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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ACC 특별투어- 하늘마당 존 꽤 스마트한 휴식


#ACC




-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사랑하는 당신... 쉬어야 합니다. -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의 일부입니다. 멀리 행상을 나간 지아비가 ‘어느 곳이든 짐을 내려놓고 쉬었으면...’ 하는 지어미의 간곡한 호소로 해석하는 구절입니다. 고대로부터 오랜 세월을 내려오는 민요가 들려주듯 사랑은 곧 아끼는 마음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사랑하는 자신을 위해, 우리는 충분히 쉬고 있습니까?

다람쥐는 쳇바퀴를 쉬어 돌립니다. 그러나 인간의 공장은 바퀴를 멈추려 하지 않습니다. 총알○○, 로켓○○과 같은 속도감,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논리에 ‘휴식[休息]’이 끼어들 자리는 비좁습니다. 현대인들은 피로 속에 몸을 담그고 멋진 휴식을 꿈꾸는 일에 젖어 삽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현대 사회를 피로 사회 [疲勞社會] 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힐링’에 목말라 하고 시장(市場)은 ‘힐링’을 팝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과를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힐링’과 ‘마인드 콘트롤’을 찾는 이유가 또 다른 성과를 위한 몸부림이라면 그것은 슬픈 역설입니다.

ACC가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일상을 내려놓고 평소 무심했던 것들을 돌아보며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전문해설사의 스토리텔링을 들으며 전당 내외부의 식물을 둘러본 뒤, 아시아의 향, 차, 수공예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코스입니다. 마음의 긴장을 잠시 내려놓고 도심 속에서 즐기는 1시간여의 휴식 타임을 소개합니다.





- 배롱나무와 털머위, 맥문동의 시간 -



여름이니 여행의 출발은 ‘배롱나무’ 붉은 꽃그늘 아래가 적격입니다. 손을 흔드는 배롱나무꽃들의 인사를 받으며 말이죠. 문화창조원 앞에 마련된 ACC 특별투어 안내 부스에서 체온 측정과 인증을 마치니 간단한 기념품과 시원한 물, 손 선풍기를 건네줍니다. 초록색 캠핑 의자가 보입니다. 해설사의 인사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바람의 온도를 느껴봅니다. 마침 여름 소나기가 지나가려는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우산을 펴지 않고 간만에 일부러 비를 살짝 맞아보았습니다.

이번 투어는 월별로 다른 공간을 둘러보도록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8월의 공간인 ‘하늘마당 존’은 초록빛 잔디와 계절별로 피어나는 꽃들이 펼쳐진 정원인 하늘마당부터 배롱나무가 계단식 데크를 따라 줄지어 심어진 예술극장까지의 구역입니다. ACC의 아름다운 마당을 지나쳐 갈 때마다 무슨 꽃일까?, 열매일까?, 향기일까? 궁금했던 식물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비비추, 꽃댕강, 각시원추리, 금목서, 물싸리, 안젤로니아, 팽나무, 명자나무, 산수국, 벌개미취... 새와 곤충들... 24시간, 4계절을 ACC에서 사는 주민분들을 몰라보고 있었네요. 해설사님의 친절한 안내를 들으며 가만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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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 도종환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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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한철 내내 붉은 꽃을 피워내는 나무, 100일을 핀다는 백일홍, 매년 묵은 껍질을 벗어서 원숭이도 미끄러워 떨어진다는 살결, 배롱나무가 있어 여름 뙤약볕도 쉬어가는 그늘이 있습니다. 여름 동안 주름진 분홍 꽃잎을 밀어 올리는 배롱나무의 시간에 펼쳐질 하늘을 향해 잠시 고개를 들어보았습니다. 꽃과 나무의 시간을 인간은 알지 못할 테지만요...

시선을 떨치니 배롱나무 발등을 감추어 주듯 무성한 초록빛 잎사귀가 있습니다. ‘털머위’는 겨울이 되기 전까지 가장 늦게까지 피어 있는 야생화입니다. 노란 꽃을 피우며 겨울의 초입까지도 생명력을 뽐냅니다. 그런데 이 무성한 털머위가 곤충들과 벌레들의 안식처가 되고 지붕이 되어준다는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숙연해집니다. 털머위를 아름답다고 눈길 줄 이가 없어도 털머위는 많은 것을 품고 있었네요. 온전히 삶을 살아내는 것들이 뿜어내는 온기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것들을 생각하니 살짝 마음이 간지러워졌습니다.

