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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 전시리뷰 니어리 라타나크:
여성은 소중한 보석과 같다


이슈&뷰


2021년 새로운 모습으로 개관한 ACC 라이브러리파크에서는 민주·인권·평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선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은 아시아문화원과 캄보디아의 뚜얼슬랭 대학살 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전시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 시기 캄보디아에서 이루어졌던 인권 말살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여성이라는 주제는 페미니즘의 발발 이래 꾸준히 목소리를 키워 오다 2017년 대두된 미투운동을 기점으로 사회 각 분야의 주요 논제로 자리를 잡았다. 여성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슈들을 아울러 보았을 때, 모두가 인권의 평등을 주창할 수 있는 현 시점이 오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그 해결점에 이르렀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로소 현대에 들어서며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이 목소리는 결국 각국의 역사 속에서 어떤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고통 받았던 존재들을 떠오르게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결책의 작용만큼이나 부끄럽고 참혹했던 과거를 들춰내고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시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 역시 전하고 있다.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분할된 이번 전시는 프랑스 점령기의 역사적 배경과 캄보디아의 전통혼례문화에 대한 소개를 담은 ROOM1, 크메르루즈 정권 수립 이후 정치적으로 동원된 피해자들의 고통의 현장과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ROOM2, 민주정권의 회복 이후 국가 재건과 여성 삶의 회복을 그리는 정부 및 사회단체 사례를 알리는 ROOM3로 구성된다. 전시는 당시의 여성뿐만 아니라 크메르루즈 정권의 과도한 사회주의적 혁명 정신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강제 이주, 강제 노동, 질병, 굶주림, 구금, 고문, 대량 학살 등으로 170~220만의 국민이 사망했던 참혹한 역사를 면밀히 소개하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먼저 ROOM1에서 소개하고 있는 캄보디아 전통사회의 여성의 역할은 조선시대 가부장사회의 전통적 여성상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남성이 우선시되었으며 여성은 일정 나이가 되면 전통풍습에 따라 혼례를 올리고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사회적 요구에 순응하는 존재였다. 점차 교육제도가 변화하고 산업이 발달하며 여성의 사회적 위치도 변화하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이들에게 전통혼례문화를 고수하는 것이 일생의 순리임은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결혼식 기간 중 진행되는 각종 의식들을 소개하는데 그 종류와 각각이 가진 의미, 규모 등을 보면 캄보디아인들이 얼마나 이를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50년대 공산주의 운동을 기점으로 크메르루즈가 정권을 장악한 1975년 이후, 캄보디아 여성들에게는 그 고루했던 관습조차 꿈에 그릴 일이 될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시기를 맞게 된다. 크메르루즈는 집권 일주일 만에 약 200만 명의 인구를 수도인 프놈펜 바깥의 농촌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곳에서 “구인민”과 “신인민”으로 사회계층을 양분화하고 가족은 노인, 여성과 남성 등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다른 집단으로 분류되어 국가가 천명한 “산림 생산물 수확 4개년 계획”을 위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년의 통치기간 동안 전국에는 196개의 감옥이 세워졌고 그중 크메르루즈 보안대 본부에서는 정부에 반역, 반혁명적 사상으로 고발된 약 2만 명의 국민들이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되었다. 공포정치의 최극단을 달리던 이 시기에 인구 증대를 명분으로 전례 없던 강제혼례제도가 공공연히 진행되었다. ROOM2에서는 강제로 부부가 된 남녀에 대한 정부의 성생활 감시, 강간 등으로 점철된 강제혼례의 실체에 대하여 집중 조명한다. 이 중 작가 쌍 난(Sang Nan), 쭘 맙(Chum Mab)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그려낸 회화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강제혼례 피해 생존여성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끔찍했던 과거와 더불어 현재까지 이어져 온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확인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의 여성들 역시 비로소 본인의 삶을 돌이켜보며 지난 아픔들을 이야기할 수 있음에 다시금 스스로를 생의 주체로 여기고 여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크메르루즈 정권의 몰락 이후 암담하기만 했던 캄보디아 국민들의 삶에 비로소 변화가 찾아온다. 공포정치로부터 해방된 직후 캄보디아인들은 극도의 건강 악화는 물론이며 가족 간의 생사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새롭게 등장한 캄푸치아인민공화국은 여성들에게 절실했던 지원들을 제공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회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여성들은 이에 응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받고, 군에 입대하거나,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또한 캄보디아 왕국과 UN은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ECCC)를 공동설립하여 크메르루즈 고위 책임자들을 심판하고 강제결혼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처럼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ROOM3에서는 사회 전반의 회복과 더불어 양성평등 수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와 사회단체들의 노력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그간 ACC 라이브러리파크에서 선보였던 아카이브 전시의 경우 대체로 ‘새로움’을 향하는 창작의 산물을 담은 여타 기획전시에 비하여 역사적 기록과 그에 대한 학제적 접근이 중심적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 무의식적으로 방대한 양의 지식과 마주하게 되리라 예상했으나, 그와는 다르게 정보를 시각적으로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하는 의도가 눈에 띄었다.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전통사회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고 특히 이번 전시가 집중하고 있는 크메르루즈 정권 시기의 캄보디아 국민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를 텍스트, 이미지, 조형물, 사운드 등의 요소를 활용해 조화롭게 배치한 점이 시선을 끈다.

「캄보디아 여성: 전통사회의 삶과, 크메르루즈 시대의 강제결혼」전

광주와 캄보디아는 급진적인 사회변동으로 인한 역사적 아픔을 가진 근현대사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도시)이자 과거에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돌이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동시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 같은 사회적 회복과 치유가 언젠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전시 리뷰를 마친다.

  • 글. 김민지 mingjeek@gmail.com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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