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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

환상극장(Fantasmagoria) 전시 리뷰 여기, 환상의 나라로


#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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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로 이끌려 가는 것일까. 화려한 빛과 웅장한 사운드에 이끌려 서 있게 된 환상극장의 한가운데, 문득 떠오른 것은 600여 년 전 그림이었다. 인간의 손이 빚어낸 환영을 마치 실재처럼 착각하게 만든 마사초(Masaccio)의 그림.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벽면에 그려진 「성 삼위일체」 (1428, 667×317cm)는 실재가 아님을 실재하게끔 그려낸 최초의 작품이었다. 600년 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시공간을 실재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은 21세기가 되어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기에 이르렀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상상 속으로 더 들어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인간이 보여주고 싶은, 또 밝혀내고 싶은 무한의 공간은 어디까지일까.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신비의 세상,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 줄 ‘예술’이 이곳에 있다.





정령의 빛을 따라 떠나는 찬란한 여행

어릴 적 한쪽 눈을 감고 빼꼼히 들여다본 작은 틈새 사이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눈앞에 나타난 알록달록한 문양들은 제 모습을 계속 변신해가며 좁은 원통의 세계를 온통 뒤집어 놓았다. 작은 손을 굴리며 신기하게 보았던 만화경 세상이 이렇게 실현되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상상 속에 머물던 세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복합 1관의 높고 거대한 공간은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의 세계로 변신했다. 밤하늘 어둠 속 반짝이는 별자리를 짚어가듯 작은 빛을 따라 들어간 극장의 입구, 미디어의 신기술을 품은 찬란한 빛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발아래 쉴 새 없이 반짝이는 빛의 줄기 사이로 찬란한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감지한다. 거대한 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사운드와 로봇이 보여주는 화려한 공연, 일상의 궤도를 이탈한 듯 거대한 만화경 속 세상은 현실의 발을 살포시 떼어준다. 예술이 이끌어 준 또 다른 시공간으로의 진입, 몸의 저 깊은 어딘가 작은 세포의 감각까지도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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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황홀경이 이끈 미지의 세계

환상극장의 무대 한가운데 거대한 로봇 3대가 자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하공간, 6년 동안 조용히 잠들어 있던 로봇암의 긴 동면이 종결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6년은 가깝고도 아득한 시간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전시에서 웅장한 위용을 뽐내며 섬세하게 팔만대장경의 글자를 새겨나가던 「피타카」(2015)의 모습이 선명하다. 고요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피타카는 키네틱 미디어 플랫폼 [Floating Frames]로 다시 화려하게 태어났다. [Floating Frames]는 ‘로봇암’과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시스템이다. 로봇모션과 4k 85인치 화면은 만화경 터널의 중앙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관객을 향해 화려한 몸짓을 한다. 로봇 3대가 함께 마치 아이돌의 군무처럼 영상과 일체화되며 생성해내는 장면은 기존의 영상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무한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나아가 미디어의 황홀경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너머의 감각까지도 끌어낸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넘어 시공간과 물리적 움직임까지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시각체계가 가진 복합적 기능에 근접한 영상기술은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끌어올린다. 극장의 무대 한가운데에서 정확한 동작으로 군무를 하듯 움직이는 로봇모션과 공간 전체를 감싸는 프로젝션 맵핑의 공간, 한눈을 감고 빼꼼히 들여다본 만화경이 아닌 우리 몸의 전체가 이끌려간 환상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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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 Running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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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 Odd Sph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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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 코스모스, 우주의 시공간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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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이야기, 환상극장의 빛을 비추다.

환상극장의 이야기는 세 개의 챕터로 나뉜다. 매시간 10분, 40분에 영상이 시작되고 약 15분 동안 3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챕터1] Running Women : Moving Display Version은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의 작품이다. 거대한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유연하게 공간을 흐르는 선들이다. 수학적 물리적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수많은 역학 벡터들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실재했던 이미지는 분해되고 재결합되고 극대화되면서 수백만 개가 넘는 선의 움직임이 되어 환영의 세계를 재창조해낸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가지는 물리적 양이다.) [챕터2] Odd Spheres는 미디어아트 그룹 팀 보이드의 작품으로 구, 큐브, 원통 등의 움직임을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구현하여 보여준다. 3D 모션 그래픽으로 구현된 이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거대한 공간 속을 오르내리며 몰입감은 한층 가중된다. [챕터3]는 ‘코스모스, 우주의 시공간을 거닐다’이다. 2017~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였던 WTC(Walk Through Cinema)프로젝트의 영상 콘텐츠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의 다큐멘터리 “COSMOS”를 바탕으로 만든 우주의 거대한 서사시를 보여준다. 3개의 이야기를 품은 환상극장은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ia)를 주제로 도시 공간과 상품들 속에서 현대성과 미디어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판타스마고리아’는 ‘환영’이라는 뜻의 ‘판타스마(phantasma)’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뜻은 18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발명된 환등기의 투사이미지, 환등상이다.)

성찰의 방향을 어디로 둬야 할지는 극장에 들어선 관람자들의 몫이다. 미디어 기술을 입은 예술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실현해나가며 우리가 발 디딘 현재, ‘여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빛의 여정에 이끌린 황홀경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바라는 것, 또 가끔 현재의 궤도를 벗어나 보는 것. 때론 환상극장의 주인공으로, 또 관객이 되어보는 길로 가보자. 환상이면 어떠한가, 일상의 궤도에서 잠시 이탈하여 황홀경을 맛보는 찰나의 시간쯤 우리에게 허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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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극장으로 가는 길


  • 글. 문희영 moonhy19@naver.com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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