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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친애하는 빅브라더-다시는 결코 혼자일 수 없음에 관하여’ 전시 리뷰 일상을 둘러싼 세상의 온∙오프 관계망


이슈&뷰


일상의 평범함이 침해당하거나 깨졌을 때,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현실로 맞닥뜨리게 됐을 때의 당혹감은 전율일 수 있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빅브라더를 인지하는 순간, 코로나19 방역시스템으로 훨씬 세세하게 개개인을 관리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세상을 마비시켜놓은 팬데믹이 1년 반이 지났지만, 변종 변이를 거듭하며 세를 더해가고 있다. 사회적 감시망과 디지털 기반 메타데이터 작업이 가속도를 붙여가고, 그런 공적 기반시설과 시스템들로 감염병 관리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로 인해 개개인의 활동이나 위치, 동선 추적이 공공연해져 있다.

아시아문화원이 기획한 ‘친애하는 빅브라더’는 코로나19 시국에서 공적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비춰보는 전시다. 일상의 관찰 감시 정보들을 디지털 데이터화하여 모두를 공적 관리시스템 인자들로 편제시키는 지금의 현실을 부제 ‘다시는 결코 혼자일 수 없음’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꾸민 큐레이터 권은영(아시아문화원)은 “21세기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이루어진 일상의 디지털화는 감시의 방식, 목적, 형태를 억압에서 유혹으로, 생산에서 소비로, 통제에서 배제로 변화시켰다. 빅 브라더와 리틀 브라더들이 만나는 길목에 등장한 팬데믹은 포스트 파놉티콘 사회로의 여정에 가속도를 더해 주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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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 위펑 「사라지기 운동」, 2020

초대된 8명의 아시아권 작가 중 덩위펑(Deng Yufeng, 중국)은 일상 속 곳곳에서 개개인을 주시하고 있는 CCTV 카메라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은밀한 모의를 영상으로 담아놓았다. 원치 않는 관찰과 감시로부터 「사라지기」를 시도하는 이 작업은 거리와 건물과 시설마다 설치된 무수한 감시카메라들의 위치와 각도, 촬영반경 등을 현장 조사하고 도면으로 분석해서 참여자들에게 그 눈들에 걸리지 않고 일정 구간을 이동하는 경로를 안내한다. 설령 그것이 부질없이 실패할지라도 나를 지켜보고 옥죄는 사회적 관리시스템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도망치고 싶은 인간 자유의지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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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현 「달콤한 트루먼」, 이연숙 「보이는 보이드」, 2021

부지불식간 나를 주시하는 시선에 대한 되비침은 임용현의 「달콤한 트루먼」에서 비슷한 듯 역으로 뒤집어진다. “전지적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인공위성부터 손안의 휴대폰까지 우리를 보는 시선”들이 공공의 정보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반대로 나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망(SNS) 속에 ‘디지털 흔적들’을 남기며 알게 모르게 수많은 눈들에 스스로를 노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렉션 영상 속에 잠깐씩 비치는 감시 관찰 CCTV 카메라의 시선과 나 자신을 드러내는 시선의 교차지점을 눈동자 영상으로 비춰내며 나의 주체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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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앨라히 「수천의 리틀 브라더」, 2021

하산 앨라히(Hasan Elahi, 방글라데시)의 「구. v.4」(Orb v.4)와 「수천의 리틀 브라더」도 정보사회 거대 시스템에 나를 드러내게 되는 현실풍자다. 알게 모르게 둘러싼 온갖 정보의 공유시대에 잘못된 정보 하나로 테러 용의자로 몰려 몇 달 동안 감시대상이 되어야 했고, 그 때문에 스스로 일상을 공개해야 했던 집단사회의 굴레를 연장해가며 세상을 비춰내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사회적 관계망에 드러내어지고, 리틀 브라더의 다중이 된 관객들은 타인의 일상을 모니터링하듯 관찰하고, 개인의 존엄이 증발되어버린 누군가의 일상 흔적을 13m 벽면에 채워진 수천 이미지들로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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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 혹손 「동물원(아카이브)」, 2020

