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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스토리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 시범공연「달을 묻을래」 잘 자라라! 예술 새싹!


이슈&뷰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니까
창작의 즐거운 순간을 가득 담았다!
아시아스토리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 시범공연



우리는 늘 ‘완성’된 것들로 이뤄진 세상을 본다. 잘 차려진 식탁, 아름드리나무,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 피플. 완성된 것들은 멋지고 아름답다. 그리고 고정돼 있다. 아름다운 결과는 우리를 매혹한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감동은 ‘결과’에만 있을까? 여기 서툴지만 즐겁고 어여쁜 ‘과정’들이 있다. 한끼 밥상을 잘 차리기 위해 음식 재료를 씻고 썰고 끓이고 맛보는 일. 아름드리나무가 자라기 위해 보내야만 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지난한 시간들. 숱한 시도와 성장한 시간을 성실히 보내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결과’가 아름답고 견고할 수 있다. 예술작품도 마찬가지고 공연도 마찬가지다. 쌓고 다졌다가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들이 있어야 비로소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된다. 이 준비 과정은 힘들지만, 가치 있다. 어쩌면 창작자들이 너무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창작’ 자체의 기쁨을 가장 진하게 느끼는 시간은 바로 준비 기간일 것이다. 그래서 이 [아시아스토리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 시범공연]은 어쩌면 ‘과정의 즐거움’을 맘껏 보여준 그림일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2021년 만난
[아·어·청·시(아시아스토리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 시범공연)]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도깨비의 우정
「저기, 오니가 온다.」
붙잡힌 아이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분투기
「길 위의 아이들」
이봐! 진짜 문제는 화장실이야!
「달을 묻을래」



11월 10일과 14일. 어린이극장과 예술극장 아틀리에1에서는 두근두근 기분 좋은 공연이 열렸다. 4년 차를 맞은 ‘ACC 어린이·청소년 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선정된 세 편의 공연이 지난 봄부터 씨앗을 심었고 이제 새싹이 움트는 과정에서 시범 공연을 올린 것이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은 「저기, 오니가 온다.」와 「길 위의 아이」, 「달을 묻을래」. 모두 아시아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다.

「저기, 오니가 온다.」공연 사진
「저기, 오니가 온다.」공연 사진

11월 10일, 첫 문을 연 극단 {신비한 움직임 사전}의 「저기, 오니가 온다.」는 디지털 회화와 신체 융복합 어린이극이다. 일본의 하마다 히로스케의 동화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가 원작으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도깨비 오니를 통해 진정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길 위의 아이」공연 사진
「길 위의 아이」공연 사진

11월 14일 아틀리에1에선 창작단체 {올리브와 찐콩}의 「길 위의 아이」가 관객들과 만났다. 1962년 5.16 이후 정부의 부랑아 근절 대책 추진의 시기에 소년들을 납치 수용했던 선감학원(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있었던 일이 이야기의 뼈대가 됐다. 폭력적 억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숨을 쉬고자 했던 아이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몸짓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희극적인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세 번째 작품인 창작극단 {이야기양동이}의 「달을 묻을래」는 앙드레 풀랭의 동화 「달을 묻다」를 재창작한 작품이다. 인도의 화장실 부족 문제를 인도의 춤과 노래를 가미해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다뤘다.

이제 세 편의 예술 새싹 중 필자가 직접 관람한 한 편, 「달을 묻을래」의 무대로 떠나 보자!



달을 묻을래?, ‘그것’을 만들래?
부끄러운 들판에서 벌어지는
인도 소녀 라티카의 분투기!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를 담은 공연
「달을 묻을래」



「달을 묻을래」공연 사진
「달을 묻을래」공연 사진

똥, 방귀, 오줌. 이 삼총사는 어린이 이야기의 3대장이다. 일단 절반은 아이들에게 호감을 주며 들어간다. 전라도 말로 대놓고 말하긴 좀 ‘거시기’ 하지만 이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도 별로 없다. 인간에게 육신의 비움과 채움이란 들숨과 날숨처럼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며 본능이다. 육신을 비우기 위한 똥, 방귀, 오줌. 「달을 묻을래」는 이 화장실 소재들이 이야기의 한복판에 있다. ‘와! 그럼 배꼽 잡고 웃다 보면 끝나겠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예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배꼽 잡고 웃다가, 화가 나고 속상하다가, 결국 슬쩍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보내며 끝나는 공연, 바로 「달을 묻을래」다.

「달을 묻을래」공연 사진

이야기의 배경은 인도의 작은 마을. 어느 늦은 밤 이 마을 여자들이 떼로 모여 야행에 나선다. 그들의 목적지는 ‘부끄러운 들판’. 여자들의 공용 화장실이다. 그런데 달이 뜨면 환한 달빛 때문에 제대로 볼일을 볼 수 없는 게 문제. 맹랑하면서도 명랑한 열두 살 소녀 라티카는 자신을 환하게 비추는 달이 싫어 달을 땅에 묻고 싶어한다. 아니면 ‘그것’! 즉 ‘화장실’을 만들고 싶다. 부끄러운 들판에서 곡괭이를 드는 라티카! 그녀는 달을 묻을 수 있을까? 아니면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공연 「달을 묻을래」가 단순히 한 소녀의 맹랑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이 화장실 문제가 여성들의 길고 긴 아픔의 연대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부끄러운 들판에서 볼일을 보다 전갈에 쏘여 앓고 계시고, 이모는 분뇨로 오염된 물 때문에 아이를 잃어야 했다. 그리고 초경을 시작한 라티카의 사촌 언니는 학교에 화장실이 없으니 공부를 그만둬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모두 화장실 하나가 낳은 비극이었다. 라티카가 묻으려 하는 밝디밝은 달은 어쩌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강요된 침묵을 빗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절절하지만, 시종일관 공연은 칙칙하지 않다. 4명의 배우가 계속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한다. 과하지 않는 인도 춤과 리듬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전환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비록 30분의 짧은 시범 공연이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30분 내내 4명의 배우가 이 이야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느껴질 만큼 공연 내내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달을 묻을래」의 본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결과가 열매라면 과정은 꽃잎이 아닐까? 결과가 큰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힘있고 단단해서 아름답다면 꽃잎은 작은 바람에 흔들릴 만큼 연약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연약하고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크게 자랄 수 있고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꽃잎처럼 살랑이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어청시(아시아스토리 어린이, 청소년 콘텐츠 제작 시범공연)] 세 공연 모두 그러할 것이다.



  • 글. 최민임 samagg@hanmail.net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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