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새기다> &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
ACC 아시아특화교육
# 아시아문화 이해 ‘아시아특화교육’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 문화를 보다 넓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예술교육 하반기 ‘ACC 아시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문화 복합예술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크게 ‘아시아문화예술체험’과 ‘아시아특화교육’으로 나뉜다. 이 중 ‘아시아특화교육’은 전당의 보유 자원 및 국내 아시아 문화 관련 기관과 협업하여 특화된 아시아 문화를 체험하는 창작 체험교육이다. 올해 하반기의 경우, 처음으로 튀르키예(터키)문화원과 함께 한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와 ‘아시아를 새기다’라는 두 일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튀르키예 문화예술 투영’한 형형색색 램프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라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 9월 2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총 4회 이뤄진 가운데 11월 23일 교육이 진행되는 문화교육동을 찾았다.
사전 예약한 18명의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강의를 듣고 있었다. 교육은 튀르키예에 대한 소개와 주요 공예문화에 대한 특징을 알아본 뒤 모자이크 공예 방식으로 램프를 만들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서아시아와 남유럽에 걸쳐있는 튀르키예는 ‘튀르크(Turk)인의 땅’이라는 의미다. 튀르크는 본래 ‘용감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간 국호를 터키(Turkey)로 사용하다 올 초부터 튀르키예로 변경했다. 오스만 제국 시절 수도는 이스탄불이었지만 튀르키예 공화국 성립 이후 앙카라로 바뀌었다. 7개의 지방(bolge·뵐게) 안에 81개의 도(il·일)로 구성돼 있고, 인구는 8,500만이다. 튀르키예는 6·25전쟁에서 UN군 파병 규모 4위로 참전, 우리 정부가 휴전한 뒤 최우선 수교 대상국으로 지정해 1958년부터 수교가 이뤄져 우리나라와는 교류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튀르키예를 아시아 국가로 보지만 오스만 제국 시기 발칸반도와 크림반도 등 동유럽 일대를 장기간 지배해 온 역사 덕분에 유럽 국가로 보기도 한다. 그만큼 동서양 문화가 융합되고 조화를 이뤄 이국적이다. 특히 튀르키예를 떠올리면 모자이크가 떠오를 만큼 모자이크 공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로마 시대로 추정되는 모자이크가 튀르키예 남부를 비롯, 남동부지역에서 발견됐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아이쿠트 강사(터키이스탄불문화원 부산 담당)는 모자이크 외에도 돔 형태의 천장 등을 튀르키예 문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튀르키예인들은 둥근 형태, 모자이크 장식이 돋보이는 등을 예로부터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날 제작한 등은 일자 램프였다.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라 정사각형과 마름모꼴 등 다채로운 색상의 비즈와 유리, 바클라를 활용해 각자 개성 있는 램프를 꾸미는 데 집중했다. 접착제로 붙인 장식들을 말리고 나서 빈틈을 석고로 채우면 완성이다. 이렇게 완성한 램프는 전구를 조립해 참가자들에게 택배로 배송해주기로 했다.
교육을 마친 참가자들은 코코넛 가루가 올라간 터키 전통 간식인 무할레비를 음미했다. 무할레비는 우유와 쌀가루, 설탕 등을 끓여 차갑게 식힌 푸딩이다. 거기에 따뜻한 터키 홍차를 마시면서 문화교육동을 나섰다.
# 아시아를 새기다…또 다른 자신 ‘인장’
일일 체험 프로그램 ‘아시아를 새기다’는 10월 14일부터 12월 2일까지 문화교육동에서 총 5회에 걸쳐 운영됐다. 11월 25일 교육이 진행될 문화교육동을 방문했을 때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눴다. 막 시작했다. 앞서 참석했던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는 친구끼리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참가자도 다수 보였다.
미술사를 전공한 권동연 강사(국립중앙박물관 등 교육 강사)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번 프로그램은 아시아 문명을 중심으로 문자의 발전과정과 전통 인장의 특성을 소개하고 인장을 직접 만들어보며 아시아 문화를 이해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인장은 글씨나 그림이 새겨진 도장류를 의미한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유서 깊은 도구로 현대에도 쓰이고 있다.
인장의 구조는 인뉴, 인신, 인면으로 나눌 수 있다. 손잡이 부분인 인뉴는 용과 호랑이, 거북이, 사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고대사회에는 신분에 따라 사용하는 인뉴의 모양이 정해져 있었다. 인장을 새기는 면을 인면이라고 하는데 사각형뿐만 아니라 원형 등 다양한 모양도 있다. 그리고 인장의 몸통 부분인 인신에는 누가 언제 새겼는지 기록하고 있다.
예전에는 나무와 돌, 동물의 뿔, 상아, 귀금속 등으로 제작되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플라스틱, 고무 등으로 만들어진 인장이 흔해졌다.한반도에서 도장을 쓰기 시작한 것은 부여에서 옥새를 사용했다는 기록을 통해 기원전 2세기 무렵으로 알려졌다.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비단을 제외하고 대나무를 좁게 쪼개거나(죽간) 나뭇조각(목간)을 잘라 끈으로 엮어 두루마리처럼 서류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때 이를 봉하는 용도로 인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미술작품을 완성한 뒤 맨 마지막에 작품 한쪽에 인장을 찍어 누구의 작품인지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누구나 하나쯤 필요한 물건이어서 이 인장이 찍힌 문서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등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물로 활용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메소포타미아와 황하, 인더스 문명에 따라 각기 다른 인장의 역사와 특성에도 귀를 기울였다. 강의가 끝나자 이들은 왼손에 장갑을 낀 채 인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인상에 인장을 고정하고 반투명 모눈종이에 적은 글씨를 뒤집어 인면에 옮겨 그려 조각칼로 세심히 글씨를 새겨나갔다.
한글 이름은 물론이고 예명, 그림을 새기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한창 만들고 있는 서로의 인장을 살펴보며 뒤집어진 글씨를 읽어보기도 하고 제작 방식에 대해 서로 조언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 만들어진 인장에 빨간 인주를 묻혀 찍어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아시아특화교육은 아시아 문화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ACC에서 튀르키예(터키) 공예를 만나다’에서는 튀르키예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아시아를 새기다’에서는 오랜 시간 발전해온 인장 문화를 알아보고 직접 제작해보면서 인장에 담긴 아시아 문명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잘 알지 못했던 아시아 문화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 by 김태영
- kty_001@daum.net
- 사진
- ACC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