아이사 혹손(Eisa Jocson, 필리핀)의 「동물원(아카이브)」은 사회적 격리가 무시로 일어나는 요즘의 코로나19 시국에서 통제 관리된 일상의 단면을 마치 우리 안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비춰낸다. 코로나19로 무산된 공연을 대신하여 동료 예술가들이 각자 공간에 자가격리된 상태에서 무기력감과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고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본능을 결코 유토피아일 수 없는 동물원의 모습으로 등치시켜 놓았다.

요즘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관찰 시선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이연숙의 「보이는 보이드」는 사회 속에 은밀하게 작동되는 감시 관찰 시선들에 대한 환기다. 비어있는 듯 커튼이 드리워진 X자 유도 동선을 따르는 동안 그 커튼 아래 매달린 작은 방울들이 나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마저도 누군가에게로 전달시키는 촉수가 되고, 교차지점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안도하지만, 그 매직미러 뒤의 나를 주시하는 시선은 알아채지 못하는 은밀한 관리 통제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고도의 첨단기계 장치와 기술력에 의해 작동되는 세계는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통제 조작될 수 있다. 아지아오/쉬 원카이(aaajiao/Xu Wenkai, 중국‧베를린)의 「404404404」는 사회적 소통망인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국가 방호벽 관리에 의해 선별 차단되는 상황을 오류코드 404 반복으로 드러내고, 관객들도 404를 벽면에 문질러 찍으며 암묵적 저항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URL은 사랑입니다」 또한 각종 앱에 의해 무한증식, 변이 가공되는 인터넷 정보의 허상을 관객참여를 통해 실감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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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폼 「벽으로 이뤄진 세상」, 2014 진행중

그런가 하면 침↑폼(Chim↑Pom, 일본)의 「벽으로 이뤄진 세상」은 그동안 팀워크로 진행해 온 사회적 이슈의 퍼포먼스 기록영상과 퍼즐 맞추기를 결합시켰다. 대지진으로 드러난 현대사회의 취약함, 도회지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대도시 노숙자의 배제된 생존, 코로나19 현실 등 사회적으로 공동대처가 필요한 이슈들에 대한 예술행동이다. 세상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스토피아 그늘을 그 현장과 다른 공간의 퍼즐모양 단편들로 짜 맞춰가며 더 촘촘해지고 있는 유무형의 벽들을 해체하고 재결합시켜보는 영상 발언이다.

이와 함께 정 말러(Zheng Maler, 호주‧홍콩)의 「마스터 알고리즘」은 9개의 홀로그램 환풍기들이 회전하며 봉에 내장된 칩에서 송출하는 영상으로 조합된다. 의인화된 A.I 알고리즘으로 허공에 띄워진 추 하오는 분절된 영상으로 변신해 가며 전자음처럼 뇌까리는 나레이션을 통해 알고리즘 유토피아, 데이터 클라우드로 구성되는 불안정한 디지털 미래세상을 들려준다.

사실, 거대하고도 조밀하게 구축된 사회적 관리체제는 공공의 안전망으로서 보호장치이면서도 사적 영역을 침해 통제하는 필요악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국가방역정책에 저항하는 집단시위도 감염의 위험보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은 사회운동이다. 요즘은 누구라도 어떤 흔적이라도 메타 데이터의 소스가 되고, 거대 정보망에서 분석 가공되어 특정 목적에 대상화 표본화되는 세상이다. ‘친애하는 빅 브라더’ 전시는 온‧오프로 얽혀진 이 세상에서 문명의 파장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 누구라도 결코 홀로일 수 없음을 통찰케 하는 코로나19 시국대응 기획전이다.

  • 글.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사진. ACC 제공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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