다려진다.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사진
ACC제공
문화 인문학 교육 광주광역시 작가
<사랑과 평화(Love&Peace)>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사랑과 평화(Love&Peace)’라는 주제로 문화축제를 마련했다.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아시아문화광장 일대에서 선보이는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면서 공동체 상생을 모색하는 자리를 펼친 것.
<마이크로 유토피아>
우리나라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바둑 대결이 이뤄지며 우리는 순식간에 AI라는 단어에 익숙해졌고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에 관심을 가졌다. 거기에 기술의 발전에 맞춰 요즘 아이들 교육에서 코딩은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로 급부상했다. AI의 학습 능력을 넘어 창의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되며, 창의성, 창조의 문제는 그동안 인간 고유의 기술이며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되었던 것이,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정말 인간만이 창의성을 갖는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좀비주의(Attention! Zombies)》 & 작가 인터뷰
과거 서구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좀비는 오늘날 ‘K좀비’라고 불릴 만큼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 일부 사람들의 흥밋거리였던 좀비물이 최근 들어 왜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된 걸까?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좀비는, 보다 더 사람 같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로서 좀비의 개별 서사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좀비와 다르다.
<Brand New Asia>
아시아 도시 간 문화교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는 아시아 청년 예술 페스티벌 이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 문화공동체 구축을 통해 아시아 청년 예술인들과 지역 예술단체의 성장, 국제문화교류의 새로운 모델 제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 아시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써 광주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 이번 행사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연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아시아 청년 예술 캠프 <터닝 포인트>, 예술 난장 <콜렉티브 아시아>, <아시아 미래 사회 청년 포럼>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국악 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
큰 도로에서도 꼬불꼬불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두메산골.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오르면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상수리나무였는지 느티나무였는지, 이름은 모르겠으나 두 팔을 한껏 벌려 안아도 손이 닿지 않던 크고 우람한 나무였다. 동네 아이들은 늘 그 나무 둘레에서 함께 놀았다. 그네도 타고, 자치기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줄기에 매여있던 그네에 올라타면 작은 동네는 더 작아지고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훌쩍 날아올라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도 게임도 없던 시절, 온 동네 아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고 반겨주던 나무 한 그루.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을 뿐인데 나무 아래 머무는 시간 동안 넉넉하고 포근한 보살핌을 받았던 것 같다.
알록달록 ACC 산책
알록달록 색들이 춤을 추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가을이다! 파랗고 청량한 여름의 컬러를 뒤로하고 이제 빨강, 노랑, 초록의 다양한 색들이 춤을 추는 가을의 색을 만끽할 시간이다. 그중 가을의 색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산책이 아닐까 싶다. 색으로 둘러싸인 가을 길을 걸으며 선선해진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이야말로 가을의 지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여성, 삶, 그리고 자유를 위한 멈추지 않는 이란의 시민운동
거리에서 춤을 추기 위해/키스하기 두려워서/내 여동생을 위해, 당신의 여동생을 위해, 우리의 누이를 위해/빈곤을 위해/평범한 삶에 대한 갈망을 위해/쓰레기 줍는 아이와 그의 꿈을 위해/부패한 경제를 위해/오염된 공기를 위해/ValiAsr거리의 시든 나무를 위해/웃는 얼굴을 위해/학생들을 위해/미래를 위해/이 강요된 천국을 위해/수감된 지식인들을 위해/이민 온 아프간 아이들을 위해/공허한 슬로건을 위해 /평화를 위해/긴 밤 뒤에 떠오르는 태양을 위해/ 신경안정제와 불면증 약을 위해/남성, 조국, 번영을 위해/소년이 되고 싶었던 소녀를 위해/여성, 생명, 자유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식
돌 속에 건축 작품이 있고, 목재 속에 조각 작품이 있고, 색채 속에 회화가 있고, 소리 속에 언어 작품이, 소음 속에도 음악 작품이 있다. 예술작품은 단순한 사물 자체와는 별개의 것이고, 사물 속에 다른 것을 함께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비유(Allegorie)나 상징(Symbol)이라 일컬어진다.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
광주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광주를 대표하는 수식어로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자유롭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 문화 프로젝트의 명칭이다. 문화와 창의력이 국가 발전의 성장 동력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어쩌면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 광주를 중심으로 키워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스몰리와 ACC의 유쾌한 만남
지난 7월 ACC에서 미스몰리가 홍보 동영상을 촬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촬영 예정일은 8월 1일 월요일, ACC의 휴관 일에 맞춰 진행 예정이었던 촬영은 비 소식으로 9월 5일로 연기됐다. 잠깐의 비 소식이었지만 미스몰리를 만나는 날은 한 달 뒤로 미뤄졌고 아쉬움 속에서 그들과 만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9월 초, 한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할 거라는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