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북큐레이션

맛있는 책 골라드립니다

# 나를 위한 책장 앞 아시아

넘쳐나는 물건과 정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데서 비롯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은 선택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필자에게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1년에 신간으로 발행되는 책이 대략 7만 권이라고 하니 현대인들은 가히 어마어마한 출판물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을 한번 읽어볼까 하고 책장 앞에 서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만 하다 다시 돌아서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은 열심히 골라 읽기를 시작했는데 막상 취향에 맞지 않아 페이지 넘기기가 어려울 때 또 그만큼 고역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재미도 크다. 하지만 가끔 책꽂이 사이사이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 읽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땐 누군가 나를 위한 책을 골라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북큐레이션이다.

북큐레이션이란 책(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로 특정한 주제와 상황에 맞는 책을 선별해 구성하는 ‘책장편집’을 말한다. 책으로 가득한 서가에서 보석 같은 책들을 골라내어 추천하는 것이다.

# 책과 함께하기에 완벽한 공간

도서관 이벤트홀 북큐레이션 전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지난 9월부터 아시아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전문 주제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반 주제 두 부문으로 나눠 관련 책 100여 권을 아시아문화박물관 내 도서관 이벤트 홀에서 전시,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CC 아시아문화박물관은 도서관, 아카이브, 박물관의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지식 정보 공간으로 책, 자료 열람, 전시, 공연과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 공간이다. 도서관에는 예술,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 6만 7천 여권이 소장되어 있다. 또 가볍게 잡지나 신문 등을 읽거나 책을 읽다가 잠깐 쉴 수 있는 북라운지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책 읽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싶다.

자! 그럼 이제 ACC 북큐레이션에서 추천하는 책 한 권을 골라 북라운지에서 책과 나의 시간을 가져보자!

# 월간 독서는 ACC에서!

9월 ACC 북큐레이션에서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 문화를 소개하는 책 80여 권을 준비했다. 중국의 역사, 미술,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문서와 이미지로 접할 수 있었으며,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글쓰기의 힘과 책 읽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담은 30여 권의 책도 함께 만났다.

10월에는 한·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의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특히 중앙아시아 5개국 이야기 작가와 우리나라 그림 작가가 협업해 완성한 그림책 『아시아 이야기』도 책장에 자리했다. 『이식쿨 호수의 술루우수우』,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초원의 나라를 지키는 아산과 우센』 등 그림 가득한 작품에서 어린이도 드넓은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삶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책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입체책 『아쿠아 알타(Acqua Alta)』는 책의 형태지만 증강 현실로 색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독창적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작품이다. 지난 2019년 베네치아 대홍수를 배경으로 프랑스 작가 아드리엥 엠과 클레어 비(Adrien M & Claire B)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올해 ACC 기획전시 ‘아쿠아 천국(Aqua Paradiso)’에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베트남 고대 문화 도서
한베트남 수교 30주념 기념, 베트남 음식 문화 도서

11월은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관련 도서와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들이 함께 전시됐다. 베트남 관련 국내 대표 전시 도록 『베트남 옥에오 문화』, 『대항해시대 바닷길에서 만난 아시아 도자기』, 『붉은 강의 새벽』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작품선, 1958년 수상작 <닥터 지바고>

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프랑스)’ 특유의 형식과 메시지가 담긴 대표작 『단순한 열정』, 2017년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있는 나날』과 최신작 『클라라와 태양』, 『파묻힌 거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권 수상자의 작품으로는 1913년 아시아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대표작 『기탄잘리』를 여러 판본으로 선보였다. 특히 타고르는 2016년 ACC 국제교류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와 테마 특강 ‘붉은 협죽도 꽃(Red Oleanders)’ 등으로 함께해 ACC와도 인연이 깊다. ‘붉은 협죽도 꽃’은 2018년 ACC ‘아시아를 위한 심포니’ 낭독 공연으로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었다. 2019년에는 연극으로 제작, ACC에서 국내 초연됐으며 2021년엔 ACC 창·제작 공연 희곡 발간 사업을 통해 ‘레드 올랜더스’로 각색·번역 출간됐다.