짙은 그늘 아래 보랏빛을 드리우는 꽃, 꽃말이 ‘기쁨의 연속’인 ‘맥문동’은 연중 그늘이 지는 곳의 지피용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조경소재입니다. 꽃이 피었을 때 모습도 예쁘지만 까맣게 익은 열매가 한참 구슬처럼 윤(潤)을 냅니다. 열매는 한방에서 기침과 열을 다스리는 약재로도 많이 사용하기에 맥문동은 꽃말처럼 꽃, 잎, 열매 모두 기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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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이해하게 되고, 이해한 것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것만을 간직하게 된다는 어느 환경운동가의 말처럼 식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숨은 이파리 하나도 한층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일상 속에 간직한 것이 생(生)의 스트레스뿐이라면 너무 슬픈 일일 것입니다. 때때로 이렇게 식물들의 이야기를 간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손끝으로 체험하는 이국의 문화, 인도네시아 바틱(Batik) -





이미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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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원을 둘러본 뒤 실내로 공간을 이동합니다. 초록 대나무가 심어진 라이브러리 파크 대나무 정원으로 들어서니 한결 시원합니다. 땀을 식힌 후 테이블 위에 놓인 바틱 천을 가지고 명함 지갑을 만드는 체험을 해 봅니다. 바늘을 얼마 만에 잡아 보는 것인지... 나 떨고 있니...? 바늘귀에 실을 꿰는 일조차 낯설어진 저를 봅니다. 옷을 대함에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주문하는 것이 손이 느끼는 압력의 전부인 것입니다. 손끝에 힘을 모아 바늘을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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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바틱[Indonesian Batik]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암바틱(ambatik)- ‘점이나 얼룩이 있는 천’이라는 자바어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황제의 옷’, ‘왕족의 의상’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바틱은 인도네시아 수공예 기술의 꽃이기도 합니다. 이 알록달록한 무늬가 놓인 천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바로 뜨거운 밀랍에 비밀이 있습니다. 밀랍으로 천에 점과 선 등을 이용해 모티프를 그립니다. 밀랍이 발라진 부분에는 염료가 물들지 않으므로 천을 한 가지 색에 푹 담가 선택적으로 색을 내고, 끓인 물로 밀랍을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원하는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조각 천에 담긴 문양이 인도네시아인들의 문화가 담긴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바틱 천이 바다 건너 한국까지 와서 제 손에 건네지기까지 걸어 온 시간을 저는 알 수 없을 테지만요.

만드는 재주가 없는 똥손 중에 똥손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절한 선생님들의 안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꼬물꼬물 손을 움직여 명함 지갑을 만들고 나니 1시간여의 시간이 훌쩍 넘어가 깜짝 놀랐습니다. 타임 슬립을 타고 잠시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누군가와 혹은 어떤 색다른 경험을 할 때 우리는 이미 절대 시간쯤은 없다는 것을 느껴 보았으니까요. 거기에 편안함을 보태니 나름 성공적인 휴식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꽤 스마트한 휴식(休息)을 원하는 당신에게 -



휴식[休息, rest, break time...] - 심리학에서 휴식은 살아있는 존재의 노여움, 불안, 공포 등의 원천에서 올 수 있는 각성이 없는, 낮은 긴장의 정서 상태를 말합니다. 존재하는 이상 긴장과 압박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상태일 것입니다. 그러나 심리적 압박 때문에 교감신경계 가 활성화되고,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이르러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쉬어가며 긴장을 풀어주는 일은 들이마신 숨을 뱉어 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휴식은 어디에 있을까요? 동남아시아의 푸른 바다, 눈 부신 태양, 비치 파라솔 아래 누워 열대음료를 들고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너무나 아름답지요. 그러나 최근의 기후 위기를 생각할 때 너무 많은 탄소발자국을 찍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휴식이라면 자제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쉬기 위해 자연을 피로하게 하는 여행이 아닌 ‘옳은 여행’ 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굳이 낯선 곳을 찾아들지 않고도 일상의 걸음을 멈출 휴식을 찾는 분들이신가요? 그렇다면 ACC가 준비한 특별투어를 권합니다. 꽤 스마트한 휴식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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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로사회: 현대 사회에서 성과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착취하고 소진하여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피로하게 되는 사회. - 다음백과
2) 교감신경계: 척수의 흉추와 요추 부위에서 나와 내장기관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계. 작용범위가 광범위하며 스트레스·공포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서 작용한다. - 다음백과

  • 글. 박나나 tonana@hanmail.net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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