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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예술대학 협력프로그램 공연 리뷰 청년 뮤지컬로 태어난 맥베스


#ACC




ACC, 젊은 예술가를 위해 무대를 열다





필자가 취재를 다녀온 7월 17일 저녁,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주변은 가슴에는 꽃다발을 안고 얼굴에는 무대의 떨림을 간직한 배우들의 환한 표정으로 여름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관객에게까지 전해오는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은 우리가 공연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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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예술가에게 ‘무대 [舞臺, stage]’는 어떤 의미일까요?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시간이자 예술가로서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기회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가슴 떨리는 공간일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무대를 밟는 기회는 예술가로서는 탐나지 아니할 수 없는 시도가 될 것입니다. 이 지역 예술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예술인들에게 ACC가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밤, ACC 또한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기운으로 함께 빛나고 있었습니다.

ACC와 아시아문화원이 ‘2021 ACC 예술대학협력 프로그램’을 7월 7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ACC 예술극장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음악과 무용, 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이 지역 예술계 대학생들의 축제가 ACC ‘극장1’과 ‘극장2’에서 펼쳐졌습니다. 극장1은 무대와 객석이 움직이는 가변형 극장으로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부터, 아레나형, 로드형, 돌출형 등의 실험적인 무대 연출이 가능한 공간이고, 극장2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갖춘 손꼽히는 무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CC 극장1·2에 이 지역 예술계 대학생들이 만들고 재해석한 작품이 오르고, 그들의 재능과 기량을 밝히기 위한 스포트라이트(spotlight)가 환하게 켜졌습니다.



7개 분야에서 펼쳐진 2주간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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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음악학과 ‘카피바라 스튜디오’ 의 [ 더 부케(The Bouquet) ]

축제는 먼저 아름다운 꽃다발 같은 음악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7일 전남대 음악학과 작곡 전공·관현악 전공 학생으로 구성된 ‘카피바라 스튜디오’가 ‘더 부케(The Bouquet)'를 주제로 K-POP, 대중음악, 아리랑 등을 서양악기로 편곡하여 연주하였습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클래식 앙상블이 연주하는 대중음악과 민요는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성을 열어주었습니다.

9일에는 전남대 음악학과 학생들이 슈만(Robert Schumann)의 자유와 드뷔시(Claud Debussyd)의 오리엔탈리즘의 공존을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한 ‘프리덤 투 오리엔탈리즘(Freedom to Orientalism)'이 펼쳐졌습니다. 드뷔시의 String quartet in G minor Op.10은 조성적 질서에서 벗어나 반음계적 화성과 중세 선법 등을 사용한 작품이며 슈만의 Piano Quintet in E flat major, Op. 44는 고전적인 형식미를 충실히 구현하면서 슈만 특유의 낭만적 시정과 환상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실내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두 작품이 극장2에 가득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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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 [ 4월, 5월 그리고 미얀마(Myanmar) ]

10일에는 조선대 학생 60여 명으로 구성된 공연예술무용과 학생들이 만드는 ‘4월, 5월 그리고 미얀마(Myanmar)’가 극장1에서 펼쳐졌습니다.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실용무용 등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으로 미디어아트와 환상적인 조명이 더해진 공연이었습니다. 4.19에서 5.18까지 민주화의 성지이며 뿌리로 자리매김한 광주의 정신이 무등을 넘어 미얀마와 아시아 전역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민주화의 열망은 몸짓이 되어 움트고, 피어나고,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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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 파수꾼 ]

14일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는 연극 ‘파수꾼’을 선보였습니다. 연극의 언어화를 넘어서 시각화를 실현한 혁신적인 무대입니다. 원작은 ‘한국 희곡의 거장’ 이강백의 「파수꾼」입니다. 1974년 '현대문학'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의 기법으로 한국 정치와 사회 현실을 탁월하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이제 세기의 숫자가 바뀐 2021년은 언어의 시대를 넘어 이미지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변화된 대중의 시선과 그에 호응하는 실험적인 무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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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대 음악학부 [ 아시아의 중심에서 모든 음악으로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다 ]

15일에는 광신대 음악학부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즈, 클래식, 한국 대중음악(K-POP)장르를 기반으로 기획한 ‘아시아의 중심에서 모든 음악으로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다’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습니다. 총 21편의 다양한 음악이 보컬과 성악,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색소폰, 플루트, 트럼펫이 어우러지는 개성 넘치는 무대로 탄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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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국악학과 ‘프로젝트 크로마’ 의 [ 시간의 공명 ]

