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국악 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

# 모두가 함께 불러야 할 생명의 노래

큰 도로에서도 꼬불꼬불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두메산골.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오르면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상수리나무였는지 느티나무였는지, 이름은 모르겠으나 두 팔을 한껏 벌려 안아도 손이 닿지 않던 크고 우람한 나무였다. 동네 아이들은 늘 그 나무 둘레에서 함께 놀았다. 그네도 타고, 자치기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줄기에 매여있던 그네에 올라타면 작은 동네는 더 작아지고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훌쩍 날아올라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도 게임도 없던 시절, 온 동네 아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고 반겨주던 나무 한 그루.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을 뿐인데 나무 아래 머무는 시간 동안 넉넉하고 포근한 보살핌을 받았던 것 같다.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잊고 있던 오래전 풍경이 떠오른 것은 공연 <나무의 아이>를 보고 나서다. 붙박이 나무아빠와 외톨이 나무도령이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얼핏 내용을 듣고 나면 누구든 의아해지기 마련이다. 사람 아이에게 나무 아빠라니... 나무가 사람 아이의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한 자리에 붙박여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가 어떻게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생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릴 적 나무를 타고 놀아본 기억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목말을 태워준 아빠처럼 나무가 아빠가 될 수도 있겠다고...

누구보다 넓고 커다란 품을 가진 나의 아빠, 나무 아빠
조금은 남다른, 그래서 더 특별한 나무 부자(父子)의 따뜻한 이야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무아빠와 나무도령이 또 다른 희망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한국 전통 홍수설화 ‘목도령과 대홍수’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2019~2020 ACC 아시아 스토리 어린이 콘텐츠 제작사업을 통해 창 제작된 공연으로 2020년 ACC 어린이극장 초연 이후 지금까지 55회 이상 공연을 이어갈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보면 더 좋은 가족 음악극이다.

오랜 옛날, 커다란 나무 아래 한 아이가 울고 있다. 나무가 아빠라는 이유로 마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나무도령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지만, 나무도령은 사랑하는 아빠 옆을 떠날 수 없다. 사람 아빠처럼 함께 여행을 다니지도,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지도 못하지만, 나무도령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아빠다. 나무아빠는 아들의 그늘이 되어주고 등에 태워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나무아빠의 품 안에서 나무도령은 외롭지만은 않다.

“아들아 난 다리가 없어 너에게 갈 수 없지만 널 높은 가지 위로 올려 누구보다 멀리 보게 할 수 있잖아.
아들아 난 다른 아빠들처럼 두 눈과 귀가 없지만 매일 아침 너를 위해 지저귀는 새들을 불러줄 수 있잖아”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아빠가 나무라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아빠와 아들의 평범한 일상도 잠시... 나무를 베어내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모습에 마고여신이 분노하게 된다.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지며 온 세상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위태로운 홍수 세상에서 나무아빠와 나무도령은 난생처음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홍수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나무아빠는 땅속 깊이 뻗어있던 뿌리를 스스로 뽑아버린다. 그리고 통나무가 되어 아들을 태우고 홍수 속을 헤쳐 나간다. 아빠와 아들은 과연 어디에 다다르게 될까? 나무아빠는 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에서 나무아빠는 그 어떤 사람 아빠 못지않게 아빠 역할을 충실히, 훌륭하게 해낸다. 홍수 속에서 아들을 구하는 것은 물론 개미, 멧돼지, 모기, 나무도령을 따돌리고 놀리던 소년까지 많은 생명을 구한다.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한다.

하지만 아들을 위해 뿌리를 뽑아버린 나무아빠는 그 땅에 함께 오를 수 없다. 모습은 나무였지만 누구보다도 아빠다웠던 나무아빠는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나무아빠를 두고 땅에 올라야 하는 나무도령도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나무도령과 나무아빠의 이별은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 애달프다.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아빠의 깊은 사랑을 품고 나무도령은 새로운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이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울컥하는 감동도 받게 된다.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
“나를 힘껏 안아주던 두 팔로, 내 가지 위로 오르던 두 다리로 나무의 아이답게 깊게 뿌리 내리고 높이 높이 자라라. 내 아이. 안녕. 안녕. 내 아이. 나무도령 내 아이.”
“아빠는 너라는 씨앗 안에 있어. 그러니 함께 우리의 숲을 만들자.
그 숲 나뭇잎 가지 사이마다 아빠가 있을게.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땅에 오른 나무도령 앞에는 커다란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마고여신에게서 받은 썩은 씨앗에서 꽃을 피워내야 하는 것이다. 썩은 씨앗을 앞에 두고 나무도령은 ‘새잎 움트게 하는 숲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따라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세상은 다시 숲이 우거지는 생명의 땅으로 되살아난다. 나무아빠와 나무도령이 부른 생명의 노래가 망가졌던 삶의 터전을 다시 살린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이 바로 그때 되살아난 것이라는 메시지로 작품은 막을 내린다.

