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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가족뮤지컬 「술루우수우」 공연리뷰 돌려주면 돌아올 거야


#ACC


“한 점의 물방울이 말라붙은 호수 밑바닥까지 갈 수 있다면,
어쩌면 그곳에 꽃이 필지도 몰라.”

이미지 설명

어떤 단어는 뜻을 모르는 언어라도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술루우수우’는 소리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단어로, 중앙아시아 가운데 위치한 나라 ‘키르기스스탄’의 언어이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술루우’와 물을 뜻하는 ‘수우’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술루우수우는 키르기스어로 억양을 살려 말해도 매우 아름답게 들린다고 한다. 가족뮤지컬 「술루우수우」를 보고나면 이 단어에 다양한 이미지들이 어른거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깊고 푸른 이식쿨 호수 위에 물비늘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모습, 전쟁의 폐허 속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고 했던 소녀 수우,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끗한 호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호수의 여왕 술루우수우의 아련한 목소리까지.



“오로지 술루우수우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롭고 이국적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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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의 원작은 ‘아시아의 이야기’ 그림책 시리즈 「이식쿨 호수의 술루우수우」이다. 이 책은 키르기스스탄의 글 작가 알틴 카팔로바(Altyn Kapalova)와 한국의 그림 작가 강혜숙이 함께 펴냈다. 10년 넘게 꾸준히 중앙아시아와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키르기스스탄과 한국의 문화를 조화롭게 하면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음악을 뮤지컬에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키르기스스탄의 대표적인 전통음악 앙상블 단체 ‘우스탓샤키르트(Ustatshakirt)’와 창작뮤지컬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오세혁 작가, 다미로 작곡가, 손효원 연출이 손을 잡았다. 서울과 광주,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에서 작곡과 피드백, 편곡과 악기 녹음본을 교차하여 작업을 완성하였고 오직 술루우수우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롭고 이국적인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다.



“전쟁의 폐허가 가득한 땅 위, 전쟁터 곳곳의 고물을
모아 살아가는 오누이, 수우와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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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 곳곳에서 고물을 줍는 오누이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고물을 줍는 것보다 버려진 물건을 안타까워하고 그들의 주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소녀 수우. 그런 동생에게 수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물이 귀해져 오누이는 며칠째 물을 마시지 못했다. 오빠 수리는 목이 말라 괴로워하는 동생 수우를 위해 말로만 듣던 이식쿨 호수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삼엄한 경계를 넘어야 한다. 전쟁으로 형제 같았던 두 마을은 서로 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속의 시간은 땅 위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흘러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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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는 가까스로 이식쿨 호수에 도착하지만, 실망하고 만다. 전쟁으로 인해 호수는 오염되었고, 인간들이 버린 폐허의 흔적으로 호수는 메말랐기 때문이다. 한편, 수리는 옆 마을에 사는 사랑했던 유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분노와 경계심으로 가득한 유이에게 외면당한다. 수우와 수리는 마을에 폭격이 시작되며 헤어지게 된다. 수우는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는 오염된 호수로 인해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물을 모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마지막 남은 물은 자신이 먹는 대신 오염된 호수에 떨어뜨려준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식쿨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호수의 여왕 술루우수우를 만나게 된 것이다. 술루우수우는 처음에는 수우를 경계하지만, 곧 둘은 친구가 된다. 호수 깊은 곳에서 잠을 자게 된 수우는 천천히 흐르는 물속의 시간 덕분에 떠나간 엄마와 아빠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돌려주면 돌아올 거야. 잃어버린 물건도, 잃어버린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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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쿨 호수의 여왕 술루우수우는 전쟁으로 호수를 더럽힌 인간에 대해 분노를 품었지만, 수우 덕분에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된다. 수우는 호수를 다시 깨끗하게 하기 위해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면 잃어버린 마음이 돌아오고, 호수는 다시 맑아질 거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호수 밖으로 나온 수우는 수리와 유이를 만나고, 호수 밑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 두 사람은 천천히 흐르는 호수의 시간 속에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마음을 회복하게 된다.



“여기 꽃이 있어요! 여기 꽃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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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우는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호수 밖으로 나온다. 그녀는 폐허의 잔해로 만든 꽃을 들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여기 꽃이 있어요! 여기 꽃이 있다고요!” 수우는 간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수우의 마음과 하나가 되고, 그녀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꽃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러나 수우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과연 수우는 이식쿨 호수의 여왕 술루우수우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슬픔에서 피어난 희망의 노래는 깊고 푸른 물을 닮았다. 공연의 절정에 이르러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은 마치 느리게 흘러가는 물속의 시간을 보는 듯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 소통할 수 없던 수우와 술루우수우가 소통을 하고, 호수를 더럽힌 것은 버려진 물건이 아닌 잃어버린 물건이라던 수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커튼콜 곡으로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가 흘러나오고, 수우와 수리, 유이 그리고 술루우수우가 함께 노래를 시작한다. 한 방울의 물이 한 줌의 물이 되고, 그 물을 나누는 마음이 생명을 살린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단순한 화성 안에서 비슷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키르기스스탄 특유의 음악적 특징이 드러난 멀티 앙상블의 선율이 아름답다.



“과연 호수는 다시 깨끗해지고, 수리와 유이는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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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안에는 더위를 피해 부모님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러 온 어린이 관객들이 많았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공연을 관람하는 성숙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환경오염, 쓰레기, 전쟁 등 다소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편한 기색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호수의 여왕 술루우수우와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뿐 아니라 신비로운 무대 연출과 아름다운 음악 덕분이었을 것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수우의 소원대로 맑아진 호수의 푸른 물빛이 떠올랐다. 잔잔하고 담백한 위로가 필요한 요즘, 가족뮤지컬 「술루우수우」로 한 방울의 휴식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





  • 글. 송재영 tarajay@naver.com
    사진. ACC 제공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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