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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년문화허브와 정두용 대표 청년문화활동가들의 든든한 ‘빽’


광주초이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잘 벌 수 있다면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을 것이다. 처음 글을 쓰겠다고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부모님의 첫 마디가 ‘문학이나 예술은 고달프고 가난한 직업’ 이 아니냐고 난감한 기색을 보이셨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은 청년들 역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있을까,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경력을 쌓아야 문화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 등등 궁금증은 많지만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곳은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곳, 광주 예술의 거리에 자리 잡은 (사)청년문화허브를 방문해 「실무형 문화기획 전문학교 호랭이 스쿨」과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정두용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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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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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년문화허브/ 정두용 대표

“공무원만 해도 되는 방법이 전부 오픈되어 있어요. 하지만 문화기획자 되는 방법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아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물어볼 곳도 없죠.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생각해서 문화기획자를 모집하는 공기관 취업도 생각하지만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궁금해합니다. 이런 것을 해소시켜 주고 싶어서 기획한 것이 실무형 문화기획 전문학교 ‘호랭이 스쿨’입니다. 취업과 창업이 가능한 문화기획자가 되는 방법, 동료, 아지트 공간,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그들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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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 스쿨 카카오톡 웹 전단

호랭이 스쿨은 해마다 (사)청년문화허브에서 자체 사업으로 3~4명 소수로만 모집해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청년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기에 정원을 늘릴 수 없었지만 올해 기관의 지원을 받아 커리큘럼도 더욱 풍성해지고 프로젝트 실습비도 지원할 수 있는 호랭이 스쿨을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12명 정원으로 얼마 전 면접을 진행했으나 너무 열의가 넘치는 분들이 많아 최대한 인원을 늘려서 뽑으려고 고심 중이라고 정두용 대표는 밝혔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면 사막여우에게 비밀편지를 보내보면 어떨까? ‘사막여우의 비밀우체국’은 털어놓고 싶은 고민을 편지에 적어 별칭으로 보내면 자원 활동가가 편지를 읽고 5일 내 답장을 해주는 공공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비밀우체국의 목적은 상담이나 문제해결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청년문화허브/ 정두용 대표

“청년문화허브에는 동아리 같은 소모임들이 상시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독서모임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어 ‘나미야 비밀우체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 인디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답장으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들 때문에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 유지하고 있죠. 생각보다 심각한 내용의 편지들에 답장 외 다른 도움을 드릴 수 없을 때 가장 막막하죠.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후원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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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시장 중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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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사)청년문화허브 내, (우) 양림동 펭귄마을

폭력에 노출되신 분, 상담, 치료센터 등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답장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는지 물었을 때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세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역시 강렬한 사연들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취업 문제, 연애 문제 등을 예상했던 터라 자살, 가정 폭력, 성폭행, 공갈 착취 같은 무거운 사연들의 편지가 온다고 해서 놀랐다. ‘조금 더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라거나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졌어요’, 라고 보내오는 답장들 때문에 사정이 허락하는 데까지 유지하겠다고 웃으셨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를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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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프로젝트 리플릿에는 ‘한두 번 읽고 책꽂이에 갇힌 책의 기분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책에게 미안하게도 우리 집 사방으로 놓인 책장에도 몇 년 동안 펼쳐보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다. 갇힌 책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이웃에겐 정을 나누어주는 책 공유 프로젝트가 「거시기」다. 집안에 방치된 책을 봉투에 넣어 정류장 등 특정 장소에 두고 가면, 누군가 가져가 책을 읽고 다시 거시기 봉투에 넣어 내보내자는 프로그램이다. ‘거시기’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나지 않거나 말하기 곤란한 사물을 대신해 가리키는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담아 나누자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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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봉투 속 내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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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년문화허브/ 정두용 대표

“이것 역시 동아리 인디 프로젝트 중 하나였어요. 책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의외로 두 번 이상 읽는 책은 많지 않죠. 해외에는 리싸이클 박스란 것이 있어요. 거기에 물건을 두면 공유한다는 뜻으로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어요. 거기서 착안해서 만들어진 거시기 봉투에 책, 취지 안내서, 스티커 등을 넣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원 벤치, 카페, 버스정류장에 놔두는 거죠. 그러다 한 사람이라도 읽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집을 기증받아서 ‘거시기’로 나누게 되었고 한 해 잘 놀았던 프로젝트는 5·18 40주년을 맞아 5월의 기록을 담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5·18 소책자를 배포하기 위해 다시 부활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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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소책자배포용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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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소책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 운영자인 김동규 씨가 제작한 5·18 카드뉴스 내용을 더 많은 시민에게 소개하고자 80페이지의 소책자로 발간하게 되었고, 외지에서 광주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5·18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송정역 등 여러 곳에서 배포했다. 생각보다 너무 반응이 좋아 많은 곳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이 거시기 봉투를 본 적이 있다. 봉투에 쓰인 빨간 문구를 10초 이상 강렬하게 쏘아보며 집을까 말까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 봉투가 이 ‘거시기’였구나. 누구의 어떤 책이 들어 있었을지, 누군가 다시 찾아갈 물건이라 생각하고 열어보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후회된다.

비영리민간단체 (사)청년문화허브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청년활동가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자 일을 같이할 인재를 찾아 연결시켜 주는 인재풀, 프로젝트를 도와줄 후원자를 찾아주는 네트워킹 허브 역할을 하는 청년문화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의견을 내기도 한다.
2013년에 출발해 오늘에 이른 (사)청년문화허브는 많은 소모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은 미처 소개하지 못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토론과 대면 활동이 주가 되는 소모임들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화예술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문화기획을 하는 청년들에게 (사)청년문화허브는 아지트이자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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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비밀우체국 자원활동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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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프로젝트
  • 글. 김옥수 mono755@daum.net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사)청년문화허브 제공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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