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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판소리 미디어극 「두 개의 눈(The Two Eyes)」 눈을 번쩍, 떴구나!


이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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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I ACC 공연 프로그램북 캡처

어서 와!
심 봉사 버전의 「심청가」는 처음이지?
2021년! 효녀 심청이 가고
운명에 눈먼 남자, ‘심학규’가 오다
ACC 창·제작 공연「두 개의 눈」이 전하는
진짜 눈뜬다는 것의 의미!





판소리 미디어극「두 개의 눈」, 이 공연은 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환생하여 지극한 효심으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일반적인 「심청가」와 다르다. 「두 개의 눈」에서는 ‘심학규’의 일대기를 다룬다. 왜 꼭 집어서 ‘두 개’의 ‘눈’ 일까? ‘눈먼 자’는 누구이고, ‘눈뜬 자’ 자는 누구일까? 「심청가」의 갈등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눈’. 이 ‘눈’을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이번 공연은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개의 눈」은 눈먼 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심학규, 심청의 아버지 이야기이자, 어쩌면 이 시대, 제 인생에 대하여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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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I ACC 공연 프로그램북 캡처

시작은 어둠을 가르는 북 장단과 소리꾼의 목청 하나뿐이다. 「심청가」의 ‘눈뜨는 대목’ 중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기 전, 심 봉사의 자기 고백 장면이다. 이때 전자음악과 더불어 무대 전면에 나타나는 분홍색의 특별한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홍빛 눈은 물고기처럼 무대를 좌우로 횡단하며 가끔 깜박인다. 그리고 무대를 옮겨 다니는 소리꾼을 따라다니며 시선을 맞춘다. 마치 심 봉사가 내뱉는 자신의 일대기를 듣고 공감하듯.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지 3년이나 됐다는 부분에 이르면 이 특별한 눈은 소리꾼 김소진의 머리 위에 일직선으로 위치한다. 그리고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두 개의 커다란 눈. 분홍색과 녹색의 눈은 거문고 연주자와 전자음악 DJ의 배경이자, 가장 큰 무대장치이다. 기묘하고 낯선, 마치 생경한 현대미술 같은 눈의 이미지. 공연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건만 무대 위에는 전통 판소리를 떠올렸을 때 생각될 법한 고루한 이미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분홍색과 녹색의 눈들만이, 무대 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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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I ACC 공연 영상 캡처

심 봉사와 왕후가 된 심청의 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심 봉사가 ‘내 딸 좀 보자’라며, ‘눈을 번쩍 뜨자’, 무대를 유영하던 분홍색 눈은 재빨리 두 개가 된다. 그리고 무대의 한참 뒤편에서 소리하던 소리꾼 김소진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눈이 멀었다가 눈을 뜬 이에게 세상은 오색찬란한 것일까? 오직 눈의 이미지만 보이던 무대 위로 레이저와 화려한 색감의 미디어아트가 너울거린다. 이 무대를 소리꾼은 입을 다문 채 한참을 바라보고, 소리꾼의 침묵을 활 거문고 (박우재)가 메워준다. 첫 등장 시, 거문고 연주자가 앉아있던 분홍색 눈의 미디어아트는 어느새 흐드러진 꽃들이 활 거문고의 선율에 따라 바람에 흩날리듯 춤을 춘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눈물겹기도 하다.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꽃밭일 것이라는 어떤 이의 말도 떠오른다. 눈을 뜬 심 봉사가 처음 본 세상은 아마도 천국이었으리라. 여기까지가 「두 개의 눈」의 오프닝이다. 우리는 ‘판소리 심청가’에 우리 시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더한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새로운 「심청가」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두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
여백이 많은 거문고와 개성 있는 전자음악의 만남
클래식의 웅장함과 뉴에이지의 신비로움
그로테스크하게 움직이는 LED와 서정적인 미디어아트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예술적인 눈을 뜨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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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영리하게 흘러간다. 공연의 뼈대, 「심청가」의 익숙함에 기대 심 봉사의 인생사를 서글프거나 우스꽝스럽게, 때론 안타깝거나 포근하게 다채로운 감정을 실어 넣는다. 현모양처였다는 곽 씨 부인이 죽고 나서 갓난아기 심청이를 안고 울부짖는 「심청가」의 주요 대사 ‘죽어라! 죽어버려라!’ 라던가 ‘젖 좀 주소~ 아이고 우리 딸~’들만 효과 있게 사용하며 전자음악으로 감정을 고조시킨다. 그러다가도 김소진이 작곡했다는 자장가, ‘자장자장 우리 아기’가 흘러나오는 순간 무대는 포근함에 담뿍 안긴다. 이런 인상적인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인당수로 향하는 심청의 시각과 그걸 위에서 지켜보는 듯 내려다본 바다, 심 봉사가 딸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대목에서 마치 심 봉사의 심정을 보여주는 듯 난잡하게 얽혀 흔들리는 붉은 빛 레이저, 심청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얕은 개울에 빠졌는데도 어푸어푸하며 죽을 둥 살 둥 허둥대는 심 봉사와 이런 심 봉사를 놀리듯 이어진 ‘시냇물은 졸졸졸졸~’이라는 동요, 두 소리꾼이 심 봉사와 일반을 대변하여 번갈아 가며 뺑덕어미를 묘사하는 대목까지... 늘 알던 「심청가」인데도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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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I ACC 공연 프로그램북 캡처

그렇게 익숙한 것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이 있었을까? 그 속에서 이 공연을 만든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이 읽힌다. 어떻게 하면 살아서 꿈틀대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시대와 호흡하는 전통예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동시대라는 용광로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모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전통예술의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공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문구가 있다. 그리고 이 문구는 여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중첩되어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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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질 때의 심정일까? 심학규의 인생일까? 아니면 이 공연을 만든 이들의 마음이자 관객들에게 전해주고픈 메시지일까? 혹시 사라질지도 몰라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 그래서 다시 살아지는 삶. 그것이 인생일까? 예술일까? 70분의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었던 공연이 주는 메시지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심청가」를 새롭게 보는 시선이자
기술과 예술을 보여 줄 미래의 예술
「두 개의 눈」
이제 당신이 ‘직관’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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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I ACC 공연 프로그램북 캡처

「두 개의 눈」의 초연은 작년 11월, ACC 예술극장에서 열렸다. 「두 개의 눈」의 출발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기술연구개발지원사업 2018-2020] ‘적층 가변형 블록 모듈 디스플레이 기반 공연무대 디자인 플랫폼’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실증공연이 바로 「두 개의 눈」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민족에게 체화된 이야기, 판소리 「심청가」를 뼈대로 삼고, 거기에 현대적인 미디어콘텐츠와 전자음악으로 살을 붙였다. 판소리에 거문고, 전자음악을 더하고, 움직이는 거대한 발광 다이오드(LED)와 레이저 조명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ACC의 창·제작 작품은 대중적으로도, 또 공연계에서도 인정받은 모양이다. 코로나 19를 뚫고 지난 7월 초에 열린 2021년 여우락(樂)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다(2021년 7월 2일(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ACC의 창·제작 작품 중 첫 번째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이어서 기쁨이 남달랐다 한다.

ACC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두 개의 눈」을 여우락(樂)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이후, 오는 10월 9~10일 ACC 예술극장1에서 광주시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니- 코로나 19여! 빨리 지나가라. 부디 이번 공연을 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너무 오랫동안 공연을 직관하지 못하여 안맹한 나의 예술적 눈도, 이번 기회에 버~언~쩍- 뜰 수 있도록!

  • 글. 최민임 samagg@hanmail.net
    사진. 국립극장 제공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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