가족 음악극 <나무의 아이>는 공연을 보고 난 관객에게 한가지 숙제를 던진다. 다시금 병들어가는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무도령이 되어 다시금 숲의 노래를 불러달라고... 그래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고... 기후 위기 시대, 세상을 향한 묵직한 메시지가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공연 내내 이어지는 음악의 감동도 크다. 대금과 거문고, 가야금, 해금, 타악기까지...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우리 국악이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공연을 보고 나올 때는 절로 노랫말이 흥얼거려진다.

“나무아빠 나무도령 남과 다른 이야기~
나무아빠 나무도령 세상 구한 이야기~”

# 귀신 쫓는 삽살개와 좌충우돌 도깨비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국악 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

가족과 함께 국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연이 있다. 국악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는 2022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작품이다. ACC와 국내 공연예술단체의 공동 기획으로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취지다. 귀신 쫓는 삽살개와 좌충우돌 도깨비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작품의 소재부터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ACC 어린이극장 공동 기획] 국악 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

뿔 달린 도깨비 ‘오니’가 아닌 한국 전통의 사랑스러운 도깨비와 우리나라 토종개인 삽살이, 전래동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꾼 혹부리 영감, 그리고 망태 할아버지를 모티브로 한 자루 괴물까지... 아이들에게 친숙한 주인공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한국 전통 타악기와 해금이 함께하는 흥겨운 우리 가락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무대 위의 다양한 영상 연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옛이야기와 우리 가락, 미디어가 어우러진 종합선물 세트를 선물 받는 느낌이다. 국악뮤지컬 <깨비 친구 삽살이>는 요즘 시대 더욱 중요한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담고 있다. 짓궂은 장난꾸러기 도깨비들과 충성심 강한 삽살개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달라도 마음을 열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by 유연희
heyjeje@naver.com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제공
예술 공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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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개관 7주년을 맞아 어린이 블록아트체험 특별전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을 선보인다.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한국의 구전설화이자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토끼전’을 각색하여 이야기와 체험, 놀이 요소를 더한 어린이 블록아트 체험전이다.
백남준의 볼 수 있는 음악 - 움직이는 추상
K-pop부터 K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 열기가 뜨겁다. 세계 곳곳에서 K팝을 들으며 한국 댄스를 따라 추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K문화, 한류 열풍의 시작에는 어쩌면 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에 이미 스스로를 “한국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문화 상인”이라고 표현했던 사람. 그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경계를 허무는 행위예술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이 정도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백남준.
<아시아를 새기다> &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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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북큐레이션
넘쳐나는 물건과 정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데서 비롯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은 선택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필자에게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1년에 신간으로 발행되는 책이 대략 7만 권이라고 하니 현대인들은 가히 어마어마한 출판물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CC 희망드림마을>
인간이 가진 가장 고유하고 탁월한 능력을 ‘공감’이라 꼽는 이들이 많다. 타인의 슬픔에 함께 공명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어 가지는 연민의 마음. 어느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그 귀한 마음 한 가닥에서 어쩌면 세상의 모든 희망과 기적이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그런 마음은 때로 저절로 피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계기에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듯,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듯 우리 안에 깊이 잠든 연민과 공감이 살며시 깨어나는 순간. 그룹 ‘옥상달빛’과 함께하는 ‘ACC 문화예술 나눔 캠페인’ 기념공연이 그런 순간이었다.
아시아의 도시문화
도시는 아시아에서 특히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한다. 역사적으로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쇠퇴하는가? 그리고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ACC에서는 아시아의 도시문화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보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국제학술행사 <아시아의 도시문화 Asia Cities Culture>를 개최했다.
나만의 영화관, 드라이브 인 ACC
목요일 저녁 퇴근길, 차를 운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부설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왜인지 모르게 조금 설레는 기분이다. 아마도 자동차 극장은 처음이라 그랬나 싶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소설도 지나고 이제는 5시만 조금 넘어가도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가을밤, 요즘 들어 아름다운 노을을 즐기며 어서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녹색 신화》 전에서 인간과 자연의 연대를 고민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는 10월 2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ACC 문화정보원 기획전시실에서 민주·인권·평화 국제교류 네트워크 특별기획전 《녹색 신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