12월은 ‘아시아 종교와 명절’과 ‘겨울에 읽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아시아 종교와 명절’에서는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 『싱가포르의 절과 사원』, 『미얀마의 종교와 사회』 등 아시아의 고유한 종교와 문화를 다룬 책들과 흥미로운 주제가 교차하는 신간 『동아시아 속 종교와 과학의 만남』 등이 ACC 북큐레이션에 준비되어 있다. 더불어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중앙아시아의 종교 회화와 조각을 담은 연구 도록도 함께 전시된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작품선, 2008년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등 예술가들이 건네는 따스한 이야기로 훈훈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책 50여 권도 기다리고 있으니 연말을 따뜻한 감성을 채우고 싶다면 ACC 북큐레이션의 선정 책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다가오는 1월에는 ‘아시아의 도시와 건축’과 ‘새해맞이 삶의 지표’를 주제로 북큐레이션이 진행된다. ‘아시아의 도시와 건축’에서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개성 있는 도시와 각기 다른 흥미로운 건축양식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도시와 건축을 통해 아시아를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이달의 추천 책으로는 ‘새해맞이 삶의 지표’를 주제로 다양한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삶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런 가이드 없이도 계획을 척척 세우며 한 해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자처럼 계획을 세우는데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1월의 ACC 북큐레이팅은 필자처럼 새해맞이 삶의 지표를 위한 책 속의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다. 2023년을 ACC 북큐레이팅을 통해 글과 함께 시작해보면 어떨까?

독자가 좋은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ACC 북큐레이션은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을 통해 아시아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전시, 공연, 체험 등 ACC의 다른 콘텐츠들과 연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요한 책 속의 글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시아가 궁금하다면, 혹은 책의 망망대해에서 어떤 책을 펼쳐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바로 ACC 북큐레이션을 만나보자. 어쩌면 그 안에 내 인생 책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by 박하나
play.hada@gmail.com
사진
ACC제공
문화 예술 인문학 책소개 아시아
문자와 소리를 통한 디지털 공감의 창(窓), ‘사운드 월’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마지막 해외여행은 만 3년 전. 이제는 점점 여행객에게 나라의 문을 열기 시작한 나라들이 있어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해외로 다시 나가기 시작한다. 그 여행의 시작은 해외에서 나의 신분을 증명해주는 여권을 발급받는 것부터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문화예술교육은 기존 세대와 어떻게 다를까?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였으며, 이러한 위기 이후,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개관 7주년을 맞아 어린이 블록아트체험 특별전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을 선보인다.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한국의 구전설화이자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토끼전’을 각색하여 이야기와 체험, 놀이 요소를 더한 어린이 블록아트 체험전이다.
백남준의 볼 수 있는 음악 - 움직이는 추상
K-pop부터 K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 열기가 뜨겁다. 세계 곳곳에서 K팝을 들으며 한국 댄스를 따라 추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K문화, 한류 열풍의 시작에는 어쩌면 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에 이미 스스로를 “한국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문화 상인”이라고 표현했던 사람. 그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경계를 허무는 행위예술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이 정도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백남준.
<아시아를 새기다> &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 문화를 보다 넓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예술교육 하반기 ‘ACC 아시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문화 복합예술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크게 ‘아시아문화예술체험’과 ‘아시아특화교육’으로 나뉜다. 이 중 ‘아시아특화교육’은 전당의 보유 자원 및 국내 아시아 문화 관련 기관과 협업하여 특화된 아시아 문화를 체험하는 창작 체험교육이다. 올해 하반기의 경우, 처음으로 튀르키예(터키)문화원과 함께 한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와 ‘아시아를 새기다’라는 두 일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ACC 희망드림마을>
인간이 가진 가장 고유하고 탁월한 능력을 ‘공감’이라 꼽는 이들이 많다. 타인의 슬픔에 함께 공명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어 가지는 연민의 마음. 어느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그 귀한 마음 한 가닥에서 어쩌면 세상의 모든 희망과 기적이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그런 마음은 때로 저절로 피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계기에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듯,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듯 우리 안에 깊이 잠든 연민과 공감이 살며시 깨어나는 순간. 그룹 ‘옥상달빛’과 함께하는 ‘ACC 문화예술 나눔 캠페인’ 기념공연이 그런 순간이었다.
아시아의 도시문화
도시는 아시아에서 특히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한다. 역사적으로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쇠퇴하는가? 그리고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ACC에서는 아시아의 도시문화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보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국제학술행사 <아시아의 도시문화 Asia Cities Culture>를 개최했다.
나만의 영화관, 드라이브 인 ACC
목요일 저녁 퇴근길, 차를 운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부설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왜인지 모르게 조금 설레는 기분이다. 아마도 자동차 극장은 처음이라 그랬나 싶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소설도 지나고 이제는 5시만 조금 넘어가도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가을밤, 요즘 들어 아름다운 노을을 즐기며 어서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녹색 신화》 전에서 인간과 자연의 연대를 고민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는 10월 2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ACC 문화정보원 기획전시실에서 민주·인권·평화 국제교류 네트워크 특별기획전 《녹색 신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