17일에는 전남대 국악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크로마’가 창·제작 국악공연 ‘시간의 공명’으로 극장2를 밝혔습니다. 피아노, 대금, 피리, 아쟁, 해금, 북과 장구 등의 타악기가 어우러져 만드는 색다른 연주로 40여 년 전 광주의 사건과 민주·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묻습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흐름을 전통 음악과 창작 음악이라는 흐름으로 구성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의 젊은 예술가의 정서를 담아 노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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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 뮤지컬·실용음악학과 [ 맥베스 ]

동신대 뮤지컬·실용음악학과 학생들이 17일 연극 ‘맥베스’로 이번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작품으로 집필 시기는 1605~1606년으로 추정됩니다. 권력에 눈이 먼 맥베스 장군이 던컨 왕을 살해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파멸해 가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400년 전 셰익스피어가 쓰고 세대를 거쳐 재창작 되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할지 기대에 찬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기존의 오페라나 연극이라면 오케스트라가 차지할 자리에 기타와 드럼, 건반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무대의 왼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얀 반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 또한 플라스틱 차단막이 익숙해진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밴드의 연주와 함께 보컬들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이는 원작이 주는 정형화된 느낌을 벗겨줍니다. 그에 이어 전투에서 승리한 맥베스와 뱅쿠오가 환희에 찬 얼굴로 등장합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추어 본래 총 4막으로 이루어진 서사를 잘라내고 주요 장면을 편집하여 연출한 시도가 돋보입니다. 마치 영화의 점프 컷2)을 이용하여 압축한 듯 대사 중심의 극에서 벗어나 인물의 심리와 사건을 차례차례 늘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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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스코틀랜드의 두 장군 맥베스와 뱅쿠오는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길에 세 마녀를 마주칩니다. “임금님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맥베스의 감추어진 욕망을 흔들어 깨웁니다. 그런데 사건을 촉발시키는 세 마녀는 사라졌고 대신 뱀 무늬를 입은 코러스3)들이 등장합니다. 코러스들은 꿈틀거리는 맥베스의 욕망이 되었다가, 때로는 혼란스러운 죄책감의 몸짓이 됩니다. 조명이 바뀌면 모자를 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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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는 서로의 욕망을 부추기고 움직이게 만드는 맞물린 톱니바퀴와 같은 인물들입니다. 그들이 함께 왕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은 붉은 스크린에 검은 그림자가 되어 등장합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살인과 권력의 욕망에 불타는 순간 가장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무대 설치를 위한 장비인 철재 구조물이 쇳덩이 날것의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하는데 철재 구조물이 성벽이 되었다가 그들 내면의 감옥으로 변해가도록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쇳덩이에서는 살육의 피 냄새가 나고 두 사람은 씻기지 않는 손을 쥐고 고통에 떱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홀로 남은 맥베스는 마지막 광기 어린 죽음의 춤판으로 뛰어듭니다.


당신과 함께 추는 욕망의 춤





셰익스피어 이래로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는 파멸해 가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인물이 보여주는 욕망의 본질은 인간 보편의 것이기에 21세기에도 우리의 모습을 관통하는 주제로 끊임없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굳이 욕망의 이론을 꺼내지 않아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프로이트는 「쾌락원리를 넘어서」에서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시킬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있음’을 다른 말로 ‘욕망하고 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작품이 던지고 있는 물음에서 우리의 욕망을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 충실히 욕망해도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연극의 3요소는 극장, 배우, 관객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예술도 무대와 관객 없이 완성되는 예술은 없을 것입니다. 젊은 예술가에게는 무대의 기회가, 관객에게는 수준 높은 공연의 향유가, 무대는 그 모든 것의 어우러짐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우리는 욕망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뮤지컬(musical): 미국에서 발달한 노래 · 음악 · 춤을 결합한 무대 작품. 음악적 요소가 강한 오페라와 달리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2) 점프컷[jump cut]: 급격한 장면전환으로 연속성이 갖는 흐름을 깨뜨리는 편집을 말하는 영화용어. - 두산백과
3) 본래 코러스(chorus)는 여러 사람이 여러 성부로 나뉘어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집단을 말하였으나 현대극에서 코러스는 연극 속에서 고정된 역할이 아닌 여러 가지 역할을 맡는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코러스는 인물이 되기도 하고 사물을 표현하기도 하고,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소리나 몸짓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 글. 박나나 tonana@hanmail.net
    사진. ACC 제공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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